10대 성장 보고서 - 10대들의 뇌, 심리, 행동의 비밀을 파헤친 과학적 분석!,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
EBS <10대 성장 보고서> 제작팀 엮음, 최성애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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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10대들의 뇌, 심리, 행동의 비밀을 파헤친 과학적 분석

  저자 - EBS 〈10대 성장 보고서〉 제작진

 

 

  책을 읽으면서 ‘오오-’하고 감탄사를 연신 내뱉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거의 매 페이지마다 메모해야할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메모하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건 어른들에게 해당하는 말 같다. 그 때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흐를 것 같고, 자유를 꿈꾸고 불안하면서 알 수 없는 희망에 두근거렸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들면서, 그 때 느꼈던 감정을 거의 잊어버렸다. 그래서 아이들이 비슷한 과정을 겪는 걸 보면서, 쉽게 말한다. ‘우리도 다 그 과정을 겪었어, 너만 유별나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그런데 과거란 미화되는 경향이 있고, 내 배가 부르면 남도 다 배가 부른지 아는 법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그랬으니 너도 그럴 것이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쉬운 것이 인간이다. 물론 그렇다고 사춘기 아이들을 외계인이나 괴물로 취급하라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은 왜 사춘기 아이들이 어릴 때와 달라지는지, 어른과는 어떻게 다른지 뇌 연구와 심리행동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총 4부분으로 나뉘어져있는데, 다양한 실험과 사례 연구, 상담 결과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Part 1 이상한 봄, 사춘기

  여기서는 일반적인 사춘기 아이들의 행동이나 부모들과의 대화를 보여준다. 또한 역할연극을 통해 어떻게 서로의 관계와 행동을 받아들이는지 서술한다.

 

  Part 2 사춘기의 뇌

  이 부분에서는 사춘기 아이들의 뇌 연구를 통해, 그들이 어린아이와 어른의 사이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려준다. 제일 놀라웠던 것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주관하는 전두엽은 20대 중반에서야 성숙해진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성보다는 감성이 먼저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들과 딸의 뇌는 다르다니! 성역할을 어릴 때부터 고정시키는 것은 좋아하지 않고 찬성하지도 않지만, 이 대목에서는 잠시 고민을 했다. 아직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없지만, 여자아이를 기른 방법으로 남자아이를 기르면 안 되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성별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각각의 개성 때문이라고 믿어왔는데. 생각해볼 문제다.

 

  이외에도 이 장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청소년에게 술이나 약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과학적인 이유도 잘 나와 있었다. 무조건 어리니까 안 된다고 하기 보다는, 이 책에 나온 예를 들어주면 서로 감정싸움이 아닌 대화가 될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브레이크가 없는 청소년의 뇌가 친구라는 가속 장치를 만나 더욱 위험한 행동에 빠지게 된다.’였다. 이래서 엄마는 친구를 가려서 사귀라고 했던 걸까?

 

  Part 3 사춘기의 수면 일기

  이 장은 읽으면서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알게 되니, 이 나라의 학생들이 너무도 안쓰러웠다. 잠이 부족하면 어른들도 신경질적이 되고 어딘지 모르게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걸 중고등학교 6년 내내 겪어야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힘이 들지. 그래서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지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서 아이들의 수면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는 예를 읽으면서, 우리나라도 빨리 꼭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기를 빌었다. 그래서 폭력적이지 않고, 우울증에 덜 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줄었으면 좋겠다.

 

  Part 4 누구도 저절로 어른이 되지 않는다.

  이 파트 역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소제목도 의미심장했다. 물론 처음 봤을 때는 ‘그렇지,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되겠지.’라고 피식 웃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서는 한숨만 나왔다.

 

  특히 스타인버그 교수의 ‘75대 25의 법칙’을 읽으면서는, 문득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인 ‘우리 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가 떠올랐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적어도 미국에서는, 75%정도의 청소년들이 부모님을 사랑하고 그들과의 관계도 좋다는 답변을 합니다. 단지 25%의 학생들만이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거죠.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 25%의 학생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들에게 부모와의 문제는 사춘기 때 갑작스레 생긴 것이 아니었죠.’ - p.223

 

  TV 프로그램인 ‘우리 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에서도 문제아라 방송에 나온 아이들에게는 사실 별 문제가 없었다. 그들의 부모에게 문제가 있었을 뿐이었다. 어른들의 행동이 바뀌니, 아이들의 나쁜 습관이 고쳐졌다. 그래서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나보다.

