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혈기 왕성한 시절 공포영화를 즐겨 보던 때가 있었다.

그때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버닝, 나이트메어 등 공포영화만 들어 오면 열심히 봤다.

컴컴한 극장에서 화면 가득 피가 낭자한 장면들을 보고 나서 영화관을 나오면 환한 바깥이 천국같은 느낌이 들고 온갖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공포영화는 절대 보지 않는다. 보면 너무 힘들다. 불쾌하고 소름끼친다.

 

그런데 절대 보지 않던 공포영화를 얼떨결에 본 적이 있다.

남들에겐 그냥 평범한 영화였을지 모르지만 내겐 분명한 공포영화였다. 

 

평생 처음으로 진짜 공포를 느꼈던 영화, 그놈 목소리 다.

13일의 금요일 보다 100배, 1000배 무서운 공포였다. 

그놈에게 자식을 유괴당하고 절규하며 몸부림치는 부모의 심정으로 보낸 런닝타임 내내 악몽이었다.

 

진짜 공포란 이런 것이리라.

평생 내가 만날일이 없는 가상의 도끼든 살인마 보다 마찬가지로 만날 확률은 거의 없지만  만났을 경우 순식간에 내 인생을 지옥의 한 복판으로 보내버릴 수 있는 유괴범이 더 무서웠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동감할 것이다.

 

집에 와 새삼 아무일 없이 노는 우리 아이들을 보는 순간 공포영화는 금방 잊혀지지만 가금씩 어린이에 대한 범죄뉴스를 볼 때마다 난 다시 영화관에 앉아 있는다.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그놈 이고

공포영화의 배경은 이 사회다.

 

그럼 누가 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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