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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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探偵ガリレオ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시리즈는 두 개가 있다고 알고 있다. 하나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가가 형사’ 시리즈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유가와 교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갈릴레오’ 시리즈이다. 그 유명한 ‘용의자 X의 헌신’이 바로 이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내가 이 작가를 꽤 좋아하지만, 이 단편집은 별로였다. 아무리 단편의 생명이 반전이라지만, 뭔가 앞에 미끼는 던져주고 ‘짜잔~놀랐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책은 밑도 끝도 없이 ‘짜잔!’ 이었다.


  물론 단편이라는 게 분량이 워낙 짧기에, 사건이 일어나고 용의자를 추적하고 증거를 모으고 추리를 하는 모든 과정을 다 다룰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단편들은 그 분량 안에서도 충분히 만족감과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단편집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뭐랄까, ‘야, 이런 과학 기술 알아? 이 기계는 들어 봤어? 내가 이번에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았거든. 그래서 한 번 써먹어 보려고.’ 그냥 이런 느낌이었다. 사건을 위한 추리와 사용된 살인 무기가 아니라, 살인 도구를 위한 사건과 추리라는 인상이었다.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도저히 뭐가 뭔지 감을 못 잡는다. 그래서 결국 경찰이 친구인 교수에게 달려온다. 교수는 잠시 생각을 하고 현장을 둘러보다가, 과학적인 기계를 하나 소개하면서 그것이 살인 무기라고 얘기한다. ‘설마’하는 경찰을 휘해 직접 실험으로 사건을 재연해주기도 한다. 경찰은 그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마침내 범인을 체포한다.


  모든 얘기가 거의 이런 식이다. 마치 쇼핑 몰에서 어떤 물품을 하나 소개하기 위해 만든 짧은 콩트를 읽는 기분이었다.


  “오늘 소개해드릴 기계는 미니 초음파 기계랍니다. 어디다 쓰냐고요? 보석이나 초경합금을 가공할 수 있답니다. 자, 보시겠어요? 여길 이렇게 하면, 어때요? 예쁜 브로치가 완성이 되었죠? 네? 다른 용도는 또 없냐고요? 물론 있지요. 우선 미운 상대를 욕실에 밀어 넣고, 이 초음파 가공기의 혼을 그 사람 가슴 가까이 대보세요. 어때요? 물방울이 막 생기죠? 오오오, 신기하죠? 이 수많은 강렬한 진동을 받고 살아남을 사람이 없답니다. 심장마비를 일으킬 거예요. 증거도 안 남아요. 아, 이 피부가 죽은 흔적이요? 괜찮아요, 경찰은 잘 모르니까요. 어때요? 사람 하나 죽이기 참 쉽죠?”


  이런 느낌? 


  ‘방과 후’나 ‘동급생’에서 보여줬던 섬세한 감정의 흐름은 보이지 않았고, ‘가가 형사’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던 인간에 대한 생각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그냥 딱 살인 무기와 방법에 대한 설명만 나열되고 끝이었다. 물론 그 때문에 의외의 범인에 대한 놀라움이나 신기한 도구에 대한 신선함은 풍부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래서 좀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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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신태라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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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신태라

  출연 - 황정민, 강신일, 유선, 김서형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왜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나중에 봤을까 하고 후회한 작품이다. 언제나 스티븐 킹님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에서 느낀 것이지만, 호러나 스릴러는 소설이 원작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 특히 그것이 장편인 경우에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으로 영상화하기에는 부족하다. 대개 ‘2% 아니 20% 부족해!’ 라고 절규하게 만든다.


  물론 가끔 어떤 것은 200% 부족하다고 외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일본 만화가 이토 준지의 작품을 실사화한 영화 ‘토미에’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왜 만들었냐고 한탄을 한 영화였다. 어떻게 감히 토미에 여신님을 그따위로 만들었는지……. 


