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할아버지
곽영미 지음, 남성훈 그림 / 다섯수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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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네다. 기냥 보낼 수 없지요."

라는 말을 듣는다면 누구나 다 놀라지 않을까 싶다.  우리말이지만 왠지 쓰면 안 되는 말이 되버린 '동무'나 '..합네' 라는 말을 쓰는 누군가를 보게되면  간첩이란 생각까지는 아니더래도 왠지 꺼려지기는 할 것이다. 라디오나 티비등에서 자신들이 북에서 가족들과 함께나 혹은 혼자라도  남쪽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는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어찌나 아픈지 빨리 통일이 되어 같이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도 막상 내려와 있는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너무 적었던 건 아닌지 '옥수수 할아버지'를 보면서 생각해보게 된다.

 

나,민호, 건이 이렇게 삼총사는 옥수수밭에서 놀다가 옥수수를 훔치러 왔냐는 말을 하는 수상한 할아버지를 보게 된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아이들은 그 다음날 자신들의 학교에 그  할아버지가 오신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할아버지가 뭔가가 수상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거기에 할아버지의 어투나 단어가 우리에게는 낯선, 북쪽에서 쓰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자 그들은 간첩인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으로  할아버지를  따라가며 증거를 찾기로 한다.

 

이 이야기는 손주를 북한에 두고 와 매일같이 유치원에 오셨던 할아버지의 실화를  쓴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쓸쓸하게 홀로 의자에 앉아 가족들과 닮은 이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을 상상하게 된다.  남과 북이라는 선으로 나누어져 이제는 같은 단어도  아이스크림은 얼음보숭이, 소시지는 고기순대, 파스텔은 그림분필, 스크랩북은 오림책이라는 서로가 낯선 단어를 쓰게 된 우리들은 통일은 되야 한다거나 북에서 무슨 일을 했다던지에 관한 관심은 보이면서도 막상 같이 살게 된 북에서 온 이들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는 걸 아이들과 이야기 해보게 된다.   북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게 됐을 때  보게 되는   낯선  그분들의 행동이나 말이  다르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나  그 분들이 어렵게  찾아 온 자유의 소중함, 그리고  예전보다는 옅어진  통일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좋은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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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붉게 피던 집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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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흑백 사진을 보면서 갑자기 그 날의 일이 기억날때가 있다. '맞아, 이 사진을 찍은 날 나는 가족 중 누구와 여기서..'하면서  잊었던 그 날 주변 일들이  갑자기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풀리게 된다.  하지만 웃기는 건, 흑백 사진이 찾아내는 기억은  기억에서조차도  흑백이라는 사실이다.   가끔 한 장의 사진을 두고  서로 다른 그 날의 기억으로 누가 맞는지를 엄마나 동생과  강하게 이야기하다보면  사람의 기억이란 건,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한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하고 그렇기에  그다지 믿을 수 없는 거라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대중 문화 평론가이자 인기강사로 이름을 높이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수빈은 '대중문화 평론가 현수빈의 유년기행' 이라는 컬럼을  신문에서 의뢰받게 되고  1980년대 생활을   자신이 살던 라일락 하우스라 이름붙인 다가구 주택에 관한 이야기로 써가게 된다.  지금이라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싶게,  다 합쳐야 스물 다섯 평 될까 싶은 집에 열 네명이라는 엄청난 사람들이 북적이며 살던 연탄과 요강, 줄서서 사용해야 하는 화장실이라는  일상의 일들을 꺼내던 그녀는   그 집에서 있었던 영달이라는 오빠의 사건 혹은 사고를 기억하게 된다.  자신을 찾아온 전직 형사의 의미심장한 이야기와   진실에 대한 호기심으로   수빈은  세월이 지나 이제는 다 잊고 살던 그 당시 사람들을 하나 둘 수소문끝에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취재는 묻었던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헤집는 일이 되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불러오게 된다. 

