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모자 울음을 터뜨리다 - 독일 올덴부르크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10
베아테 테레자 하니케 지음, 유혜자 옮김 / 대교출판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성폭행의 악순환, 진실을 외면한 침묵에 절망하지만 내편이 있다면 용기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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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시즈코상 -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이름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로 감동을 준 사노 요코가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사람, 친정 엄마와의 애증을 고백한 감동에세이다. 이 땅의 자식은 그 누구도 부모에게 잘 했다고 자신할 수 없으리라. 이 책을 보는 내내 반성과 후회와 더불어, 부모를 감당하지 않으려는 자식들의 이기심에 부끄럽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시부모와 친정 부모에 대한 감정의 폭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다는 것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에 많이 읽을 수 없었고, 일 주일이나 끼고 읽으며 참회하는 심정이었다.  

내 엄마는 어떤 엄마였고, 나는 어떤 엄마인가? 사노 요코의 고백을 읽으며 나를 대입시키고 비춰보게 된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독자의 감성을 움직인 작품이라면, 사노 요코의 <나의 엄마 시즈코상>은 작가의 경우를 솔직히 털어 놓으며, 부모를 섬기는 방법과 자신의 노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쩌며 자신의 치부 하나쯤 꽁꽁 묶어둔 채, 아무렇지 않은 척 살다가 솔직한 그녀의 고백에 마음의 빗장이 무장해제 당하는 느낌이다.   

사노 요코의 어머니 시즈코상은 분명 보통의 엄마들과 다른 독특한 분이었다. 요코는 어려서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고, 잘한 일에도 칭찬이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동생들을 낳아 키우면서도 엄마가 감당해야 할 일을 맏딸인 요코에게 맡겨버린다는 느낌도 들었다. 반면 아빠의 든든한 사랑과 지원을 받은 요코는, 엄마가 여자로서 질투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는 음식도 잘 만들고 살림을 정갈하게 하는 솜씨꾼이었고, 항상 화장을 하고 집에서나 외출해도 흐트러지지 않았다.사교성이 좋아 사람들과 교류하면 금세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돈으로 버렸다. 사랑 대신 돈을 지불했다.(30쪽)

내가 어머니를 사랑했더라면 지금처럼 돈을 쏟아붓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반 병실에 어머니를 모셔 놓고도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이 비싼 실버타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38쪽)   
가족이란 비열한 집단이다. 타인을 가족처럼 샅샅이 알게 된다면 친구도 지인도 소멸할 것이다.(114쪽) 

 
요코는 어머니와 살가운 사이가 아니다. 세상엔 자기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자식들이 많다는 걸 알기까지, 본인만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많이 괴로워했다. 엄마와 함께 살만큼 애정이 없어 실버타운에 맡기고, 사랑 대신 돈으로 엄마를 버렸다고 자책한다. 엄마가 자신에게 못되게 굴었다는 걸, 나이 먹으면서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는 요코는, 엄마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자식 일곱을 낳아 셋을 잃었고, 겨우 마흔 둘에 미망인이 된 어머니에게, 열아홉 살 맏딸은 의지하며 친구처럼 지낼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돈도 집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뜬 남편을 대신해 자식들을 벌어 먹이기 위해 얼마나 고달픈 인생이었으랴. 자식들이 알지 못하는 엄마의 고통과 외로움도 있었겠지... 

