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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의 샘 - 주말의 명화 시리즈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 막스 폰 시도우 외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10년 12월
평점 :
원제 - Jungfrukallan / The Virgin
Spring, 1960
감독 - 잉마르 베리만
출연 - 막스 폰 시도우, 비르이타 발베리, 군넬 린드블롬, 비르기타 페테손
'왼편 마지막 집'의 원작 영화라고 해서 보았다. 리메이크 작과 비슷하게 딸을 잃은 부모의 복수극일 것이라 생각하고, 미국이 아닌 스웨덴은 어떤
식으로 복수를 풀어나가는지 궁금했다. 물론 '로뎅'을 '오뎅'이나 ‘어묵’이라고 베껴 쓰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리메이크에서 원작을 대충 짐작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컬러와 흑백이라는 차이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극의 분위기와 흐름이 달랐다. 감독과 만든 나라가 다르니
당연하다는 말이 아니다.
영화를 다 본 생각은, ‘스릴러가 아니잖아!’였다. 한 인간이 자기에게 닥친 견디기 힘든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고 신에게 회개하며, 그분의 품으로
돌아오는지 그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다, 이 '처녀의 샘‘은 한 인간의 내적 변화와 성장을 그린 종교 영화였던 것이다. 주인공을 보면서 성경에 나오는 욥이 떠올랐다.
주인공은 아버지였다. 그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딸 카린이 있었다. 멋내기 좋아하고 약간 제멋대로이지만 남을 잘 믿고 애교가
많은, 그런 어린 소녀였다. 어느 날 교회에 봉사하러 가던 그녀는 양치기들에게 강간 살해당한다.
그리고 그들은 죽은 그녀의 옷과 보석을 들고 우연히 주인공의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된다. 그들이 죽은 누이의 것이라며 내밀은 딸의 소지품을 본
순간,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린다. 그 순간 그의 신앙심은 흔들린다.
복수하는 장면은 그리 길지 않는다. 다만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린 꼬맹이를 벽에 던져서 죽이는 부분이었다. 웬만하면 영화에서 애들은 거의 잘 안
죽이는 데, 그 장면은 놀라웠다. 그것도 간접적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보여주다니…….
그리고 마침내 숲에 버려진 딸의 시신을 거두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제목이 왜 '처녀의 샘'인지 알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진 것.
난 잘 모르겠다. 원래 거기에 수맥이 있다가 땅을 파니까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아, 이 믿음 없는 불순한 인간
같으니라고!
양치기들과 카린의 ‘아가씨의 목이 곱구먼’ ‘그래야 목걸이가 빛을 발한다.’는 질문과 답변은 동화 빨간 두건을 연상시켰다. 아니, 이 아가씨야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말대답하지 말고 빨리 도망가라고 하고 싶었다. 하긴 사랑만 받고 살아온 소녀가 남을 의심할 줄 모르는 건 당연한 걸까?
빨간 두건은 늑대에게 잡혀먹었지만, 사냥꾼이 살려준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녀를 구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복수해주는 사람만이 있을
뿐.
딸의 하녀인 잉게리가 기억에 남는다. 자신과는 처지가 다른 카린에게 질투를 느껴서, 그녀의 빵에 개구리를 넣는다든지 그녀가 강간을 당해서
죽어가는 동안 숨어서 지켜보고. 섣불리 나섰다가는 자기도 당할 것 같으니까 그랬을까? 처음에는 그랬지만, 나중에는 음, ‘너도 당해봐라’라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여간 시종일관 희번덕거리는 그녀의 눈빛은 참으로 강렬했다.
그나저나 한 인간의 신앙 고백 같은 영화를 스릴러로 만들어버린 리메이크작 감독 웨스 크레이븐에게 존경을 보내고 싶다.
천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