 

"손바닥만 한 셋집에서 오글오글 살다보면 서로 모르고 살고 싶은 것도 알게 되곤 했는데, 또 정작 알아야 할 건 모르고 넘어 가기도 하고......" 128

 

월급날이면 다른집 아이에게도 선물을 사오던 아버지, 취직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지방의 순박한 아가씨들, 얼굴뿐 아니라 마음도 이뻤던 신혼부부, 과일 행상일로 바빠 집을 비운 부부의 아이들을 데리고 잘 놀아주던 영달이 오빠 라는 애틋함으로 기억되는 수빈의 기억속 사람들의  삶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서 그들 모두에게 비밀과 사연이 있었다는 게 드러나게 된다. 과연 누가 범인일지 혹은 말 그대로 사고일지를 쫓아 서로의 이야기로 기억을 맞춰가던 라일락 하우스의 이야기는   1980년대의  순박한 모습으로  우리의 추억을 끌어가는 게 아닐까 싶었던 이야기에서  점점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게 진실일까라는 의구심으로 변해가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극적인 전개는 비록 없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우리의 과거는 다시 구성되어지기에 '건너편 파란 대문 집 둘째 딸이 그랬잖아' 라던가 ' 그 집 아들이 그 때..' 라는 한마디의 이야기가  얼마나 무서운건지, 시간과 공간이 지나며 멈췄던 사람들의 기억은 떠올린 순간부터 어떤 비밀을 쏟아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로   머릿속에서 순서없이 쏟아져 나오는   당신 기억의 파편을 조심할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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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더 느리게 2 - 베이징대 인생철학 명강의 느리게 더 느리게 시리즈 2
츠샤오촨 지음, 정세경 옮김 / 다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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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기에 인생이라 부른다.'며 시작된 "느리게 더 느리게 2"의 8강으로 나누어진 이야기는 늘상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인생이 가야 할 바른 길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각 장마다 베이징대학 출신의 저명한 학자들이나 교수들이  인생과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를   예전 누군가의 일화나  이해될만한 짧은 이야기와 함께  설명해 주고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인생과 사람, 그리고 행복을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는데요.

 

없다 가 아니면 있다. 적다 가 아니면 많다로 나뉘어진 우리 삶의 기준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얇팍한 것인지를     자신의 인생을 소신을 가지고 여유롭게  꾸려간 이들을 보며 알게 됩니다.  아무래도   그 분들이 살던 때보다 훨씬 더 가진 것이나 가질수 있는 게  많은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지금의 우리는  늘 내게 없는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만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예전의 그들이 남긴 이야기가  지금의 상황에도  맞는 걸 보면   사람 마음이란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하지 않는 것인가 봅니다.

 

지나간 과거의 화려한 영광이나 후회스러운 일을 두고 두고 곱씹으며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걸 불안해하는 우리에게 그들은 지금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고 하고 있는 일을 즐긴다면  지금부터라도  지나간 과거에 후회할 일도 덜할 것이고  다가올 일들 또한  더 즐거운 일이 많을것이란 걸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저우궈핑이란 분이 '자신을 낮추는 겸손은 스스로를 단련하는 길이다' 에서 정신적 경험의 차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사이에 큰 틈을 만든다라는 말을 해주고 있는데요. 아파 봐야지만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나 누군가를 잃어보고 나서야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새삼 알게 되는 것, 그렇게 지금 사는 게 행복하다고 웃는 이들은 늘상 행복했던 이들이 아니라  이전에 어려운 일을 지나 온 이들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사라졌음 싶은  인생의 경험이, 살아갈 지혜가 되기도 하고 힘이 된다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괜시리  마음이  허전하다거나 내 인생이  잘 가고 있는 건지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이들에게, 아마 우리 모두가 다 그렇겠지만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자신이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각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건 자신의 마음이라  생각하니,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웃을 일이 생기는 거라는 말이 떠오르게 됩니다.

 

 모든 강이 흘러드는 바다가 물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늘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도덕경(p.118)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은 입에 있고, 지혜로운 사람의 입은 마음에 있다.-벤저민 프랭클린(p.160)