 

  부모와 주변 어른들, 학교, 그리고 사회가 어린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주느냐에 따라 그들의 행동이 바뀌고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다. 버릇없는 아이가 커서 버릇없는 청년이 되고, 그들이 결혼해서 버릇없는 부모가 되고 또 자기들과 똑같은 버릇없는 아이를 기르는 법이다.

 

  이 책은 지금 부모이거나 조만간 부모가 될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과 자주 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가능하면 읽어보면 좋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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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레저렉션(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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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lloween: Resurrection

  감독 - 릭 로젠탈

  출연 - 제이미 리 커티스 부스타 라임스, 타이라 뱅크스, 비앙카 카이리치

 

 

  할로윈 시리즈 여덟 번째 영화. 감독은 2편을 맡았던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히 7편에서 로리가 확실하게 마이클을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8편이 나왔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 마이클은 라스푸틴을 능가하는 괴물이란 말인가? 이런 의문은 영화 초반에 간호사들의 설명으로 다 해결이 된다. 7편 마지막에서 로리가 사람을 잘못 죽였다는 것이다. 아놔 이런!

 

  그리고 3년 후. 역시나 마이클은 그녀가 입원해있는 병원을 찾아온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득 그가 로리의 소식을 수소문할 때는 가면을 벗고 다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가면을 쓰고 다니면, 다 그라는 걸 알아차릴 테니까. 그러면 경찰에 신고가 들어갈 테고…….

 

  로리 역시 그가 찾아올 것을 알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 시작 15분 만에 마이클과 동반자살을 하려던 로리가 죽는다. 마이클은 끈질기게 살아남고.

 

  이제 살인마계의 전설이 되어버린 마이클의 집에서는 TV쇼가 진행된다. 전국에서 추첨된 6명이 그 곳에서 할로윈 밤을 보내는 것.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출연자들에게 붙어있는 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리얼리티 실시간 방송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마이클이 자신의 집에 돌아와 있다는 것이고,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출연자들과 마이클은 죽고 죽이는 싸움을 시작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환호한다.

 

  영화를 보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로리를 죽였으면, 이제 전편에서 못 죽인 그녀의 아들을 찾아 가야하는 거 아닌가? 이건 무슨 일본 호러 영화 ‘주온’도 아니고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죽이는 거지? 살인은 하고 싶은데 조카 찾아가는 건 귀찮고, 그래서 그냥 집에 들어온 사람들을 죽이는 건가? 자신의 집에 무단침입을 했기에 방어를 했다고 보면 되는 걸까.

 

  뭐, 살인이 일어날 때 담당자들은 모니터를 안 보고 딴 짓하더라는 이젠 많이 써먹는 장치라 식상했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러니 참 짜증이 났다. 혹시 바보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마이클 마이어스하면 딱 떠오르는 피 묻은 부엌칼이 아닌, 다양한 도구를 쓰는 것엔 신선함도 느껴졌다. 애가 말도 못하는 바보인줄 알았는데, 도구 사용법을 배웠나보다. 역시 호모 하빌리스의 후예…….

 

  인터넷으로 실시간 살인극을 보던 애들은 그게 방송국에서 꾸민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는 것을 알고 흥분한다. 그들이 출연진에게 문자 메시지로 어디에 마이클이 있다고 알려주는 장면에서는 문득 게임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게임을 하는 것 같은 흥분되고 가슴 뛰는 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겠구나. 이제부터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 군인들을 죽일 때도 신중히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게임 속의 그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일이니까.

 

  이래저래 아쉬움이 엄청 많이 남는 영화였다. 마이클의 집을 탐구하면서 애들끼리 므흣한 장면도 연출하고, 숨겨진 가짜 시체를 발견했다가 진짜 죽임을 당하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깜짝 놀라는 이벤트를 중간 중간에 보여줬지만,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이야기의 연결성도 별로 없어서, ‘이게 뭐지?’라는 뜬금없는 장면도 간간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저 때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 수가 없었을 때였던가? 겨우 십 년 전인데 말이다.

