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면에서 바라본 평면 그림만 그렸다.
그러나 모든 사물은 평면이 아닌 입체다. 평면도는 사실감이 없다.
사각형만 그리다가 육면체를 그리는 건 차원을 넘어가는 문제다.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넘어간다. 4개의 꼭지점이 8개로 늘어난다.
잘 그리던 그림이 갑자기 무너진다.
같은 사물을 한 면이 아닌 여러 면이 보이게
그리는 것 뿐인데 갑자기 구도 잡는 것부터 어려워진다.
손이 떨리기 시작하면서 집도 흔들린다.
눈으로는 반듯한 건물이 어설프게 설치한 텐트처럼 찌그러진다.
다시 나는 처음 그림을 그릴 때로 돌아가고 만다.
막 짜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