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혈기 왕성한 시절 공포영화를 즐겨 보던 때가 있었다.

그때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버닝, 나이트메어 등 공포영화만 들어 오면 열심히 봤다.

컴컴한 극장에서 화면 가득 피가 낭자한 장면들을 보고 나서 영화관을 나오면 환한 바깥이 천국같은 느낌이 들고 온갖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공포영화는 절대 보지 않는다. 보면 너무 힘들다. 불쾌하고 소름끼친다.

 

그런데 절대 보지 않던 공포영화를 얼떨결에 본 적이 있다.

남들에겐 그냥 평범한 영화였을지 모르지만 내겐 분명한 공포영화였다. 

 

평생 처음으로 진짜 공포를 느꼈던 영화, 그놈 목소리 다.

13일의 금요일 보다 100배, 1000배 무서운 공포였다. 

그놈에게 자식을 유괴당하고 절규하며 몸부림치는 부모의 심정으로 보낸 런닝타임 내내 악몽이었다.

 

진짜 공포란 이런 것이리라.

평생 내가 만날일이 없는 가상의 도끼든 살인마 보다 마찬가지로 만날 확률은 거의 없지만  만났을 경우 순식간에 내 인생을 지옥의 한 복판으로 보내버릴 수 있는 유괴범이 더 무서웠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동감할 것이다.

 

집에 와 새삼 아무일 없이 노는 우리 아이들을 보는 순간 공포영화는 금방 잊혀지지만 가금씩 어린이에 대한 범죄뉴스를 볼 때마다 난 다시 영화관에 앉아 있는다.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그놈 이고

공포영화의 배경은 이 사회다.

 

그럼 누가 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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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장애인 딸을 등교시키던 어머니가 트럭에 치여 사망한 기사를 봤다.

자식을 낳고 키워보면 부모의 심정을 안다고 했던가.....너무 가슴이 아프다.

몸이 불편한 자식과 함께한 수많은 날 중 단 하루도 편한 날이 있었을까?

 

장애를 가진 자식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뒤척인 밤이 얼마이며, 내탓이라 자책하며 스스로를 얼마나 학대했을까?  울며 울며 딸의 행복을 기도했을 불쌍한 어머니의 악독한 운명은  딸과 고통을 함께할 잠깐의 시간마저도 매몰차게 끊어버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딸을  장애인이 살아 가기에  힘든 이 세상에 홀로 놔두고  가야만 하는 불쌍한 어머니는 아직 딸의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내일 다시 딸과 학교에 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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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시에 살았던 나 어렸을적엔 서점이 드물었다.

동네에 잘해야 한 개 정도 주로 중,고생 참고서나 가벼운 소설책 몇권, 잡지등을 진열해 놓은 조그만한 서점만 있었다.  그나마 학교 근처에 문방구를 겸한데도 많았다.

나는 불만이었다. 좀 더 많은 책을 접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내 번화가에 있는 대형서점을 다녔다.

물론, 책을 살 여유는 전혀 없었기에 공짜로 보기 위함이다.

교보문고나 종로서적같은 규모엔 어림도 없지만 나름 큰 서점이 시내에는 있었다.

하루 종일 서서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틈만 나면 버스를 타고 나가 서점에 들르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다.

 

당시엔 어려 수준있는 책에 관심을 가지진 않았고 주로 무협소설, 무술, 잡지, 야한 소설, 취미, 실용서 등 그 나이 또래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을 주로 봤다.

우연히, 고조선의 역사에 대한 책을 본적이 있었는데 고조선이 신화속의 나라가 아니라 실제 존재했던 나라라는 내용에 흥분해서 밤 내내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을 앉혀 놓고 침튀기며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생각하는데로 이루어진다는 시크릿 류의 일본 자기계발서인 것 같은데 책에 써진 대로 100만원을 날마다 생각하고 다녔다. 원하면 이루어진다기에. 정말 땅바닥에 100만원이 떨어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 동안 땅만 보고 다녔다.

 

시간이 많이 흘러 어른이 되었고 지금은 내가 내맘대로 책을 사서 볼 수 있지만 그 시절만큼의 호기심이나 흥분, 재미는 느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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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질렀다.

보지도 못하면서 몽땅 주문했다.

여자들이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충동구매를 하는 것을 보고 비웃었는데 내가 딱 그짝이다.

 

옷이나 책이나 상품으로 본다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옷사는 건 저속하고 책은 고상하다고?

 

옷은 입기나 하고 음식은 먹으면 되는데 책은 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보지도 못할 책 서가에 진열해 놓고 눈요기만 한다.

 

수입은 많은데 지출은 부족하다....책보유권은 날로 늘어나는데 머리속은.....

이러다 중고서점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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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인터넷으로 사는 세상이다. 나 역시 인터넷으로 편하게 사는 편이다.

그러나 때로는 오프라인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서점에 가는 것은 불편하다. 따로 시간을 내서 때로는 차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책값도 온라인보다 비싼편이다.

 

그러나 온라인이 절대로 따라 올 수 없는 것이 있다.

직접 책을 만져 보고, 책장을 넘겨 보고, 여기 저기 뒤적거려 보기도 하고..

쭈그리고 앉아 독서삼매경에 잠깐 빠져 보기도 하고.

 

온라인에서는 남들이 남겨 놓은 서평이나 광고를 보고 책을 고르나

서점에서는 내가 직접 읽어 보고 고른다.

이미 검증된 책은 온라인에서 사는 것이 편하고 쌀 것이다.

그러나 재미가 없다. 아무 감흥도 없다.

 

서점에서는 우연히 좋은 책을 발견하는 뜻밖의 행운을 만날 수 있고

클릭 대신 직접 눈으로 많은 책들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다.

서점을 한바퀴 둘러 보고 나면 제목만 봤을 뿐인데도 뿌듯하다. 마치 다 본 것 같다.

목적없이 간 서점에서 괜찮은 책 한 두권을 계산하고 집에 오는 길은 횡재한 듯 기분이 그럴싸하다.

이것이 내가 대부분의 책을 인터넷에서 싸게 사면서 서점이 경쟁에 밀려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뻔뻔하고도 이중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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