요코는 "나는 어머니를 어머니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싫어했다." (135쪽)고 말한다. 요코는 어머니를 만질수 없을만큼 싫어했다. 요코의 어머니가 냉정하고 지나치게 이기적인 면도 분명 있었다. 친정 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음에도 돌아가시기까지 자주 찾지 않았고, 장애 동생들도 철저히 외면했다. 그 모든 짐을 천사표 이모가 맡았지만, 이모는 행복하게 감당했다. 사람 됨됨이와 그릇의 차이가 실감되는 이모였다. 가족이기에 관계를 끊거나 버릴 수 없는 숙명, 그 짐을 지고 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요코의 어머니는 20년 동안 애지중지했던 자신의 집에서 며느리 손에 쫒겨났다. 세 명의 친딸도 도망쳤으니 며느리도 힘들 거라고만 짐작했던 딸들은 늦게서야 어머니가 그동안 늘어놓은 며느리의 험담이 사실이었다는 걸 알았다. 혜택만 누리고 의무를 저버린 요코의 어머니 시즈코상은 결국 자신도 버림을 받은 것이다. 사람 일은 정말 알 수 없다. 누구도 늙음을 피해 갈 수 없듯이 우리 모두 노인이 된다. 친정 부모나 시부모의 현재가 결국 나의 미래라는 것을 인정하면, 조금 더 넉넉하게 마음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내 친정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7년을 혼자 지내셨다. 고향으로 이사한 작은 언니가 가끔 엄마를 모셔가 1~2주 쯤 함께 있는 정도였다. 언니는 친정엄마인데도 새 반찬이 없으면 "얘, 왜 이렇게 입맛이 없다니?"말하는 엄마가 이쁘지 않다고 말했고, 2주 이상 계실 땐 솔직히 엄마가 귀찮아져서 모셔다 놓고 마음으로 죄를 짓는게 괴롭다며 울먹거렸다. 친정엄마도 그럴진대 하물며 시어머니를 이뻐할 며느리가 있겠느냐고도 했다. 더구나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해 같이 살자고 했을 땐 거절하더니, 늙고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며느리가 곱게 여길 수 없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친정엄마는 오빠집으로 들어가고 3개월이 지나 며느리와 소원해졌고, 결국 5개월만에 동생이 모셔갔다. 한 식구가 되려면 미움과 다툼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한가 보다. 

예닐곱 살이었을까? 동생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  
"나는 멀리 시집갈거야~"

라는 내 말에, 자기도 멀리 시집간다고 해서
"너는 아들이니까 시집가는 게 아니고, 색시한테 장가 들어 엄마 아버지 모시고 사는 거야~" 
라고 했더니
"엉아(형아) 있는데~"
라는 말을 했다. 살면서 그 얘기만 나오면 약코가 죽었던 내 동생은 늘 형보다 잘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102살까지 장수한 시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내 시어머니는, 당신은 할머니께 친절하고 상냥하게 못하는데 남들이 효부라고 하는게 싫다고 하셨다. 더구나 여기저기서 주는 효부상, 효행상을 부담스러워 하셨다. 시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시기 한 해 전까지 평생 며느리로만 살아서 같은 여자로 생각할 때 짠한 마음이 컷다. 큰동서는 시할머니와 시부모를 모시고 4대가 함께 20년 넘게 살았으니, 어찌 스트레스가 없었으며 힘든 일이 없었으랴! 어쩌면 시어머니와 큰동서의 암은 그렇게 산 세월이 준 병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시부모나 친정부모를 모시고 살지 않은 사람은, 함께 사는 그들에게 잘한다 잘못한다 탓할 자격이 없다고... 나는 말한다. 특히 시누이들이 나서서 간섭하고 잘잘못을 탓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그래서 친정엄마의 일도 일체 침묵하고 지켜보는 중이다. 나 역시 혼자 남은 시아버지를 선뜻 모시고 살겠다 하지 않은 죄인이고, 친정엄마를 모셔와 살거 아니라면 어떤 말도 공염불이고 간섭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 자체가 애증을 먹고 사니까, 싸움도 해결도 당사자들이 풀어가며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야 진짜 가족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요코는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많은 기억을 잃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노인이 되어서야 50년간 짓눌렀던 자책감에서 해방되었다. 누군가에게 용서받은 느낌, 신에게 용서받는거 보다 스스로에게 용서받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엄마가 치매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모녀간의 애증을 풀 기회도 없었을테니, 지금까지 살아 치매에 걸려줘서 고마운 엄마. 그 어머니를 만질 수도 없었던 요코가 어머니와 한 이불 속에서, 가르지 않은 젓가락처럼 꼭 붙어 자장가를 불러주며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은 화해의 절정이었다. 

