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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에 차이가 있는 벽으로 둘러싸인 물통에 물을 채울 경우 가장 낮은 벽 부분으로 물이 흘러넘칠 것이기 때문에 그 물통으로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은 가장 낮은 벽 부분의 높이에 의해 결정된다. 그 물통이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벽 부분을 높여야 하며, 가장 낮은 부분을 그대로 둔 채 높은 부분을 아무리 더 높게 해보았자 그 물통이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하나도 증가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낮은 벽 부분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노동법이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의 포용력은 그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받는 대우와 존중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사회의 포용력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의 대우를 개선해야만 하며, 부유하고 강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대우 수준을 높이는 것은 사회의 포용력 수준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취약 계층의 대우 수준은 그대로 둔 채 부유하고 강한 계층의 대우만 향상할 경우 계층 간의 격차를 늘려 상대적 불평등만을 심화시킴으로써 사회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대시킬 따름이다. 다수결 원리에 의해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보장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포용력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헌법으로부터 사법권을 부여받은 법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불환과 환불균(不患寡 患不均)", 즉 '절대적 빈곤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 불평등을 걱정하여야 한다'(論語 季氏篇)라고 했고, 또한 "주급불계부(周急不繼富)", 즉 '절박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 것이지 부자에게 부를 더 보태 줄 것은 아니다'((論語 雍也篇)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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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엔에스를 통해 매일 ‘새벽이’의 소식을 본다. 새벽이는 동물권단체 ‘디엑스이-코리아’의 활동가들이 공장식 축산 현장에서 ‘구조’한 국내 최초 돼지다. 기적처럼 살아 한 살을 맞이한 새벽이는 활동가들이 마련한 안식처 ‘생추어리’에서 기쁨과 슬픔, 자유와 외로움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활동가들이 전하는 새벽이의 소식엔 놀랍고 새로운 감각이 가득하다. 나는 그들로부터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언어에 담긴 세계관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들로부터 차별이나 폭력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해방이나 연대, 인간다움이나 아름다움, 사랑과 혁명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싶다. 이 세계를 감각하는 동물적 능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그것을 인간의 언어로 설명해내고 싶다는 불가능한 꿈을 꾼다. 더 많은 ‘새벽이들’이 무사히 늙어가는 세계를 현실에서 짓고 싶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함께해주면 좋겠다. (새벽이가 있는 블로그: blog.naver.com/dawnsanctu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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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변명합니다. 이게 제가 책을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스피노자는 "모든 한정은 부정이다"라고 했지요. 사랑하기 위한 조건을 줄줄이 내걸고 나서야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생활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책을 정말 사랑한다면 문자의 형태로 책에 박혀 있는 지식이나 서사뿐만이 아니라, 책에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 책에 서린 정신, 책에서 나는 냄새, 책을 어루만질 때의 감촉, 책을 파는 공간, 책을 읽는 시간 등이 모두 모이고 모여 책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이루어낸다는 것이지요. 


제게 좋은 책이란 너무나 흥미로워 한번 손에 들면 단숨에 끝까지 독파해버릴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글자들을 읽어 내려가는 일보다 문단과 문단,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여백을 발견하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독서라는 행위는 읽고 있는 순간들의 총합이 아닌 셈입니다. 독서는 바깥세상의 흐름에서 벗어나 책 속에 구현된 세계 속으로 뛰어들 때 시작되지만, 책 속의 세계에서 언뜻 일렁이는 어떤 그림자의 의미를 다시금 이 세상에 되비쳐 볼 때 비로소 완성되기도 합니다. 책읽기란 결국 철조망이 촘촘하게 쳐진 뻘밭 같은 세월 속을 헤쳐 나가는 우리의 서툰 포복술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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