 

  그나저나 이제 마이클도 대략 은퇴를 고려해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디보자 6살 때 첫 살인을 해서, 15년간 감옥에 있던 게 1,2편이었고, 7편은 20년 후, 8편은 3년 후니까 계산하면 44살. 음, 중년이군. 그럼 뭐, 아직 한창 활동을 할 나이다. 물론 젊은 애들 뛰는 건 따라가기 벅차겠지만, 마이클은 전혀 그런 게 없다. 하긴 마이클은 총을 맞아도 수류탄을 던져도 전기 감전에 불이 붙어도 안 죽으니까.

 

  하아, 이 시리즈는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조금 지친다. 다음편이 만약에 혹시라도 나오면……음, 아마 볼 것 같다. 그 놈의 정이 뭔지. 난 너무 정이 많아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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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투오 (H20)
기타 (DVD)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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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lloween : H2o

  감독 - 스티브 마이너

  출연 - 제이미 리 커티스, 조쉬 하트넷, 아담 아킨, 미셸 윌리엄스




  할로윈 1편이 나온 지 20년을 기념해서 만든 편이자, 할로윈 일곱 번째 작품. 중간에 3편에서 6편까지는 제이미 리 커티스가 안 나와서 번외편으로 친다는 글을 읽고 패스했다. 그러니까 마이클 마이어스가 여동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고 한다. 그건 나중에 시간나면 봐야지.


  영화는 한 중년 부인의 집에 도둑이 든 사건으로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2편에서 루미스 박사를 돕던 간호사였다. 아니, 이럴 수가! 그녀를 돕는 개구쟁이 옆집 꼬맹이로 영화 ‘인셉션’의 조셉 고든 래빗이 잠깐 나왔다 마이클의 희생양이 된다. ‘그가 살아있다’를 외치며 죽는 그녀.


  그리고 신분을 숨기고 학교 교장으로 살아가는 로리가 등장한다. 아직도 20년 전의 상처를 안고 사는 공포에 떠는 그녀. 언젠가는 오빠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이라며 악몽을 꾸고 불안해한다.


  아들은 그렇게 숨어사는 어머니가 마땅찮고, 어머니는 신경질적으로 아들을 과보호한다. 할로윈 데이에 다른 학생들은 캠프를 떠나지만, 로리는 아들을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캠프에 가지 않는 친구들과 몰래 기숙사에서 열일곱 생일 파티를 열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 마이클이 나타나는데…….


  하여간 여기서도 마이클은 20년 동안 신분을 숨기고 숨어 있던 여동생을 찾아냈다. 그것도 그 아들네미가 딱 17살이 되는 해에 말이다. 로리를 죽이러 온 것도 그녀가 17살이 되던 해였으니, 이건 뭐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참……. 역시 마이클이 동생과 정신 감응을 한다는 2편의 내 이론이 맞는 것 같다.1,2편에서는 비명만 지르고 도망 다니던 로리, 이번에는 칼을 든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오빠를 죽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는 걸까? 이제 남매의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한다.


  그 사이에 끼어 죽어간 아들의 친구들이자 로리의 학생들에겐 명복을 빈다. 어쩌다가 살인마를 외삼촌으로 둔 친구를 둬서……. 물론 그런 외삼촌이 있는 게 그 애 잘못은 아니다. 삼신할매 랜덤으로 그렇게 된 것뿐이지.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삼신할매의 농간? 왜 살인마에게 가족을 내려주셔서!


  영화는 그냥 그랬다. 뭐랄까, 20년 동안 더 자극적이고 더 잔인하고 더 끔찍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기에, 가면 쓰고 폼만 잡는 살인마는 더 이상 무섭거나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긴박감조차 많이 느껴지지 않고, 언제쯤 마이클이 죽을까 기다리는 심정으로 보게 되었다. 제발 좀 죽어라! 어떻게 그렇게 당하면서 안 죽냐! 이런 마음이었다.


  게다가 학교 경비는 바로 등 뒤에서 누가 지나가는 것도 모르다니, 말이 되나? 황당해서 진짜. 이미 마이클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건가? 게다가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나타나고, 어쩜 그리 신출귀몰하고 인기척도 안 내는지 어이가 없었다. 인기척이 없다는 건 사람이 아니라는 뜻인가?


  20년 동안, 아니지 동생을 죽이러 나온 지 20년이니까 누나를 죽였을 때부터 따지면 35년 동안 살인에 몸담으면 신의 경지에 이르나보다. 하긴 무협지에서도 몇 십년간 수련을 하면 도를 깨우치고, 판타지에서도 역시 소드 마스터가 되니까. 음, 마이클도 그런 과정을 겪었나보다.


