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4일에 시작된 제7회 빛고을 독서마라톤이 10월 10일 오늘 끝난다.
4월 13일에 타조코스 15,000쪽 읽기에 도전하여 마감 4시간여를 앞두고 목표를 달성했다.
2009년 4회부터 참여해 올해로 네번째 도전인데, 완주에 집중하느라 해마다 리뷰쓰기는 소홀했다.
이번주 내내 오전에 교육청에서 외부강사 역량강화 연수로 빡센 일정에 사흘째 되니 몸도 힘들고
혹시라도 완주를 못할까봐 오늘 밤은 세밀화 모임엔 나가지 않았는데, 다행이 일찍 마무리를 했다.
4월 13일, <나는 코끼리였다>를 시작으로 10월 10일 <무등산 역사길이 내게로 왔다>로 마무리된 독서마라톤!
독서기록에는 어린이 책과 그림책도 있고, 한 권을 다 끝내지 않고 읽은 쪽수만 기록한 책도 있지만 총 82권을 등록했다.
4/13 나는 코끼리였다
역도선수 장미란을 닮은 정우성은 코끼리처럼 뚱뚱하고 틱장애를 갖고 있어 왕따 당하는 6학년 소년이다. 우성의 머릿속에는 바오밥 녀석이 살고 있어 아무때나 이상한 소리를 낸다. 우성은 자신을 따돌린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복수를 한 형 때문에 전학을 하고 부모님과 떨어져 형과 같이 지낸다. 형은 열일곱 살이 많고 우성의 다이어트를 위해 엄격히 관리하지만, 우성은 형이 없는 틈에 치킨과 피자를 시켜먹는다. 우성은 밥이나 축내는 돼지처럼 살지 말고 미래도 생각하라는 형의 잔소리에 전생에 죄를 지어 틱을 하는 멍충이가 되었나 상상한다. 전생사이트에 가입해 국제전화로 헤르메스와 대화하면서 아홉 번의 전생체험을 하게 된다. 우성의 전생은 제비, 대나무, 엉겅퀴, 쥐, 까마귀, 나비, 소, 개, 코끼리로 한 생을 마감하면서 '인간이 되는 것'을 간절히 원했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게 원하던 인간이 되었는데 돼지처럼 산다는 건 말이 안되지 않는가? 자신을 돌아보게 된 우성은, 어려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책을 읽어주던 '엉아'가 ....우성이 태어나 열일곱 살에 아빠가 되어야 했던 형, 그의 빛나는 인생은 끝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형제가 아닌 아빠와 아들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멋진 반전에 찡한 감동의 쓰나미...
<꼬리 잘린 생쥐> <엄마 사용법>은 리뷰를 썼고...
4/18 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났어요
숲 생태계의 순환을 보여주는 그림책. 한 그루의 나무가 생산자로서 소비자 및 분해자에 의해 본래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더불어 사는 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쓰러진 나무에 깃들어 사는 작은 곤충과 미생물들은 먹이사슬 위 단계의 것들을 불러들여 나무 한 그루가 온전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경이로운 과정의 주인공들이다. 쓰러진 나무 한그루가 온전히 죽어서 더 많은 생물들로 다시 태어나는 생태계의 순환은 경이롭고 조화롭다.
4/18 흙
토양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그림책이다. 토양은 공기나 물처럼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자원이다. 모든 생명체는 토양에서 나와 생태계의 원리대로 순환하는 것이다. 모든 음식물은 토양에서 얻을 수 있다. 토양은 본래 바위가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다. 바위는 비와 얼음과 바람에 의해 서서히 닳아져서 침전물이라 불리는 작은 조각이 된다. 이 침천물은 크기와 특성에 따라 자갈, 모래, 침적토, 점토로 구분한다. 모래와 침적토와 점토가 고르게 섞여 있는 것이 가장 좋은 토양이다.
4/18 고구마는 맛있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고구마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고구마 순을 내어 5~6월에 옮겨 심고 뿌리가 내리면 땅 속에서 주렁주렁 고구마가 달린다. 순을 심은지 두 달쯤 지나면 고구마 알이 굵어져 수확을 해 주식과 간식으로 먹는다. 고구마는 뿌리만 먹는 게 아니라 줄기는 김치를 담그거나 나물로 먹을 수 있고, 잎사귀도 나물을 하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덩굴은 소나 돼지의 먹이가 되고, 고구마 가루로는 떡이나 엿, 당면을 만들고 약이나 공업 원료로 쓰기도 한다. 고구마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귀한 먹을거리다. 고구마 외에도 뿌리를 먹는 감자, 도라지, 더덕, 칡, 토란, 마, 연뿌리, 나리 뿌리의 쓰임도 설명해 놓아 유익하다.
