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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내'가 아닌 '사회'의 속도에 맞춰 오늘을 살고 있다.
빠른 사회의 속도는 다른 논리는 배제하고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치부한다.
숨 막히듯 앞만 보고 내달리는 세상과 획일적 논리로부터, 나의 삶을 잠시 쉬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을 통해 깨닫는다.
삶은 무엇을 이루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임을.
그리고 여행을 통해 나는 생각한다.
여행이라는 쉼 속에서
빨리 도달 못해 안달하는 나를,
미래를 두려워하는 나를,
어디쯤인지 초조한 나를,
천천히 내려놓기로,
그리고 잊지 말기를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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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권여선 작가의 인터뷰에서 사람에게 가장 힘든 일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읽은 적이 있다. 동의한다. 텅 빈 시간, 텅 빈 일정, 텅 빈 머리, 텅 빈 대화. 이런 것들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비어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마주쳐야 하는데 그렇게 마주친 자신의 존재를 감당하는 일이란…… 정말이지 끔찍하다. 그것이 너무나 어려운 나머지 우리는 해야 할 일을 만들고, 쓸데없는 말로 침묵을 채우고, 사람과 사건에 대한 이론을 계속해서 생성해 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충분히 버티는 사람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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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1~2 세트 - 전2권 - 박해영 대본집 인생드라마 작품집 시리즈
박해영 지음 / 세계사 / 2022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2018년작인데. 작년 12월부터 보기 시작해서 이제야 16회 다 봤다. 이선균이 생각나서 보다가 몇 번이나 멈췄다.  우정이 깊으면 외부인이 끼기 힘든데, 이선균의 공동체는 개방적이고 따뜻하다. 이선균 같은 친구, 상사가 있을까 싶지만, 이런 그를 만든것도 환경이고 그 환경을 만든 것도 능력같다. 이지안 같은 성격의 사람은 종종 보지만 바뀌는 것 같지는 않던데, 어떤 인간을 만나느냐에 따라 사람이 변할 수 있구나 했다.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지안: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에요
도망다니면서 이제 아저씨 우연히 만나도 피하겠구나.
그게 제일 슬펐는데. 고마워요 다 털게 해줘서 고마워요 나한테 잘해줘서
동훈: 너 나 살리려고 이 동네 왔었나 보다
다 죽어가는 나 살려놓은 게 너야
지안: 난 아저씨 만나서 처음으로 살아봤는데
동훈: 이제 진짜 행복하자
S#9 (몇 년 후, 지나가다 마주친 두 사람)
동훈: (NA)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지안: (NA) 네. 네!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맘을 보려 하지 않고 아무도.”      

-Sondia,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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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희 아버지가 투병 중이세요. 아마 진통제를 맞고 시상식을 보고 계실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자리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조금 용기를 드리고자 잠시 시간을 할애하겠습니다.
아빠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마당 창밖으로 빨간꽃이 보이잖아. 그거 할머니야. 할머니가 거기 있으니까 아빠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죽음이라는 게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냥 단순히 존재 양식의 변화인 거잖아.
작년 한해 동안 내 장편 영화 너와 나를 찍으면서 나는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어. 그리고 그 영화를 준비하는 6년의 시간 동안 내게 아주 중요했던 이름들, 박길래 선생님, 김용균 군, 변희수 하사 그리고 이경택 군, 외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 아랑쓰 그리고 세월호의 아이들 특히나 예진이, 영은이, 슬라바, 정무....
나는 이들이 분명히 죽은 뒤에도 여기에 있다고 믿어. 그러니까 아빠 무서워 하지 말고 마지막 시간 아름답게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소란스러운 일 잘 정리하고 도로 금방 가겠습니다. 편안하게 잘 자고 있으세요. 사랑합니다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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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없다고. 문장은 그저 사람을 바꿀 수 있을 뿐이고, 세상을 바꾸는 건 그 사람이다. 문장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이미 살고 있는 어떤 세상을 공고하게 다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떤 문장은 기존의 세상을 더욱 더 닫히게 한다. 그리고 사람이 세상을 바꿀 때, 필요한 능력이 '격물', 대상에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다. 문장을 읽고 변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게 했다면 그 문장에도 조금의 몫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문장의 힘은 아주 미약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원래 세상을 바꿀 자질을 지니고 있던 사람이 행동을 하는데 어떤 문장이 자극이 되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 경우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방아쇠' 역할을 할 계기였고, 그것이 어쩌다 문장이었을 뿐이다. 타인들의 삶을 묘사한 문장들을 많이 접하며, 그때마다 근육을 단련하듯 삶의 태도를 지닐 수 있게 되었다면, 문장 하나하나는 그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만큼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내가 독서를 통해 기대하는 것이 후자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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