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로윈 : 살인마의 탄생(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Rob Zombie 감독, 말콤 맥도웰 출연 / UEK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Halloween
감독 - 롭 좀비
출연 - 말콤 맥도웰, 타일러 메인, 대그 페어치, 스카우트 테일러-콤튼
이제 겨우 열 살인 마이클의 생활은 힘들기만 하다. 술주정뱅이에 호시탐탐 누나를 노리는 새 아빠와 매춘을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엄마 그리고 매사에 자신을 무시하는 누나. 그나마 그가 사랑하는 건 아기인 여동생뿐이다. 아직은 어린 그를 신경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년은 혼자만의 세계에서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었다.
문제는 소년만의 세계가 외부의 사람들에게는 위험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약하고 힘없는 어린 동물들을 죽이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요새는 프로파일링 책이나 심리학책이 많아서 동물 학대를 하던 어린이가 크면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소년의 어머니나 가족은 그런 것을 몰랐다.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학교와 상담을 하러 온 선생이 이상하다고 말할 뿐이었다.
드디어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할로윈 날 밤. 마이클은 누나와 누나의 남친 그리고 새 아빠를 죽여 버린다. 소년은 정신병원에 갇히고, 좌절한 엄마는 자살한다. 그리고 여동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입양된다. 15년 후, 마이클이 병원을 탈출하면서 또 다시 할로윈 밤은 피로 물들게 되는데…….
영화 역사상 가장 끔직한 살인마라는 마이클 마이어스가 나오는 영화. 존 카펜터가 만들었던 1978년 작품을 리메이크 한다고 해서, 게다가 감독이 영화 '살인마 가족'이라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영화를 만든 롭 좀비였기에 나름 기대를 했었……지만 영화가 너무 길었다.
예전 원작은 마이클의 어린 시절은 그냥 5분 정도였던가 하는 짧은 순간에 슥 보내버리고, 그가 병원에서 나온 이후의 살인 행적에 중심을 두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불우한 가정환경부터 시작해서 학교 친구와 가족을 어떻게 때려죽였는지 그리고 정신병원에서는 어떻게 지냈었는지 시시콜콜히 보여주는데 거의 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탈출한 이후가 한 시간 정도.
초반 한 시간 동안 극을 이끌어 간 어린 마이클을 연기한 아역 배우가 참 인상적이었다. 약간은 통통하니 웃을 때는 귀여운 것 같았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영화를 봐야할 것 같았다.
전작에서는 누나를 살해하는 장면도 금방 넘어가버렸는데, 여기서는 자세하고 잔인하게 보여준다. 그 수법은 도저히 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에게 이런 연기를 시켜도 될까하고 놀랄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아기 여동생에게 보이는 친밀한 애정 표현이 대비되면서, 얘가 확실히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15년 후에 여동생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복선 같았다.
그리고 박사의 상담 치료 과정을 통해 그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여준다. 박사의 치료가 별 효과가 없어 보였다. 타고난 살인마는 고칠 방법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병원이라는 시스템이 그를 더 병들게 만든 걸까? 하긴 병원 관리인들이 여자 환자를 끌어내서 강간하자 마이클이 그들을 죽이는 장면에서는 잘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곳이니 애가 나을 리가 없지…….
아역의 연기가 너무 기억에 남아서인지, 영화 후반에 이어지는 어른 마이클의 살인극은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특히 원작에서는 제이미 리 커티스가 극을 이끌어가면서 적절하게 비명도 질러주고, 도망도 해서 ‘아, 역시 여주인공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리메이크에서는 비명 지르며 도망치던, 여주인공이라 짐작되는 여배우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장면과 잘 어울리는 귀에 익은 노래들이 참으로 멋졌다.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분위기에 딱 맞아 떨어졌다. 감독의 전작인 ‘살인마 가족’에서도 그랬다. 마치 기괴한 호러 장편 뮤직 비디오를 보는 기분이었다. 영화 마지막에 메인 테마와 함께 어린 시절에 엄마와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지나간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Mr. Sandman'을 듣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울컥하면서 슬퍼졌다. 마이클을 그렇게 만든 건 도대체 뭐였을까? 저렇게 예쁘고 선하게 생긴 아이인데 말이다. 루미스 박사는 그 얼굴에 속지 말라고 계속 말하지만…….
역시 이번 영화에서도 궁금한 것은, 어떻게 그는 칼에 찔리고 총에 맞아도 안 죽는 몸이 되었을까? 그리고 어째서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알게 되는 걸까? 어떻게 알았기에 병원에서 탈출하자마자 입양되었던 여동생을 찾아갔을까? 정말이지 굉장한 사이코패스 마이클 마이어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