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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불행학 특강 - 세 번의 죽음과 서른 여섯 권의 책
마리샤 페슬 지음, 이미선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아버지는 아이들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여행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나 <탐험의 시대>에서 몽트로즈 세인트 밀레가 한 말을 생각해보렴. '가만히 있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어리석음은 곧 죽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처럼 살게 될 것이다. 교실에서 네 옆에 앉는 여학생은 살이 쪄서 넓적해진 백인 부모의 잔소리로 가득한 네모난 하얀 집이 있는 메이플 거리밖엔 모르고 살 거야. 그러나 너는 여행후에 메이플 거리뿐만 아니라 황야와 유적지, 카니발과 달레 대해서도 알게 될 거야." – 37쪽
주인공 블루의 이름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카시우스 블루라는 나비이름에서 지었다. 블루는 나비처럼 정치학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서 미국을 여행다니다 지방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세인트 골웨이 3학년에 다니게 되면서 미스테리의 세계로 독자들을 소개한다. 아버지와 딸이 여행다니는것이 마치 영화 <로리타>가 떠오른다.
36개의 장은 책 제목으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가를 알려준다. 책을 읽기전에는 오셀로, 젊은 예술가의 초상 등 제목에 등장하는 소설을 설명해주는 고전소설 해설책인줄 짐작했었다.
하지만 책 제목에 맞추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36장의 제목으로 나오는 36권의책을 몰라도 이 책을 읽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그럴 경우에는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수가 없다. 두껍지만 난해하지는 않고 읽으면서 빠져들게 하지만 가벼운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패러디를 이해할려면 원본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듯이 이 책도 36권의 책에 대한 줄거리라도 알고 읽어야 한다.
블루는 영화를 가르치는 한나 선생님의 추천으로 교내 모임인 블루블러드와 어울린다. 한나 선생님의 친구의 죽음과 산에서 한나선생님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블루는 미스테리의 세계로 뛰어들서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세계를 안내한다. 한나는 누구인가? 아버지가 여행을 다닌 이유도 그것때문인가?
이 책에서는 미국 사회문화, 역사, 고전이 책에 숨쉴틈없이 등장해서 지적인 긴장을 맛보게 해주고 그래서 역자의 번역에 감사한다.
"네 삶이 끝날 때까지 네 공부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가 말했다.
"네가 밝은 길을 가기를 바란다. 네가 진실,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네 자신의 진실을 위해 싸우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까지 알게 된 그 어떤 것보다도 네가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이론미며 원칙이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 503쪽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엮어나갈 때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각자 본인의 책임이다."
"설사 네가 대단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해도 네 삶의 이야기는 네브래스카만큼 지루할 수 있다. 그것은 다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바로 네 자신의 잘못이다. 수 킬로미터의 옥수수 밭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 너 자신 이외의 믿을 만한 것을 찾아라. 위선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 이유면 더 좋겠지. 그런 다음 달려들어 싸워라. 사람들이 여전히 티셔츠에 체 게바라 사진을 인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 111쪽
책을 다 읽고나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화 <정사>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