  여동생과 조카 그리고 조카 친구를 죽이는 남자와 그런 오빠에게 맞서는 여동생, 또 엄마와 외삼촌의 목숨을 건 싸움을 지켜봐야하는 소년의 모습에서, 가족의 붕괴와 해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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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가야노 도시히토 지음, 임지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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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 가야노 도시히토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무얼까 궁금했다. 물론 ‘~하지만’이라는 말 다음에는 앞과 반대되는 내용의 문장이 이어질 거라는 예측이 있었기에, 어떤 글이 이어질까 예상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필요할 때가 있다.’ 내지는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또는 ‘그건 말뿐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등등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예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다. 역시나 저자는 1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폭력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폭력을 인정하지 않고는 폭력을 사고할 수 없다.’

 

  고개를 끄덕였다. 난 장난으로 툭툭 쳤지만, 맞는 사람은 ‘이건 폭력이야!’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학교 폭력을 한 아이들 대부분이 ‘우린 장난이었어요. 그 애가 오버하는 거예요.’ 라고 말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니 무엇이 폭력인지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후 저자는 왜 살인을 하면 안 되는가에 대해 말하기 위해 칸트의 ‘정언명법’을 얘기한다. 거기서 이렇게 말한다. 무조건 안 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좋은 폭력과 나쁜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개인 간의 살인은 안 되고 국가의 살인, 그러니까 사형이나 전쟁에서의 행위 등은 왜 허용이 되는 지 말한다.

 

  칸트의 ‘정언명법’은 무조건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그렇기에 살인은 안 된다고 말한다. 속으로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때리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먹힐까? 맞고 오는 아이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받아들일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반드시 지켜야하는 규칙이 있는 건 사실이고, 개중에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그걸 어기는 족속들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자들을 국가 권력에 고발하고 처벌을 하길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가끔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판결을 내리는 국가 기관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어쩌면 국가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제일 늦게 알아차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은 자연스럽게 국가와 폭력에 대해 얘기한다. 여기서는 국가의 탄생에 대한 여러 철학가들의 이론을 보여준다. 국가가 어떻게 해서 개개인의 시비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권력을 이용해 국민들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는 힘을 가졌는지 논한다. 그러면서 만약에 국가가 폭력을 휘두르면 어떻게 되겠냐는 의문을 제시한다.

 

  그 예로 저자는 야쿠자와 국가를 비교한다. 일본인이라 야쿠자가 나왔다. 미국인이었다면 마피아를 예로 들었을 것이다. 흥미 있는 건 누가 누구인지 이름을 지우고 하는 짓을 적어놓으면, 국가나 야쿠자나 비슷했다. 다만 국가가 하는 행위는 합법적인 폭력의 독점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폭력의 관리를 주장한다. 폭력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공생해야 한다면,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길만이 올바른 대처 자세라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뭔가 속이 더 막힌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제목의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에 이어질 말은 ‘그렇지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니 사람들 개개인이 잘 생각하고 나름 올바르게 행하도록 노력해야한다.’라는 걸까? 이건 뭐랄까, 국가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말 같은데?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한 번만 더 그러면 고소하겠어요. 개인보다 국가 권력이 더 크다는 거 알지요?’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애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까? ‘남을 괴롭히는 건 도덕적으로 나쁜 거야. 집에서 그렇게 배웠니?’ 그러면 맞는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까? ‘폭력이란 사라지지 않는 거야. 어차피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거라면, 너도 잘 이용하렴.’ 이렇게?

 

  난 실생활에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답을 얻고 싶었는데, 저자는 원론적인 부분만 설명했다. 어쩌면 원론을 알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각자에게 맡긴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기본을 제대로 알면 응용도 풀 수 있는 수학문제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문득 거의 모든 사람이 도덕적이지 않은 세상이라면, 폭력은 어떤 면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그러면 저자는 뭐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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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 살인마의 탄생(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Rob Zombie 감독, 말콤 맥도웰 출연 / UEK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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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lloween

  감독 - 롭 좀비

  출연 - 말콤 맥도웰, 타일러 메인, 대그 페어치, 스카우트 테일러-콤튼



  이제 겨우 열 살인 마이클의 생활은 힘들기만 하다. 술주정뱅이에 호시탐탐 누나를 노리는 새 아빠와 매춘을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엄마 그리고 매사에 자신을 무시하는 누나. 그나마 그가 사랑하는 건 아기인 여동생뿐이다. 아직은 어린 그를 신경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년은 혼자만의 세계에서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었다.