노래하면서 나는 어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예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던 말이 튀어나왔다.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나는 거의 흐느끼다시피 말했다.
"전 못된 아이였어요. 미안해요."
어머니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던 것일까?
"나야말로 미안하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폭발했다.
"엄마, 치매에 걸려줘서 고마워요. 하느님, 어머니를 이렇게 만들어 주셔셔 고맙습니다."
수십 년 동안이나 내 안에서 응어리져 있던 혐오감이 빙산에 뜨거운 물을 부은 것처럼 녹았다. 끝없이 김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어머니는 평생분의 '고맙다'와 '미안하다'를 치매에 걸리고 나서야 양동이째 쏟아붓다시피 하며 비운 것일까?  (200~201쪽)

 


작고 노르끄레해진 어머니의 손, 그 작은 손으로 자식들 먹여 살리며 모든 걸 감당해야 했던 어머니를 버렸기 때문에, 결국 어머니에게 다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진솔한 고백이 마음을 울렸다. 사랑하지 않은 엄마라 짐으로만 여겼던 요코. 먼 길을 돌아 돌아 애증도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확인시킨 요코의 어머니는 2006년 8월 20일 아침 아홉 시 반, 93세에 돌아가셨다. 꿈꾸던대로 도쿄대 출신이었던 남편과 산 세월은 20년이었지만 존경했으며, 나머지 50년을 딸과 애증의 세월을 살다 간 시즈코상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었다. 

내 젊은 날, 스무 살에 찾았던 인천영락원 입구에 써 있던 말을 기억하며, 늙은 부모님의 현재가 결국은 나의 미래라는 걸 깨닫는다.

나 늙어 노인되고,
노인 젊어 나였으니
나와 노인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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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1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10-3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와 자식의 문제는, 핵가족 속의 핵폭탄인 것 같습니다.
갈수록 쉽지 않은 문제일 거라 생각합니다.
애증의 물결은 거리감을 더 넓게 하기 쉽겠지만, 그 거리를 당기는 일은... 쉽지 않은 문제라 생각합니다.

순오기 2010-11-01 01:57   좋아요 0 | URL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미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 넣지 않으려는 게 핵가족의 본심이죠.ㅜㅜ
자식이 버린다는 생각만 안한다면 노인들 스스로 시설로 가야되는 세상 아닌가 생각중...ㅠㅠ

2010-11-01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1-0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언니~~ 잘 지내셨어요? 와락~~ㅎㅎ
오랜만에 들려 읽는 첫번째 글이 마음은 짠하게 하지만 확 닿는 글이네요.
어여 마무리를 보고싶어요.^^

순오기 2010-11-01 17:22   좋아요 0 | URL
마음이 무거워서 마무리가 쉽지 않았어요.ㅜㅜ

마녀고양이 2010-11-0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는 이 책 못 읽을거 같아요...
아무래도 죄지은게 많아서, 내내 울다가 지쳐 잠들까봐 무서워요. 에그.

순오기 2010-11-02 21:20   좋아요 0 | URL
책 자체가 슬프지는 않아요~ 재밌고 유쾌하게 읽히는데
자기 문제 때문에 무겁지요.

2010-11-02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1-02 21:20   좋아요 0 | URL
다들 이 책 읽으면 자기 문제로 안착하게 될 듯해요.
세상엔 애증의 관계인 모녀가 많은가 봅니다.^^

hnine 2010-11-02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이런 내용이군요.
음...읽으시면서, 그리고 리뷰 쓰시면서도 내내 마음이 좀, 무거우셨겠어요. 저는 이 리뷰 읽으면서도 벌써 마음이 가라앉는데요.

순오기 2010-11-02 21:21   좋아요 0 | URL
사적인 얘기를 더 넣었다가 너무 불편해서 삭제했어요.
대부분 오십보 백보일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2010-11-03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 운동회 사계절 그림책
임광희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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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겐 유년기 운동회의 추억을 불러오고, 어린이에겐 운동회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그림책이다. 이벤트 기간이라 가을 운동회 표지 그림과 똑같은 스케치북이 선물로 왔다.