  만약에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뜬금없다고 생각될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등장인물이나 간혹 매끄럽지 않은 연결 등등. 책에 나온 모든 설명과 심리를 다룰 수 없어서 몇 개는 건너뛰고 어떤 것은 빼먹었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아쉬운 점이 좀 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내용은 소설과 비슷하다. 보험사에 근무하는 주인공이 자살한 아이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는 그것이 자살이 아닌 부모에 의한 타살이라 의심하여 조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엄청난 일에 휘말린다. 


  어디선가 읽은 우스갯소리 글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인공이 형을 구하겠다고 하지만 않으면, 형 한사람만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형을 구한다고 난리치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 여럿이 죽고 인생 망쳤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화도 그렇다. 그냥 보험금 내주고 자살이라고 믿었으면 그냥 그 가족만 죽었을 텐데, 괜히 나서가지고  주변 사람들까지 죽어버린 것이다. 뭐, 그 덕분에 앞으로 그들에게 살해당했을 주변 인물들이 살았으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살해당한 사람들의 암매장당한 시체를 찾아서 잘 묻어주었으니, 원귀가 떠돌 일도 없고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죽은 아이의 엄마로 나오는 배우 유선씨가 참으로 연기를 잘했다는 것이다. 주인공 황정민을 노려보는 장면에서는 제대로 미쳤다는 생각에 오싹함마저 느끼고 말았다. 황정민씨는 음, 이 배우의 연기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뭐랄까……. 원작에서 느낀 주인공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아마도 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느낄 수가 없었으니 그럴지도 모른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영화가 '사이코 패스 = 미친 연놈들'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인물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와 있지 않고, 공기 중에 떠도는 불안감이나 서서히 조여 오는 긴장감보다는 그냥 살인, 방화, 폭력 같은 미친 짓만 너무 부각시킨 느낌이다. 아무 말 없이 걸렸다가 끊어지는 전화나 마지막 계단 씬, 그리고 보험회사에서 보이는 죽은 아이 아버지의 행동들을 좀 더 잘 이용했다면, 긴장감을 서서히 높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조금 더 나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까? 여배우의 열연에 감탄을 했지만, 그 이외에는 약간 아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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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카니발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 다니엘 홀베 지음, 이지혜 옮김 / 예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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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odesmelodie

  작가 - 안드레아스 프란츠, 다니엘 홀베

 

 

  특이하게도 작가의 유작이 먼저 한국에 소개된 시리즈이다. 주인공인 율리아 뒤랑의 이름을 따서, ‘뒤랑 시리즈’라고 한다. 작가가 두 명인 이유는, 고(故) 안드레아 프란츠가 남긴 원고를 다니엘 홀베가 이어서 마무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에서 꽤나 인기 있는 시리즈라고 하는데, 전작들이 순차적으로 출판이 되어 접해봐야 알 것 같다. 이 작품 이후의 시리즈는 다니엘 홀베가 계속 이어받아서 집필한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원제의 뜻이 궁금해서 검색하니, ‘죽음의 멜로디’라고 나온다. 책을 읽다보면, 살인 현장에 언제나 흐르던 노래가 나온다. 그 때문에 몇 년의 시간차를 갖는 사건들이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형사가 추측할 수 있었다. 원제는 사건의 실마리를 노골적으로 주고 있었다.

 

  반면에 한국 제목은 보자마자 ‘이건 뭐지?’라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거기에 표지까지 한몫을 더하고 있다. 책을 다 읽은 다음에야, 혹시 이래서 이 제목이 붙은 게 아닐까하는 추측과 가능성만 남기고 있다.

 

  열심히 공부에만 전념했던 미국 유학생 제니퍼. 같이 집을 쓰는 친구가 주최한 파티에 처음으로 갔다가 윤간에 고문을 당하고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수사 끝에 그녀의 하우스메이트 두 명과 파티에 참가했던 또 다른 남학생 두 명이 체포되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한 남학생의 시체가 발견된다. 처참한 현장에 경악을 금치 못하던 형사들은 이 사건과 전에 있었던 제니퍼의 사건에 유사점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수사를 하던 중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사라지는데…….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을 그리고  가해자에게는 분노가.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돈을 위해, 변태적 성욕 해소를 위해,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놈들의 머리엔 뭐가 들었을까?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도 망설임 없이 배신하는 자들은 그런 짓을 할 때 뭘 느낄까? 우월감? 스릴감?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남에게 어디까지 잔인한 짓을 할 수 있을까?