무수한 선택이 인생을 만든다-러시아의 작가 막심 고리키(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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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너머 1318 그림책 2
이소영 글.그림 / 글로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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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받아들이고 머리로 생각하고 머리를 점점 키워가기에 바쁜 청소년들을 위한 그림책이란 말에 관심이 간 책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청소년" 이라 이름붙은 시기만큼 겉으로든 안으로든  확 바뀌는 시기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다가  뭐든지 의논하던 아이들이 혼자 결정할 일이 많아지고 책임이 늘어난다는 생각때문인지 고민도 많아지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현실 속의 나를 '머리'로, 자신이 원하는 곳과 가고 싶은 곳을 아는 진정한 자아를 '몸통'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로 보이는 머리가  다른 머리들과 자신을 비교해가며  바쁘게 움직이다가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기분이 들 땐' 이란 말을 꺼내는데요. 아이들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하나 싶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그럴 땐 가장 깊은 곳으로 가보는 거라는 충고를  몸통이 머리에게 건네게 됩니다. 수많은 머리틀 틈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머리가 딱하게 느껴지는 건 지금 우리 아이들 역시 잘 짓는 표정이기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원하는 건 다 가지게 하는 마음,  손해 보지 않고 빨리 갈 수 있는 마음, 단단한 마음, 열심히 살게 하는 마음등과도  만나는 머리는 그럴때마다 더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다 몸통이 내뿜는 빛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런 후에 머리는 자기가 뭘 잊고 있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뭘 찾아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림이 많다던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아이들뿐 아니라 복잡한 마음을 가진 이들 눈에 더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현실의 나와 내 자아가 만나 하나가 되어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운 삶'을 찾은 후  환해진다는 그림은  아이들에게도 '다른 이들과는  다른 나' 를 생각해 볼 시간을 주겠지만  청소년 즈음의 아이가 있는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무언지에 대한 생각을 주지 않을까 합니다.  남들과의 경쟁, 스스로에 대한 혼란스러움에  고민많을  아이들에게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인지 아는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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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서커스
에린 모겐스턴 지음, 윤정숙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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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을 속임수라 여기면서도 누군가 펼쳐놓은 모자에서 토끼가 튀어나오거나 끊어지지 않는 수건, 그리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비둘기들은 나도 모르는  탄성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다보면  내가 지금 있는 곳이 현실과는 다른 마술의 세상, 신비로운 곳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곤한다.  눈 앞 신기함보다도  이런 기분이 들게 하는 게  마술의 마법같은 힘 아닐까 싶지만 그들의  마술이 눈속임이 아니고 진짜 그들의 힘이라면...

 

천막과 천막사이  살아 움직이는 회전 목마, 꺼지지 않는 불꽃, 비가 와도 젖지 않는 머리카락과 옷, 그리고 늙지 않는 서커스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873년부터 1903년의 시간을 바꿔가며  아이때부터 손대지않은 채로 컵을 깰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실리아와 회색 옷을 입은 남자에게 선택되어 힘을  배우게 된 마르코는 서로의 아버지이자 스승인 이들을 위한 대결을 시작하게 된다.

 

깰수 없는 대결을 상징하는 빨간 줄을 남긴 손가락 반지, 부러져도 베어도  스르륵  치료되는 상처들, 그리고 스스로 움직이는 서커스는 읽어가는 내내 우리를 몽환의 세상속으로 끌고가게 된다. 뿌연 안개와  비속에서 만나 자신들의 운명을 알게 된 실리아와 마르코는  대결을 멈추고 싶지만 그들의 대결이 끝나면 운명으로 묶인 그들의 사랑도 끝이 난다는 걸 알게 되고 그 후를 두려워하게 된다. 그들뿐 아니라  서커스내의 힘을 간직한 이들은  결국 그들 중  하나가 죽을때까지 그 대결은 결코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그 둘의  마법으로  세운   서커스가 무너질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마르크와 실리아는 사랑과 서커스를 지키기위해선 희생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되고 실리아는 자신이 그 모든 것을 위해, 무엇보다도 마르크를 위해 희생하기로 한다.

 

이 이야기는 그들 대결의 끝이 어떻게 되는 걸까 보다는  끊임없이 나오는 서커스 세상속 마법의 힘, 예언과 사랑, 그림자가 없는 남자와 사라진 남자가 그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도 왜 어리석은 대결을 계속 하는지를 더 아름답고 신비롭게  그려가고 있다.   밤이면 시작되는  화려한 불꽃과  신비로운 카드점과 예언, 곡예와 마법의 '르 시르크 데 레브' 서커스 세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각각의  장면을 끌어내기에 영화로 만나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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