4/23 별이 된 소년
아~ 이 책 정말 너무 좋다, 칠레의 국민적 사랑을 받은 20세기 유명한 시인이며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블로 네루다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인데 반짝반짝 빛나는 별빛같은 문장이 사로잡는다. 무언가를 관찰하고 끊임없이 상상하는 소년 네프탈리는 빼빼마른 말라깽이로 몸이 약하다. 엄격한 가부장의 전형적인 아버지는 자녀들 미래와 생각까지 통제하는 폭군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막일을 전전하던 아버지는 철도회사에서 일하지만 자식들은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원한다. 그것 또한 아버지의 사랑이겠지만,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친밀감을 가지며 사랑하기는 쉽지 않겠다. 다행히 새엄마인 마마드레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주며 숨통을 틔워준다.... 관심분야에 몰입하는 네프탈리를 얼빠진 녀석으로 치부하던 아버지는 소년의 글쓰기도 용납하지 않고 불태워버린다. 소년은 대학생이 되어 비로소 아버지 품을 떠나 '파블로 네루다'라는 필명을 갖게 된다. 아버지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식이며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치는 시인이 된 것이다.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이 피터 시스의 점묘법 삽화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책이다.
5/6 신기루
열다섯 살 다인이는 마흔 다섯이 된 엄마와 엄마의 여고동창들과 함께 몽골로 여행을 떠난다. 잘난 오빠에 치이고 아들바보인 엄마에게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지만 활달한 여중생이다. 엄마 친구들의 특징을 잡아 듣보작가, 실적미달, 최강동안, 바람맞은, 대박논술, 카이스트 등으로 명명한다. 여행가이드인 바뜨르는 다인이가 좋아하는 야누스이 지노를 닮았다. 가슴 두근거리며 첫사랑을 꿈꾸는 여중생의 상상은 나까지 여중생이 된 듯 추억을 불러온다. 엄마에게 짜증내고 투덕거리는 모습은 여늬 모녀와 별반 다르지 않다. 1부 넷째날까지는 다인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술되고, 2부는 엄마 양숙희 여사의 진술로 진행된다. 다인이와 엄마의 여행은 결국 엄마의 엄마, 즉 모녀 3대의 애증과 화해를 풀어가며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5/6 꿈틀꿈틀 흙이 있어요
세상의 생명을 품어서 키워내는 흙은 위대해요, 세상의 생명 있는 것들은 흙이 없으면 살 수 없죠. 모두 흙에서 나와 다시 흙으로 돌아가지요 흙에 대한 기초적인 것들을 쉽게 알려주는 그림책으로 유치부나 초등생들에게 유익하지요. 숲해설 공부하면서 어려운 책보다 그림책을 보면 쉽게 이해돼서 다시 찾아 읽게 되네요.^^
5/8 들꽃아이
첫발령을 받은 다음해 6학년을 맡은 김선생님은 보선이가 꺾어다 꽂아 놓은 꽃들에 눈길이 닿는다. 아이의 고운 마음에 선생님도 아이들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정작 꽃이름을 알지 못한다. 선생님은 도감을 찾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게 되고 모두들 꽃에 관심을 갖는다. 중학교 입시를 치루던 때라 6학년 아이들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공부에 열중하는데 집이 먼 보선이는 후래쉬를 비추며 학교에 다닌다는 걸 알게 된다. 선생님은 보선이 집에 찾아가던 중 수많은 풀꽃에 마음을 빼앗기며 보선이와 같은 마음이 되어 본다.
5/8 빅 네이트
39주간 뮤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가진 시리즈 도서로 1권은 '교실은 내가 접수한다!'는 부제가 붙어 있다. 6학년인 네이트 라이트는 모범생은 아니지만 창의성이 뛰어난 아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말썽쟁이로 반성의 시간이 필요한 아이로 벌점 스티커를, 하루에 일곱 개를 받은 아이 신기록을 세운다. 사실 유머와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지만 선생님들에겐 쓸데없는 짓이나 하는 녀석으로 각인됐다. 단짝 친구 테디와 프랜시스와 함께 좌충우돌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 하루의 학교생활이 간결한 만화와 더불어 재밌게 그려졌다. 그림 실력도 뛰어난 네이트는 말썽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장점도 많은 녀석이다. 이런 아이들이 문제아로 취급되지 않고 그 탁월한 상상력과 창의성이 인정받는 교육현장은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가 보다. 네이트의 웃음 코드를 이해할만한 초등 고학년을 물론이고 선생님과 부모가 읽어야 할 책이다. 이런 책들 읽고 나면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한발 다가서는 느낌이다.
