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김동춘 지음 / 창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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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놀잇감으로 전락한 사회, 국가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갸념과 정의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면서 일부 생각있는 사람들이 품은 다른 개념이나 접근법을 완전히 눌러버리는 사회, 의견이나 담론이 시민사회 차원에서 제기되지 않고 오직 정부나 거대 미디어에서 주어지는 사회, 사람들이 진정으로 궁굼해하는 쟁점들이 논의되지 않는 사회, 온갖 유언비어는 난무하는데 무엇이 진실인지는 한번도 진지하게 토론하지 않는 사회,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분위기 때문에 의견 내놓기를 꺼리는 사회가 바로 전쟁중의 미국이다. – 247쪽

오늘의 한국을 알기 위해서는 그 원조인 미국을 이해해야 하고, 미국을 알아야 오늘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을 말하고 있지만 미국을 통해서 오늘날의 우리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은 유사한 점이 많다. 언론의 선정주의적 보도와 침묵, 돈을 숭배하는 풍조, 이해관계를 따지는 사회, 복지 보다는 시장에 중점을 두고 군사비 지출이 많다는 점, 풍요롭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회 라는 점등이 그렇다.
미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전쟁과 시장이다. 미국은 국제경찰을 자임하면서 냉전시대에는 소련과 맞섰고 냉전해체이후에는 보이지 않는 테러세력과 싸우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전쟁도 석유 보다는 군수산업을 위한 것이고, 이라크가 유로화로 결제하면서 달러화가 가치하락 될것을 우려해서이다. 
미국은 군-산-정의 복합체로서 군수산업체의 전쟁을 부추기고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과거에는 공산주의를 막고, 이제는 테러를 종식시키다는 명목으로 전쟁에 참여한다. 이라크 처럼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칠레 아엔데 정권를 전복시키거나, 인도네시아 수하르트 정권의 등장 등 배후에서 조종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국민들이 얻는 풍요로움은 제3세계 국민들의 피와 땀의 결과인데 미국인들은 남의 아픔에는 침묵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좁은 세계관은 22%만이 해외여행을 경험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평생 미국에서 자기 주 밖으로는 나간적이 없는 미국인도 많고 편협적인 언론이 전달해주는 정보에만 의지하면서 살고 있다.
언론이 미국민을 우민화 시키고 지식인들도 미국의 잘못된 선택에는 침묵한다. 미국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면 즉각 제재가 따르는 나라를 자유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지역이라는 단위로 제3세계라는 말이 사라지고 이제는 그 나라안에서 제1세계, 제3세계가 존재한다. 미국내에서도 빈부격차는 커지고 있고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미군들도 사회 하류층들이 다수였고 명문대를 졸업한 중산층 출신은 드물다.


대중소비사회, 전체주의사회, 파시즘사회의 특징은 대중들이 정서적 안정, 혹은 물질적 보상을 얻는 대신 인간으로서 자주적인 판단과 비판능력을 포기하여 선동정치의 꼭두각시가 되거나 거대한 관료제의 그물망 속에 들어가 무기력하게 조직의 명령에 복종 한다는 점이다. 파시즘하에서 대중들은 약육강식과 상품화의 논리에 흡수되고, 권위에 복종하는 경향이 있으며, 선정주의적인 언론은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한다. 그런 사회에서 대중들은 권력자들이 가장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노예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 – 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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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눅빌 스토리
유재현 지음 / 창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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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눅빌은 캄보디아의 해안 휴양지이다. 그래서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곳으로 앙코르와트 다음으로 여행객들이 많다. 작가는 6개월간 시하눅빌에서 머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생한 현지체험이 살아 있다.
프랑스의 지배, 베트남 전쟁때 미국의 폭격, 베트남과의 전쟁, 크메르루즈의 학살 등 캄보디아는 현대사의 비극을 안고 있는 도시이다. 가난하고 마약, 매춘, 살인이 성행하는 곳이 캄보디아다.

무척 특이한 소설이다. 한국인 작가가 캄보디아라는 공간에서 캄보디아인들을 주인공으로  쓰고 있고 6편의 연작이 내용은 이어지지만 각 편의 주인공은 다르다. 처음과 끝이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돈보다 중요한것이 인정임을 알게 해주고 작가의 시선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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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불행학 특강 - 세 번의 죽음과 서른 여섯 권의 책
마리샤 페슬 지음, 이미선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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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이들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여행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나 <탐험의 시대>에서 몽트로즈 세인트 밀레가 한 말을 생각해보렴. '가만히 있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어리석음은 곧 죽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처럼 살게 될 것이다. 교실에서 네 옆에 앉는 여학생은 살이 쪄서 넓적해진 백인 부모의 잔소리로 가득한 네모난 하얀 집이 있는 메이플 거리밖엔 모르고 살 거야. 그러나 너는 여행후에 메이플 거리뿐만 아니라 황야와 유적지, 카니발과 달레 대해서도 알게 될 거야." – 37쪽

주인공 블루의 이름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카시우스 블루라는 나비이름에서 지었다. 블루는 나비처럼 정치학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서 미국을 여행다니다 지방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세인트 골웨이 3학년에 다니게 되면서 미스테리의 세계로 독자들을 소개한다. 아버지와 딸이 여행다니는것이 마치 영화 <로리타>가 떠오른다.