 

  책에 묘사된 사건 현장을 상상해보면, 한숨과 함께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소설이니까 더욱 더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겠지. 하지만 이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담담하고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한 소설에서 말하는 범죄도 어디선가 있을 법한, 카더라 통신으로는 많이 들었지만 실체는 본 적이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을 다루고 있다. 진짜 이 지구상 어느 곳에서는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상당히 박진감도 넘치고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대를 자아낸다. 후반부에 살인자를 추격하는 장면에서는 긴장되고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며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니 이 책에는 두 가지 축이 등장한다. 주인공 율리아와 알렉산더이다.

 

  율리아는 앞선 사건의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지만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강인한 성격의 여성이다. 그녀가 복귀하여 동료들과 갈등을 겪고 오해하고 또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제니퍼가 죽은 파티에 참가했던, 약간은 미심쩍은 청년이다. 2년 후에 일어난 사건에도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형사들의 수사망에 포착된다.

 

  율리아를 통해 공황상태에 빠졌지만 극복해야만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알렉산더를 통해 음울하고 끔찍한 현대 사회의 병폐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 자신과 사회 그리고 타인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율리아와 그녀의 오래된 파트너 프랑크의 대화였다. 십 년이 넘게 파트너였다는데, 둘의 대화는 상당히 예의와 격식을 차리고 있다. 둘만 있거나 신경전을 벌일 때까지 그렇게 깍듯이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어쩐지 연극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음, 어쩌면 나만 친하다 생각하는 사람에게 너무 격의 없이 대화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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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괴물을 죽이는 법 - 세상의 모든 호기심에 답하는 수학의 핵심 개념 35가지 사이언스 씽킹 1
리처드 엘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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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ow to Build a Brain

  저자 - 리처드 엘위스

 

 

  제목과 광고를 읽고는 ‘아,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수학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예전에 읽은 ‘수학 식당’의 중고생 버전이라고 나름대로 분류를 해놓았었다. 그러니까 어려운 수학 난제라든지 이론 등을 쉽게 풀이해준 책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 고3이 되는 둘째 조카에게 읽어보라고 권유할 속셈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책을 펼쳐드니, 내가 예상한 것과는 180도 달랐다.

 

  어쩌면 이 책의 제목으로는 ‘인간은 어떻게 수학을 정복하고 있나.’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는 ‘수학 정복의 역사’ 내지는 ‘인류, 수학과 조우하다’ 등등. 약간 재미있게 바꾸면 ‘인간, 수학의 은밀한 속살을 파헤치더니.avi' 아니면 ’수학의 유혹에 넘어간.jpg'정도?

 

  문과에 수학 포기자라는 멋진 조합을 갖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수학이란 단지 슈퍼마켓에서 암산으로 어떤 제품이 100g단위로 비교하면 더 이득일지, 영양소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들어있는지 계산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실제로 그렇게 사용하고 있었고, 그 이상의 활용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수학계의 35가지 이론을 재미있는 소제목을 통해 분류하고, 어떻게 그것들이 현대까지 발전해왔는지 알려주고 있다. 또한 실생활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응용되고 사용되는지 맛을 보여준다. 물론 그 중에는 학교 다닐 적에 내 머리를 아프게 했던 이론들도 있었고, 처음 듣는 것도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숫자와 그 규칙들이 지금 내가 누리는 생활과 연관이 있다는 감은 잡게 해주었다. 예를 들면,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문제’는 단 한 번의 선으로 복잡한 모양을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였다. 이건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조카와 머리싸움을 할 수 있는 재미난 놀이로 변형이 가능했다. ‘배심원의 오판을 유도하는 법’은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알아둬도 좋을 내용이었다. 문제는 난 아직도 본문에서 나오는 두 가지 경우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총알보다 빨리 달리는 법’에서 나온 ‘아킬레우스와 거북’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것의 오류를 따지는 방법은 음……. 나중에 고3 입시가 끝난 둘째 조카에게 고모에게 쉽게 설명을 해보라고 시켜야할 것 같다.

