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난 네 앞에서 가장 순수했고, 자주 뜨거웠고, 너무 들떴고, 많이 무너졌어. 사막에 핀 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쏟아 부어서라도 너를 피워내고 싶었고, 네가 날아갈까 앞에선 숨을 멈추는 것따위 일도 아니었다고.
어떻게 행복하기만 한 사랑이 있느냐고 하나같이 외치던 내 관념들이 너를 기점으로 싹 다 엎어졌다. 이렇게 행복한, 행복만 있는 사랑도 있다. 단언하건대 다 네 덕분이다. 오랜 시간을 앞다퉈 사랑했어도 너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열 손가락이 넘어갈 정도로 많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라거나 힘들 때 혼자 이겨내는 법이라거나... 너를 구성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 말이다. 죽을 때까지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나 같은 인간은 세상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존재 이유가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좋다. 언제든 합당하다.
나는 어떻게든 어제보단 오늘이 좋기를, 내일은 그보다 완벽하기를 바라고 있다. 너와의 이별을 상기시키는 잔인한 계절 속에서, 너와의 헤어짐을 기억하는 시작의 달에서 무슨 방식으로든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잘 살아보려고 하고 있다. 이 글은 네게 전달하지 못한 채 또 언젠간 버려질 이면지에 불과하지만, 나는 나의 행복이든, 너의 행복이든 온전하길 바란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면서, 뜨겁고 다정한 연애를 하면서, 너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온전히 완성하면서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11월만 되면 떠오르는 네가 이 계절을 닮아 춥지 않기를, 어떤 시림도 품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이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의 팔 할은 네게 있으므로 너의 안녕이, 곧 나의 감사다
네가 날 보고 싶어 하면 좋겠어. 어두운 하늘에 조명이라곤 달밖에 없는 고요함 속에서 내 얼굴을 떠올렸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없는 골목길에서 날 그리워했음 좋겠어. 내가 뭘 하는지 생각했으면 좋겠어.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내 손을 잡고 싶어 하면 좋겠어. 길을 걷다가도 버스를 타다가도 내 빈자리를 느끼면 좋겠어. 무엇보다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네가, 그대는, 당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