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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서커스
에린 모겐스턴 지음, 윤정숙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마술을 속임수라 여기면서도 누군가 펼쳐놓은 모자에서 토끼가 튀어나오거나 끊어지지 않는 수건, 그리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비둘기들은 나도
모르는 탄성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다보면 내가 지금 있는 곳이 현실과는 다른 마술의 세상, 신비로운 곳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곤한다. 눈
앞 신기함보다도 이런 기분이 들게 하는 게 마술의 마법같은 힘 아닐까 싶지만 그들의 마술이 눈속임이 아니고 진짜 그들의 힘이라면...
천막과 천막사이 살아 움직이는 회전 목마, 꺼지지 않는 불꽃, 비가 와도 젖지 않는 머리카락과 옷, 그리고 늙지 않는 서커스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873년부터 1903년의 시간을 바꿔가며 아이때부터 손대지않은 채로 컵을 깰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실리아와 회색 옷을
입은 남자에게 선택되어 힘을 배우게 된 마르코는 서로의 아버지이자 스승인 이들을 위한 대결을 시작하게 된다.
깰수 없는 대결을 상징하는 빨간 줄을 남긴 손가락 반지, 부러져도 베어도 스르륵 치료되는 상처들, 그리고 스스로 움직이는 서커스는 읽어가는 내내
우리를 몽환의 세상속으로 끌고가게 된다. 뿌연 안개와 비속에서 만나 자신들의 운명을 알게 된 실리아와 마르코는 대결을 멈추고 싶지만 그들의
대결이 끝나면 운명으로 묶인 그들의 사랑도 끝이 난다는 걸 알게 되고 그 후를 두려워하게 된다. 그들뿐 아니라 서커스내의 힘을 간직한 이들은
결국 그들 중 하나가 죽을때까지 그 대결은 결코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그 둘의 마법으로 세운 서커스가
무너질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마르크와 실리아는 사랑과 서커스를 지키기위해선 희생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되고 실리아는 자신이 그 모든 것을
위해, 무엇보다도 마르크를 위해 희생하기로 한다.
이 이야기는 그들 대결의 끝이 어떻게 되는 걸까 보다는 끊임없이 나오는 서커스 세상속 마법의 힘, 예언과 사랑, 그림자가 없는 남자와
사라진 남자가 그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도 왜 어리석은 대결을 계속 하는지를 더 아름답고 신비롭게 그려가고 있다. 밤이면 시작되는 화려한
불꽃과 신비로운 카드점과 예언, 곡예와 마법의 '르 시르크 데 레브' 서커스 세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각각의 장면을 끌어내기에 영화로 만나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