가을 운동회를 안내해 줄 두 주인공 봄이와 여름이~ 가을이는 운동회를 하고 있을까?^^

운동회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무얼까?
달리기, 콩주머니, 훌라후프... 등등 많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운동장에 휘날리던 만국기가 아닐런지...
표지를 들추면 속지 가득 만국기가 보인다.

봄이와 여름이가 다니는 우리 초등학교의 21회 가을 운동회,
운동회 날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학교 앞 풍경이 웃음 짓게 하네요.
운동회 날은 군것질하는 맛도 있어야겠죠.ㅋㅋ

하나, 둘,셋, 넷~ 체조도 하고.
우리 때는 '국민체조 시~작, 하나 둘 셋 넷~ 소리에 맞춰 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하던 새천년 체조는 따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엔 무슨 체조를 하는지 모르겠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열심히 응원도 힌다.
봄이는 백군, 여름이는 쳥군~ 어느 편이 이길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겠죠? ^^


첫 경기는 모자 뺏기, 으하하~ 모자를 쓰고 웃고 있는 여름이를 보니 청군이 이겼어요.

두번째 공굴리기도 청군이 이겼고.
봄이는 끙~~~~ 화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중일까?ㅋㅋ

이상하게 자기가 청군이면 백군이 이기고,
자기가 백군이면 청군이 이기는 징크스가 있는 경우도 있다.
형제 자매, 남매간에 청백이 갈려 어느 편을 이기라고 응원할 수 없는 부모도 있고.^^



1학년들의 꼭두각시 춤... 청군도 백군도 따지지 않고 즐거운 시간이다.

운동회는 역시 1학년 차례가 돼야 활기를 띤다.
1학년 엄마들은 사진 찍으러 용감하게 운동장으로 들어간다.ㅋㅋ

꼭두각시 춤을 추는 아이들 하나하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수줍고 부끄러운 아이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춤을 추는 1학년은 꽃이다.

다음은 박 터뜨리기, 콩주머니를 던져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흥미진진한 박터뜨리기
높다랗게 매달린 박이 터지면 무엇이 나올까, 두근두근~~~~

와~~~~ 점심시간이다!


온 동네 잔치였던, 내 유년기 운동회에선 제일 즐거운 점심시간이었지만
요즘 초등학교 운동회는 오전 12시에 끝나기 때문에 점심은 집에 가서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 벌어지는 아빠들의 줄다리기.
누가 누가 힘이 센가, 영차 영차 응원하는 소리도 드높다.

우리 아이들 학교에선 아빠들이 아니고, 엄마들의 줄다리기가 있었다.
갑자기 안쓰던 근육을 쓰고 나면 후유증이 2~3일은 갔지만
해마다 줄다리기에 나가서 젖먹던 힘까지 쓰던 시절이 있었다.ㅋㅋ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청군이 이겼다 백군이 이겼다, 점수판은 엎치락 뒤치락~
운동회의 꽃, 마지막 경기는 이어 달리기다.

우리 삼남매 중 아무도 이어 달리기 대표로 나간 적은 없고,
학년마다 반 친구들과 하는 달리기만 하는데도 일등 한 적은 없었던 듯.^^


삼남매가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학부모도 12년, 운동회도 12년을 지켜봤다.
큰딸 1학년 때는 동생들이 어려서 사진도 많이 못 찍었고...

둘째 아들녀석은 사진 찍는 걸 싫어해서 몰래 찍어야 했고,
막내는 사진도 많이 찍고, 이쁨도 제일 많이 받았을까?^^

우리 아이들의 운동회는 점수를 내는 경쟁의 운동회가 아닌 축제의 장이었다.
해마다 빠지지 않는 훌라후프 춤, 하지만 한번도 같은 것을 하지는 않았다.
선생님들은 노래에 맞춰 안무를 짜느라 힘들겠지만, 구경하는 엄마들은 즐거웠다.

