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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재수 없는 날 ㅣ 이야기 보물창고 11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글, 원지인 옮김, 수잔나 나티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왕재수 없는 날'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아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아이들이 공감한다면 충분히 사랑받을 책이다.
더구나,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2008년 여름방학 권장도서로 뽑혔으니,
이 책을 읽은 어른들도 공감했다는 증거 아닐까? ^^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거나 일이 꼬이는 날이 있다.
바로 이런 걸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던가!
주인공 '로널드 모건'에게 머피의 법칙이 통한 날, 바로 '왕재수 없는 날'이다.
책상 밑으로 떨어뜨린 연필을 주우러 들어갔는데 '굼벵이'라 불렸다.
(초등저학년들은 굼벵이를 아는 아이와 모르는 아이로 나뉘어 좀 시끄러웠다.^^)
숙제 검사를 맡으려는데 엄마가 사인을 안해서, 엄마가 난처할까봐 슬쩍 사인 했더니
선생님은 그건 나쁜 짓이란다. 게다가 엄마 이름도 틀리게 적었으니 망신이다.
배가 고파 소시지 샌드위치를 몰래 꺼내 먹었는데, 내가 싸온 게 아니라 지미가 싸온 것이었다.
연습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났다.
거기다 꼴지 분단에 앉은 로즈마리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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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로켓' 분단의 책 읽기 시간 내 차례가 되었는데
'농부가 사는 농장이 보였어요'를 '농장이 사는 농부가 보였어요'라고 읽었다.
또 집으로 돌아오기 전 화분에 물을 주다가 화분을 깨뜨렸다.
왜 재수 없는 일만 일어나는 것일까? 일부러 그런게 아닌데도 말이다.
온통 먹빛같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때
타일러 선생님이 쪽지를 내밀었다. 혼자 읽기 어려우면 엄마의 도움을 받으라고...
"네가 우울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내 마음이 아프구나."
모건에게 공감해 주는 선생님의 편지는 단박에 우울한 마음을 바꿔주었다.
교육학자들은 말한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먼저 아이의 마음에 공감을 표하라고...
이 책이 좋은 책으로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책으로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어린 독자들이 좋아하는 이유도 선생님의 위로와 공감에 있을 것이다.
제일 늦게 와서 혼자 이 책을 읽은 1학년 세은이는 독서록에 이렇게 적었다.
"로널드 모건은 왕재수 없는 날이었지만
모건의 마음을 선생님이 알아 주어서 '왕재수 있는 날'이 되었어요."
아무런 교육이론을 갖지 않은 1학년도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소리를 다 알아 들었다.^^
타일러 선생님의 편지를 혼자서 읽어 낸 모건은 글을 모르는 아이가 아니었다.
단지 종일 재수없는 일로 기분이 나빠서 책을 잘못 읽었을 뿐이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가장 친한 친구 마이클에게 자랑하는 걸 보면 천진한 어린이다.
모건은 순수한 마음으로 내일 선생님 생일에 화분을 선물해야지 생각하지만,
학부모 마인드가 작동한 나는
편지에 선생님 생일이라고 꼭 써야 했을까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요즘은 '모둠'이란 예쁜 우리말을 쓰는데 분단이라 번역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그 모둠의 이름이 '인공위성' '우리별' '로켓'이라는 것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