 

  예상과는 달랐지만, 꽤나 흥미 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책의 ⅓ 정도는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수와 그 규칙에 대한 역사, 그리고 그것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고보니 이 책은 수학 괴물을 죽이는 법이 아니라, 어렵기에 괴물처럼 느껴지는 수학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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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신경립 옮김 / 창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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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同級生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야구부 매니저인 유키코가 교통사고로 죽어버렸다. 뒤이은 그녀의 임신 소문. 야구부 주장 니시하라는 충격을 받는다. 분명히 유키코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는 자신일 테니까 말이다. 도대체 왜 그녀는 차에 뛰어든 걸까? 야구부 매니저인 가오루와 역시 야구부에서 같이 활동을 하는 가와이의 도움으로 그는 조금씩 그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간다.


  유키코가 사고를 당한 현장에 있었다고 알려진 학생부 선생 미사키. 왜 그녀는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을까? 그녀를 피하려다가 유키코가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분노하고, 학교 측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지만 거부된다. 아이들의 학교에 대한 적대감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어느 날 미사키 선생이 학교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것도 니시하라의 반에서! 유력한 용의자가 된 니시하라. 범인은 누구일까?


 예전에 보았던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방과 후'가 함정에 빠진 선생님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면, 이 소설은 함정에 빠진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들의 나이는 고3이다. 사춘기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겠고, 제도권의 교육은 거의 끝나가는 상태이며, 이제 어른의 영역에 발을 살짝 내딛었거나 한 발을 담근 상태.


  하지만 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좀 모자라고, 청소년이라고 하기엔 꽉 찬, 스스로는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주변 어른들은 그렇게 안 봐주는 것이 못마땅한 나이. 알 거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른들에게서 ‘넌 몰라도 된다.’고 하거나 ‘넌 아직 어려서 몰라’라는 말을 듣는 나이. 그리고 어느 정도 세상 물정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는 어정쩡한 상태.


  니시하라가 친구들과 범인을 찾아가는 길을 따라가면서, 작가는 딱 그 또래가 느끼고 겪는 복잡 미묘한 아이들의 시선과 심정을 그려내고 있다. 인정받고 싶고, 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출과 동시에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 호기심, 허세, 불신감, 자괴감 등등.


  학생이 주인공이다 보니,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감정을 서술했던 '방과 후' 보다 아이들의 심정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그들이 삽질하는 현장을 일일이 따라다니는 느낌도 들었다. 오죽했으면 ‘얘야, 그건 아니란다.’라고 한마디 끼어들고 싶을 정도였다.


  사건의 진상을 알고 나니, 뭐랄까……. 사람에게 자존심은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잠깐. 자존심이 맞는 단어일까? 그것과는 미묘하게 느낌이 좀 다르다. 어쩌면 체면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체면이다. 그 체면 때문에 학생들과 선생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결국 사건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유키코의 죽음에 사과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학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체면 구기는 일이었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었다. 어딜 감히 학생 주제에! 어떻게 감히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사과를! 어떻게 감히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대들 수가! 어떻게 감히 학생들이 성관계를! 몇몇 불량 학생들 때문에 명문 학교의 이름이 더럽혀질 수는 없지!


  아이들은 어리고 순수한 만큼 치기어리고 잔인했으며, 어른들은 그들을 지탱해온 자존심과 살아온 연륜이 헛되지 않을 만큼 치사하고 교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된 성교육은 중요하다. 성관계시 콘돔은 필수라는 걸 유키코와 니시하라가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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