고학년들이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면 여자아이들은 부러워했다.
하지만 이런 고전무용을 발표하는 운동회도 점점 없어져 간다.
우리 학교도 막내가 고학년 되니까 민속체험으로 바뀌어 부모들이 구경하는 운동회는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멋진 운동회 풍경은, 4학년이던 아들녀석들이 했던 2004년의 민속놀이 한마당.
내가 여고시절에 했던 것을 재현해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빰바라밤, 밤바라밤~
청군이 이겼을까~ 백군이 이겼을까?
아이들은 청백군의 승패를 따지지만,
운동회가 즐거웠다면 이기고 지는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경쟁이 아닌 화합이 운동회가 추구하는 교육적 목표일테니까!

가을 운동회 그림책을 보고, 우리 아이들 운동회 사진을 보니
내 유년기의 운동회 추억도 생각난다.
그 시절은 사진이 흔치 않은 때라 졸업앨범에 실린 운동회 사진 뿐이다.

하하~ 그야말로 빛바랜 사진이다.
태권도 시범과 거북선을 앞세운 가장행렬, 기마전과 덤블링에 고전무용까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72년 운동회라 다섯 가지 없는 마을 가장행렬도 했었구나.ㅋㅋ

어린시절, 뛰놀때는 한없이 크고 넓었던 운동장이었는데
삼남매의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찾은 교정은 아주 작게 느껴졌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30년이 지나고, 초등동창회를 구성하고 찾았던 교정~
그 운동장에서 뛰돌던 악동들은 어디로 가고 다들 의젓한 중년이 되었더라.ㅋㅋ

그림책 <가을 운동회> 덕분에 내 유년기의 추억과
우리 삼남매와 함께 했던 12년의 초등운동회도 되돌아보며 행복한 추억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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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1-0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멋져요. 이 책 꼭 구입하려고 찜하고 있는데...ㅎㅎ

순오기 2010-11-01 17:15   좋아요 0 | URL
나는 책을 빌미로 떠오른 운동회의 추억이 더 좋았어요.ㅋㅋ

꿈꾸는섬 2010-11-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대단하셔요. 삼나매의 운동회 사진과 더불어 순오기님의 자료들까지...역시 짱이세요.^^

순오기 2010-11-01 17:16   좋아요 0 | URL
이벤트 참여하려고 어제 종일 찾았어요~
사진을 쌓아두고 앨범에 정리하지 않은 게 많아서 힘들었어요.ㅜㅜ
게으른 자가 달게 받아야 할 벌이지만...ㅋㅋ

마녀고양이 2010-11-01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추억의 사진들을 보니 짠해져요.
어제 안 그래도, 여행 갔다 버스로 오는 길에 생각 많았는데..
버스 음악이 완전 추억의 음악 세트였거든요. 중학생 시절 생각이 막 떠오르더라구요.

순오기 2010-11-02 22:04   좋아요 0 | URL
추억을 생각한다는 건 우리가 나이를 먹었다는 거죠.^^

하늘바람 2010-11-0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이쁘네요
저도 구입하고픈 책이네요

순오기 2010-11-02 22:04   좋아요 0 | URL
이뻐요~ ^^
 
가을 운동회 사계절 그림책
임광희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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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겐 가을운동회의 추억을, 아이에겐 운동회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최고의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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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2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1-02 22:04   좋아요 0 | URL
많던데요~ ^^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비룡소의 그림동화 5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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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기차여행 하고 싶다. 최근엔 고속버스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기차여행은 오래되었다. 자가용 시대가 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기차는 아이들의 로망인데, 장난감이나 그림책으로 대리만족하라면 너무 잔인한 거 아닐까? 아이들 어려서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경험도 좋을 거 같다.

 

이 기차는 어디를 가는 건데, 누구에게 기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하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주인공인데, 책 속에선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밤늦게 기차놀이를 하다가 엄마의 잔소리에 중지하고 잠자리에 드는 평범한 아이 누구라도 주인공이 된다.