36개의 장은 책 제목으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가를 알려준다. 책을 읽기전에는 오셀로, 젊은 예술가의 초상 등 제목에 등장하는 소설을 설명해주는 고전소설 해설책인줄 짐작했었다. 
하지만  책 제목에 맞추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36장의 제목으로 나오는 36권의책을 몰라도 이 책을 읽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그럴 경우에는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수가 없다. 두껍지만 난해하지는 않고 읽으면서 빠져들게 하지만 가벼운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패러디를 이해할려면 원본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듯이 이 책도 36권의 책에 대한 줄거리라도 알고 읽어야 한다.
블루는 영화를 가르치는 한나 선생님의 추천으로 교내 모임인 블루블러드와 어울린다. 한나 선생님의 친구의 죽음과 산에서 한나선생님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블루는 미스테리의 세계로 뛰어들서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세계를 안내한다. 한나는 누구인가? 아버지가 여행을 다닌 이유도 그것때문인가?

이 책에서는 미국 사회문화, 역사, 고전이 책에 숨쉴틈없이 등장해서 지적인 긴장을 맛보게 해주고 그래서 역자의 번역에 감사한다.   


"네 삶이 끝날 때까지 네 공부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가 말했다.
"네가 밝은 길을 가기를 바란다. 네가 진실,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네 자신의 진실을 위해 싸우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까지 알게 된 그 어떤 것보다도 네가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이론미며 원칙이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 503쪽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엮어나갈 때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각자 본인의 책임이다."
"설사 네가 대단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해도 네 삶의 이야기는 네브래스카만큼 지루할 수 있다. 그것은 다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바로 네 자신의 잘못이다. 수 킬로미터의 옥수수 밭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 너 자신 이외의 믿을 만한 것을 찾아라. 위선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 이유면 더 좋겠지. 그런 다음 달려들어 싸워라. 사람들이 여전히 티셔츠에 체 게바라 사진을 인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 111쪽
책을 다 읽고나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화 <정사>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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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살인법
질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벨의도서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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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윈드 갭에서 두 소녀가 살인당했지만 마을사람들은 침묵을 지키고 언론에서는 사소한 일로 취급한다. 시카고의 이류 언론사의 기자인 카밀은 원드 갭이 고향이라는 이유로 상사의 명령으로 취재를 하러가지만 냉대를 받는다. 그녀 역시 고향이지만 내끼지 않은 곳이다. 결말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번 살인의 피해자인 소녀들은 성폭행의 흔적이 없고 치아만 빠진 특이한 살인이었다. 그리고 범인은 내부인이라고 추측한다.
마을에서 존경받은 집안의 딸이었던 카밀의 어머니 아도라는 10대에 우연히 만난 남자와의 관계로 카밀을 낳는다. 그리고 재혼해서 매리언을 낳지만 매리언은 죽는다. 카밀은 13살부터 몸에 칼로 글씨를 새기는 자해를 한 전력이 있다. 여동생 엠마가 태어나지만 카밀과는 서먹하다. 
매리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당시 간호사를 만나고 결국 두 소녀의 살인범을 잡았지만 범인은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자신의 신체에 자해를 해서 타인의 관심을 끄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 딸에게 가해를 해서 자신이
주목을 받으려는 경우도 있다. 애정결핍에 의한 자해는 대를 이어서 반복된다. 겉으로는 평온해보이지만 속은 썩고 있는 것이다. 
카밀은 자신의 몸에 커터를 내지만 그녀의 어머니, 동생은 타인에게 그런 행위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소통하지 못하는 가족의 현실에 몸에 자해를 해서 대화하고 싶다고 호소 하는 것이다. 
가족이 단절과 소통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꼭 읽어야 하고 토론의 주제로 삼고 싶은 뛰어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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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이야기 - 시와 그림으로 보는 백 년의 역사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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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나가며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저기봐 2만 가지 이야기기 전해 오는 집이야.

그러나 나는 이제 버려진 집이 아니다.

마침내 아이들이 나를 찾아냈으니.

새것이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옛말은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나를 찾는 햇살과 빗물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그림은 세밀하고 글들은 시적이다. 백년 동안의 민중들의 역사를 집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농가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결혼, 탄생, 죽음 등 인간들의 통과의례들이다. 그림을 먼저보고 내용을 유추한 다음에 본문의 내용을 읽으면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20세기 이탈리아 농민의 일상을 그림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값진 책이다.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알려주는 단서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자동차가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림만 자세히 관찰해도 100년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가 머리속으로 떠오른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이 읽어도 만족할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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