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감사할 일 천지고

만나는 모두가 은혜로우니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눈의 세상은 오직 나 만의 것이니

내가 존재하는 이곳이 지상낙원이고

내가 누리는 이 시간이 극락정토니라

 

신의 은총이 오직 내게만 집중되어

은혜와 복을 같이 누리지 못함에 안타까워

이 모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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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판검사가 됐으면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어머니는 의사가 됐으면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와이프는 사모님 소리 듣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들은 부자아빠가 되라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이제 나는 그러지 못했음을 탓하지 않는다.

판검사, 의사가, 사장님이, 부자가 아니어도

스스로 탓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아니까

아니, 뭔가가 되야 할 나이가 지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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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에 눈을 뜨면 세상이 일어선다

출근 전 시동을 켠 난 출정하는 장수

배수진의 마음으로 전장에 나간다

 

피튀기는 잡담과 라떼 한 잔은 달기만 하고

김치찌개 한 숟갈에 살 걱정은 안드로메다로

일하는 시간은 영겁의 기다림

 

퇴근 길 차창 밖 노을을 바라보며

따라 부르는 노래 한 소절은

무수한 적들을 쓸어버린 승장의 표효!

 

악착같은 턱걸이 몇 개는 버티려는 몸부림

꾹 다문 마누라가 해주는 눈칫밥의 눈치는

설거지로 씻겨나갈 마음의 찌꺼기

 

어쩌다 튕겨보는 기타 선율에 소름 돋는 감성

낙서장에 구불구불 그려보는 골목길 담벼락의 추억

움푹 파진 소파 구석 펼쳐 든 책 한 권의 포만감

 

삼매와 혼침의 경계 위 감사의 명상으로

보람찬 하루를 만족할 제 세상은 서서히 사라져 간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면

 

행복한 하루다

그래 나는 행복하다

내일도 그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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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창밖의 빗소리

귀를 스치는 바람

창문을 열고 비를 맞는다

 

흔들리는 우산을 쓰고 비를 밟으면

아스팔트에 튕기는 빗방울

차바퀴에 부딪치는 빗물 소리

 

오늘은 일상에서 벗어나야지

 

탈출이다!

 

이 비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지리라.

 

누가 나지막이 속삭인다.

비가 오는데 지금 이 일을 꼭 해야만 할까?

내일 해도 되잖아? 비가 오는데

 

미뤄도 될 것 같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비가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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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늙어감을 깨닫는 건 허무한 일

변하는 않는 무언가를 찾는 건

허무를 극복하기 위함일 터

 

영원할 것처럼 한가득

젊음을 손에 쥔 순간

놔야 할 때를 기약해야지

 

후회하는 지난날은 헛된 것

두려워할 내일도 우습지

온전한 건 오직 지금뿐

 

극복할 허무도 무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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