   

칙칙폭폭~ 까만 연기와 삽질하는 강아지를 보니 석탄을 넣어야 가는 기차구나~

 

자~ 석탄을 넣느라 삽질소리 분주하구나, 우리나라도 4대강 사업 삽질소리가 요란한데...

  

이 책에서는 기차를 원없이 볼 수 있다. 그것도 그림 기법을 달리 한 같은 기차가 수없이 나온다.

  

드디어 기차여행에 초대하지 않은 첫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코끼리를 보자 다짜고짜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고함을 친다.
대체, 왜 코끼리는 허락도 없이 기차에 탔고,
코끼리가 기차에 탄 사정도 들어보지 않고 내라라고 하는 걸까? 

  

"제발, 나도 기차에 태워 줘.
사람들니 내 상아를 잘라 가려고 해.
자꾸 이러다간 우리 코끼리들은 살아 남지 못할 거야."

아~ 이것도 사람이 욕심이 부른 문제로구나!
코끼를 기차에 태운 친구들은 날씨가 더워 헤엄칠 데가 있는지 찾아본다. 
왼쪽엔 연필삽화, 오른쪽엔 색칠이 된 그림으로 이야기를 꾸며간다.

  

다음엔 물개가 기차에 탔고, 코끼리까지 합세한 친구들은 기차에서 내리라고 고함을 지르고.
물개는 사람들이 물을 더럽히고, 물고기를 너무 많아 잡아 가서 물개들이 살아 남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등장하는 동물은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 구조로 반복되고, 동물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그들의 현실을 고발한다.
문제는 모두 인간의 욕심과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는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
아이들 그림책에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생명존중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키는 버닝햄의 그림책은 역시 명작이다.
거기에 어린이들이 흥미를 갖고 재밌게 볼 수 있도록 그 동물들과 할 수 있는 놀이도 하나씩 추가된다. 

   

기차에 타게 해달라고 사정하던 동물들은, 자기도 사정하던 입장이었던 걸 금세 잊고 다른 동물에게 기차에서 내리라고 소리친다. 하하~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격이다. 아이들은 이런 반복성을 재밌어 한다. 어떤 동물이 무슨 사정으로 기차에 타게 됐는지 하나씩 짝을 지어 보는 것도 독후활동으로 좋겠다.  

 

동물들은 모두 함께 탄 기차에서 신나는 놀이를 찾아 밤새 즐기지만, 아침 일찍 학교를 가야 되니까 돌아가야 한다.

  

아침에 잠을 깨우러 온 엄마는, 우리집에 웬 동물이 이리 많으냐고 묻는다.
현관에는 코끼리가, 목욕탕에는 물개가, 세탁실에는 두루미가, 계단에는 호랑이가
냉장고 옆에는 북극곰이 있다고,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궁금해 하는데...

 

우리는 그 이유를 알지요?ㅋㅋ 
제목만 들을 때는 아주 못된 깡패녀석이라도 나오는 줄 알았는데, 모두가 친구가 되어 밤새 즐겁게 놀았다.
오직 혼자만 잘 살겠다고 온갖 못된 짓과 욕심을 부리는 인간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ㅜㅜ 

코끼리, 물개, 두루미, 호랑이, 북극 곰은 왜 기차에 타게 되었는지,
깊이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보인다.
동심으로 돌아가 모두가 친구가 되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엇이나 아껴 쓰고 욕심 부리지 않는 것이 더불어 사는 지혜라고 가르쳐 주는 멋진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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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1-0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만 봐도 누구의 책인지 알 수 있어요.ㅎㅎ

순오기 2010-11-01 17:17   좋아요 0 | URL
매니아들은 그림만 봐도 알 수 있죠~ ^^

하늘바람 2010-11-0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제목이 넘 재미나요

순오기 2010-11-02 22:05   좋아요 0 | URL
왜 기차에서 내리라고 했는지 알고 나면 그저 재밌다고 하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