  문제는 소년만의 세계가 외부의 사람들에게는 위험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약하고 힘없는 어린 동물들을 죽이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요새는 프로파일링 책이나 심리학책이 많아서 동물 학대를 하던 어린이가 크면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소년의 어머니나 가족은 그런 것을 몰랐다.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학교와 상담을 하러 온 선생이 이상하다고 말할 뿐이었다.


  드디어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할로윈 날 밤. 마이클은 누나와 누나의 남친 그리고 새 아빠를 죽여 버린다. 소년은 정신병원에 갇히고, 좌절한 엄마는 자살한다. 그리고 여동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입양된다. 15년 후, 마이클이 병원을 탈출하면서 또 다시 할로윈 밤은 피로 물들게 되는데…….


  영화 역사상 가장 끔직한 살인마라는 마이클 마이어스가 나오는 영화. 존 카펜터가 만들었던 1978년 작품을 리메이크 한다고 해서, 게다가 감독이 영화 '살인마 가족'이라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영화를 만든 롭 좀비였기에 나름 기대를 했었……지만 영화가 너무 길었다.


  예전 원작은 마이클의 어린 시절은 그냥 5분 정도였던가 하는 짧은 순간에 슥 보내버리고, 그가 병원에서 나온 이후의 살인 행적에 중심을 두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불우한 가정환경부터 시작해서 학교 친구와 가족을 어떻게 때려죽였는지 그리고 정신병원에서는 어떻게 지냈었는지 시시콜콜히 보여주는데 거의 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탈출한 이후가 한 시간 정도.


  초반 한 시간 동안 극을 이끌어 간 어린 마이클을 연기한 아역 배우가 참 인상적이었다. 약간은 통통하니 웃을 때는 귀여운 것 같았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영화를 봐야할 것 같았다.


  전작에서는 누나를 살해하는 장면도 금방 넘어가버렸는데, 여기서는 자세하고 잔인하게 보여준다. 그 수법은 도저히 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에게 이런 연기를 시켜도 될까하고 놀랄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아기 여동생에게 보이는 친밀한 애정 표현이 대비되면서, 얘가 확실히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15년 후에 여동생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복선 같았다.


  그리고 박사의 상담 치료 과정을 통해 그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여준다. 박사의 치료가 별 효과가 없어 보였다. 타고난 살인마는 고칠 방법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병원이라는 시스템이 그를 더 병들게 만든 걸까? 하긴 병원 관리인들이 여자 환자를 끌어내서 강간하자 마이클이 그들을 죽이는 장면에서는 잘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곳이니 애가 나을 리가 없지…….


  아역의 연기가 너무 기억에 남아서인지, 영화 후반에 이어지는 어른 마이클의 살인극은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특히 원작에서는 제이미 리 커티스가 극을 이끌어가면서 적절하게 비명도 질러주고, 도망도 해서 ‘아, 역시 여주인공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리메이크에서는 비명 지르며 도망치던, 여주인공이라 짐작되는 여배우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장면과 잘 어울리는 귀에 익은 노래들이 참으로 멋졌다.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분위기에 딱 맞아 떨어졌다. 감독의 전작인 ‘살인마 가족’에서도 그랬다. 마치 기괴한 호러 장편 뮤직 비디오를 보는 기분이었다. 영화 마지막에 메인 테마와 함께 어린 시절에 엄마와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지나간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Mr. Sandman'을 듣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울컥하면서 슬퍼졌다. 마이클을 그렇게 만든 건 도대체 뭐였을까? 저렇게 예쁘고 선하게 생긴 아이인데 말이다. 루미스 박사는 그 얼굴에 속지 말라고 계속 말하지만…….


  역시 이번 영화에서도 궁금한 것은, 어떻게 그는 칼에 찔리고 총에 맞아도 안 죽는 몸이 되었을까? 그리고 어째서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알게 되는 걸까? 어떻게 알았기에 병원에서 탈출하자마자 입양되었던 여동생을 찾아갔을까? 정말이지 굉장한 사이코패스 마이클 마이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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