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세월호 1주기 때 슬픔과 분노에 차서 미친 듯이 썼던 글이다.
우연히 다시 본 이 글을 수정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무려 8년이나 지났건만 세상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세월호와 똑같은 일들이 이태원에서도 반복되었고 엊그제도 일어났고
내일 또다시 일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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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세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
피 끓는 후회와 반성의 물결이 온 나라에 넘실대는 듯 했지만 결국, 시간의 마법은 우리의 기억을 또 다시 희미하게 만들었다. 분노는 자포자기로 슬픔은 무덤덤하게 반성은 희미하고 실천은 다음으로........역사는 기어이 반복되고 말 뿐.
신이시여!
하늘의 영광과 땅위의 운명을 주관하시는 전능한 신이시여!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단지 무릎 꿇고 빌 분이 필요 할 뿐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이 얼마 전에 지나 간 걸 보실 줄 압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역사는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로 나뉘어졌음을 아시나이까?
세월호 이전 이 땅의 역사는 부정부패, 탐욕, 성장의 역사였다면 이후는 무슨 역사라 부르면 되겠습니까?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탐욕 찬란한 기치아래 앞만 보고 내달린 우리 모두의 눈은 오로지 성공과 목표에 함몰된 청맹과니와 다름없었음을 무릎 꿇고 감히 고백하나이다.
저희는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고 부지런히 씨 뿌리고 나무를 심은 결과의 달디 단 과실을 이제 막 한 입 베어 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를 기다린 세상은 그토록 바라며 기대했던 미래의 모습이 아니었나이다.
말씀드리건데, 저희는 그동안 진정 몰랐습니다.
우리가 땀 흘리며 뿌린 씨앗에서 자란 것은 불행하게도 썩은 독사과였으며, 미래를 저당 잡히며 참고 참으며 우리가 키운 건 끔찍한 몰골의 프랑켄슈타인이었음을 작년 그날 뼈저리게 깨달았나이다.
어리석은 이 땅의 수많은 부모들은 열심히 일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이쁘게 자랐을 자식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볼 소박한 행복을 기대하며 그토록 애를 썼건만, 우리의 바람을 당신은 잔인하게 뿌리쳤지요.
당신의 평가는 소름끼치도록 잔인하고 처절하리만큼 무섭게 공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을 원망할 수 없음을 압니다. 그동안 당신이 우리에게 던진 수많은 경고의 메시지를 무시한 건 어리석은 저희였으니까요.
당신의 깊은 뜻을 저희는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서로 탓만 했습니다.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본 척 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열심히 찾았지요.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겠나이까?
세월호를 가라앉힌 건 이기적인 몇 사람의 실수라고 얼버무리고 또 다시 눈감으며 제 앞길만 열심히 가려는 저 어리석고 무지한 이들을 더 이상 용납지 마옵소서. 다 들 저만 잘했다고 큰 소리 치고 있습니다. 다 들 제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우리를 용서하지 마옵소서. 우리들이 스스로 죄를 깨닫고 참회를 한 뒤에야 용서하소서.
저희들이 저지른 과오를 제 입으로 외치고 무릎 꿇고 고백한 뒤에 용서하소서.
결과를 위해 과정을 무시한 죄.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죄.
이기심과 아집, 편견으로 눈이 멀어 지도자를 제대로 뽑지 못한 죄.
나는 잘했는데 너 때문이라는 오만과 독선으로 스스로를 기만하고 이웃을 비난한 죄.
내 한 줌의 쌀을 위해 이웃의 한 가마의 쌀을 넘본 죄.
내 가족만의 행복을 위하여 이웃의 불행을 방관한 죄.
당신이 주관한 일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청산하지 못한 더러운 과거를 밑거름으로 욕망을 덕지덕지 바르고 끝없이 세우고자 했던 우리의 금빛 찬란한 바벨탑은, 결국 탐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 속으로 가라않고 말았습니다. 불쌍한 304명의 순결한 어린양을 제물로 가져가면서 말입니다.
