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은 왜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나 -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한몽관계사
김운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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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이 흥미를 끌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책인데 머리 아플 때 가볍게 읽기 딱 좋다.

‘몽고반점’이란 것이 있다. 어린아이의 엉덩이에 있던 푸른 반점을 일컫는 건데 크면서 없어진다. 어른들한테 몽고반점이란 것을 들으면서 우리나라와 몽골 사이에 무슨 혈연적 관계가 있나? 하며 궁금해 하던 생각이 떠오른다.

 

TV에 몽골사람이 나올 때마다 놀라지 않는가? 우리나라 사람들과 육안 상으로는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 그네들의 외모를 볼라치면 그들과 우리의 관계가 늘 궁금했다. 이역만리 떨어진 먼 나라의 사람들이 왜 우리와 똑 같이 생겼을까?

 

이 책은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한마디로 우리와 몽골인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다. 혈연적으로도 70%의 유사성을 가지며 언어, 생활 습관, 문화도 유사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려 때 몽골이 우리나라를 멸하지 않고 국체를 보존시켜줬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이 처음엔 다소 황당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많다.

 

사실 난 세계를 정복한 몽골이 왜 우리나라같이 작은 나라를 40여년이나 공격했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누군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말이 갈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을 점령하고 ‘팍스몽골리카’를 구축한 역사상 최대 정복 영토를 보유한 민족이 아니던가?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였는지 유럽 속담에 아직도 몽골에 대한 속담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의문 하나, 그런 몽골제국이 겨우 손바닥 만한 고려를 무려 40여년간 7차례에 걸쳐 침략했다. 무신 정권이 강화도로 도망친 채 결사항전을 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육군 위주라지만 섬에 숨어 든 정부를 어찌하지 못하고 애꿎은 본토 백성들만 유린했다고? 침략했다가 무신정권에서 회해를 요청하면 회군하고 다시 침략했다 또 빌면 물러가고를 7차례나 하고서도 결국 무신정권의 붕괴 후에서야 전쟁이 끝났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의문 둘, 몽골은 원세조 쿠빌라이가 애지중지하던 막내딸을 충렬왕의 간청이었다고는 하지만 당시 나이로 할아버지 뻘인 충렬왕에게 보낸다. 다시 원세조의 손녀가 충렬왕의 아들인 충선왕의 정비가 된다. 몽골은 정치적인 동맹으로 혈연관계를 이용한 예가 별로 없는 나라다. 그들에게 혈연은 실제 가족이 됨을 의미한다고 한다. 과연 고려가 원나라 황제의 부마국이 될 만큼 원에 위협적인 이해관계가 있었던 국가였던가? 왜 굳이 원은 고려를 부마국으로 선택 했을까? 속국의 공녀 수준의 사람들이 기황후처럼 황제의 비가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기황후 말고도 2명의 황후가 더 있었다는데.

 

무신정권은 원과의 화해 조건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그저 임기응변식으로 그때그때 위기만 넘긴 후 모르쇠로 일관하며 원의 비위를 건들었음에도 원은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다. 물론 그 결과로 백성들은 엄청난 고초를 겪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몽골군을 환영할 정도였다고 한다. 제 나라 백성을 버리고 오직 정권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었던 무능하고 이기적인 군사정부와 허수아비 왕을 믿을 수 없었기에 살고자 선택한 일일 것이다.

 

우리 민족의 70%는 북방계라 한다. 북방계는 남방계열의 중국 한족과 다르다. 시베리아와 바이칼호를 뿌리로 한반도까지 흘러 내려운 유목민이 농사를 짓는 남방 계열과 합류했다고도 한다. 고고학적으로 철기문화의 이동경로와 일치하는 북방계열은 결국 동아시아에서 한족을 제외한 오랑캐들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주장한다. 몽골 군벌 출신인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자신의 출신성분을 세탁하기 위해 과도하게 한족인 명을 추종했고 정작 중국에서도 사라진 성리학을 조선의 건국이념으로 삼으며 같은 오랑캐면서 스스로 소중화를 자처하고 편협한 원리주의의 자가당착에 빠져들었다고 말이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흉노, 선비, 거란, 여진, 몽골, 만주족 같은 변방의 오랑캐들과 한통속이 된다. 자신의 조상을 멸시하고 다른 민족을 숭배하고 살아온 어리석은 민족이 되는 것이다.

 

난 저자의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검토하고 연구할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우리의 국사에서 침략국으로만 알았던 몽골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시 역시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상한 일이지만 파격적인 주장은 늘 정통사학자가 아닌 재야 사학자를 통해 나온다. 정통사학계는 당연히 무시하고 대응조차 하지 않는다. 결국 누가 옳은지 우리는 알기가 힘들다.

 

과연 몽골은 이 땅의 수많은 백성들을 도륙하고 속국으로 만든 철천지원수일 뿐인가?

아니면 그 뿌리가 같기에 우호적이었음에도 미흡한 대응으로 불필요한 희생을 자초한 어리석은 고려가 진실인가? 저자가 정통사학자가 아니라는 것이 무조건 그의 말을 무시할 명분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그의 주장에 대한 기존 학계의 반대 의견을 들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냥 재미있는 소설이나 가십거리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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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1-1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두가지 의문점의 이유는 없는가 보네요 ㅠㅠ
아침부터 잼있고 흥미진진한 얘기 잘 읽었습니다 ^^

초딩 2016-01-1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 먹으면서 완전 잼있게 읽었습니다~
김밥 먹으며 댓글 답니다.
저는 제일 긍금한게 그랬던 몽고가 지금은 왜? 라는 것입니다 :-)

책을베고자는남자 2016-01-17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목문화의 한계이지 않나 싶네요. 농경문화는 한 곳에 정착을 하고 무리를 지어 살기에 당연히 문화와 제도가 발달하는데 유목문화는 그렇지 못했던 한계가 원인이 아닐까요? 유목민이라 당연히 말이라는 기동력과 호전적인 민족성때문에 통일이 되면 막강한 무력으로 나라를 세울수는 있었겠지만 나라를 지속하는 데엔 무력 뿐만 아니라 문화가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