당신이 우리의 죄를 씻기 위해 아이들을 데려갔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백 겹 천 겹 겹겹이 쌓이고 시커멓게 눌러 붙어 썩어 가는 우리의 죄를 씻을 존재는 이 지상에서 순결하고도 순결한 저 아이들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결코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가르침은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단숨에 꼭대기까지 올라가고자 했던 어리석은 백성들을 가르치는 당신의 채찍질은 너무도 매서웠고 무서웠나이다.
그러나 감히 당신을 원망할 수 없음을 압니다.
지금 당신이 가라앉힌 저 시커먼 탐욕덩어리를 다시 환한 세상으로 끌어올리려는 무리들이 있음을 당신은 알고 있겠지요. 당신의 뜻이 궁금하나이다. 혹시 그 전에 참회와 반성을 제단에 바쳐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우리가 저 시퍼런 암흑의 바다 속에서 건져야 할 것은 무거운 쇠 덩어리가 아니고 참회와 고백으로 죄를 사한 순결한 영혼들이 아닌지요.
저희도 이제 조금씩 깨닫고 있나이다. 당신이 한 일의 의미를.
당신의 발아래 경건하고 또 경건한 마음으로 엎드려 다시 한 번 죄를 고백하나이다.
이마가 피에 물들도록 찧고 또 찧으며 사죄하나이다.
부디 도와주고 또 도와주시기를 기도하나이다.
불쌍하고 어리석은 이 땅의 백성들이 이제라도 깨닫게 되기를 도와주소서.
다시는 순결한 영혼들이 어른들의 죄를 대신 쓰고 희생되지 않기를 도와주소서.
당신이 거둬간 304명의 영혼은 지금 환하게 웃으며 당신의 나라에서 영광을 누리고 있음을 위안 받고 싶나이다. 그들의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웃음소리가 듣고 싶나이다.
자식을 먼저 보내고 겨우 겨우 연명하는 아이들의 부모가 불쌍하고 또 불쌍하나이다.
부디 말씀해 주소서!
그들의 희생으로 이 세상이 다시 한 번 구원의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부디 가르쳐 주소서!
그들의 희생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당신의 무서운 심판이 내려지지 않을 방법을.
세월호 이전 이 땅의 역사는 부정부패, 탐욕, 성장의 역사였습니다.
이제 세월호 이후의 역사를 새롭게 세우도록 도와주소서.
자본의 논리에 앞서 인간의 권리가 우선하는 세상.
그리하여 돈 때문에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아도 되는 역사가 되도록.
아이들이 어른 말을 믿어도 배신당하지 않는 세상.
그리하여 어른이 된 아이가 또 믿음을 전할 수 있는 역사가 되도록.
권력과 돈에 취해 제 백성을 무시하는 이들을 과감하게 내칠 수 있는 세상.
그리하여 민심이 무서움을 보여줄 수 있는 역사가 되도록.
남의 자식 귀한 줄을 내 자식처럼 생각하는 세상.
그리하여 너와 내가 함께 행복을 누리는 역사가 되도록.
내 배가 부르기 전 다른 이의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세상.
그리하여 내 밥그릇에 다른 이의 숟가락을 얹을 수 있는 역사가 되도록
도와주고 또 도와주소서.
이런 세상을 다시 세우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당신의 거룩한 이름으로 맹세하나이다. 만약 우리가 이 맹세를 어길 경우 당신이 내릴 불지옥의 벌을 달게 받겠나이다.
그러나 이 세상이 바뀌지 않는 다면 당신이 벌을 내리기 전 이미 우리는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님을 아나이다. 당신의 벌은 이미 집행되고 있음을 알고 또 아나이다.
거룩하고 전능하신 신이시여!
부디 이 불쌍한 나라의 어리석은 인간들을 어여삐 여기고 도와주소서.
부디 당신이 거두신 어린 영혼들을 잘 보살펴 주소서.
그들의 부모가 이다음 죄 많은 인생을 거두고 갈 적에 당신과 한 이 모든 약속을 지킨 뒤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아이를 만나도록 도와주소서.
이 모든 것 보다 중요한 것. 잊지 말고 또 잊지 말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