5/8 모두 함께 지은 우리집
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이사한 느림씨 가족은 시골생활 3년만에 자기 집을 짓는다. 서두를 것 없는 느림씨 가족은 천천히 집터를 고르고 흙벽돌을 찍으며 세월아 네월아 집을 짓는다. 보다 못한 마을 주민들은 어느 세월에 집이 될까 싶어 같이 거들고 놀러왔던 엄마 아빠의 친구들도 품을 돕는다. 모두가 힘을 합쳐 친환경의 집을 짓는 과정이 잘 그려졌다. 집짓기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배우고 협력하는 마을 공동체에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5/9 양말들판
일본의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헌양말을 가져오게 하여 신발 위에 덧신고 들판에 나가 걷게 한다. 마음껏 뛰놀던 아이들은 양말을 벗어 비닐에 담고 유치원으로 돌아와 그 양말을 화분에 심는다. 양말을 심은 화분에선 각자 다른 풀이 자라난다. 양말에 묻은 씨앗이 화분 속에서 싹을 튀운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산교육이라 생각되어 작은 감동을 받은 그림책이다.
5/9 강은 다시 맑아질 거야
강이 스스로 정화능력을 갖고 그 안에 깃든 것들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인간이 오염시킨 강물을 정화시켜가는 것처럼 자연을 스스로 그렇게 살아나간다. 강과 습지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을 해코지하는 4대강 사업은 재앙을 불러주는 천벌 받을 사업이다. 천혜의 습지를 파괴한 현장을 보고오니 그 참담함에 가슴이 벌렁거렸다.
5/11 남쪽의 초원 순난앵
아~ 이 책은 정말 가슴이 아프지만 또한 아름답다. 이런 이야기로 어린이를 위로할 줄 아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를 잃고 굶주리거나 학대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은 도처에 있을 것이기에, 순난앵은 세계 어디든지 있을 마을이다. 절망하는 아이들 마음에 사랑과 희망을 싹틔울 수 있으면 순난앵 마을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것이다. 부모를 잃은 안나와 마티아스를 데려온 농부는 그 아이들이 가엽거나 사랑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일을 시키기 위해서였다니 참 못됐다. 연약한 손으로 우유를 짜고 외양간 청소를 하면서도 청어를 절인 소금물에 감자를 찍어먹을 뿐이다. 예닐곱 살 밖에 안된 아이 입에서 "이제 다시는 즐거운 일이 생기기 않을 것 같아. 나는 오래 살 수 없을 것 같아. 겨울이 오기 전에 죽고 말거야."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어찌나 가슴 아프던지...
5/11 숲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숲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떤 변천을 겪는지 세밀화 그림을 곁들여 보여준다. 처음부터 큰 나무들이 들어와 살면서 숲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잡초와 작은 수풀의 씨앗이 날려와서 자리잡아 자라면 그것을 먹는 새와 동물들이 살러 온다. 다음엔 영양분과 물기가 적어도 잘 자라는 개척자 나무인 침엽수가 자라고, 다음엔 잎이 넓은 나무들이 들어와 자란다. 또한 죽거나 쓰러진 나무들은 그것을 먹는 미생물들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토양이 되어 더 많은 나무를 키워낸다. 숲에 어떤 나무들이 자라느냐에 따라 그 숲에 깃들어 사는 동물들도 달라진다. 개척자 단계의 소나무 아까시나무 등은 중간 단계에선 참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바뀌고, 마지막 단계에선 너도밤나무, 서어나무 등이 자라면 자연스럽게 숲의 천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숲이나 깃들어 사는 다양한 종들은 사람이 어떻게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자연은 글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다.
5/12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제목에 끌렸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혼자 중얼중얼 속내를 털어내는 방식이라 몰입과 공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느낌이다. 고딩 우리딸은 일본 중학생 이야기라 별로 공감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는 왜 공감되는 거지?^^ 내가 우리 중학생들의 현실을 모르고, 막연히 이 책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나? 어쨋든 책은 재미있었으니 됐지 뭐! 아사오카 스미레(제비꽃이란 뜻)는 열네 살 중학교 2학년이다. '대체 왜 학교 같은 제도가 세상에 있어야 하는 건가요? 왜 비슷한 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은 같은 장소에 몰아넣고 격리하는 겁니까? 모두 완전히 다른 인간들인데, 어째서 똑같은 일을 시키는가 말이에요. 어른들 편하자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라는 항의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꽤 도발적인 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착한 아이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으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스스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이들 그룹에 끼려고 눈물겹게 노력하는 아이기도 하다.
5/13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글쓰기 33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글쓰기는 기본으로 필요한 항목이므로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중고등학교의 국어교사인 저자가 학생들의 글을 예시로 실제적인 글쓰기 전략 33가지를 소개한다. 사람들과 잘 소통하기 위해서는 글쓰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며, 문장 청소년 글쓰기 사이트 글틴에 올라온 글을 분석하고 비평함으로 청소년 글의 특징을 살폈다. 크게 시, 소설, 비평분야로 나누어 글쓰기에 필요한 33가지 항목을 설명한다. 시 10가지, 소설 12가지, 비평은 11가지 총 33가지의 글쓰기 전략이 예문을 통해 쉽게 이해된다. 꽤 설득력 있는 글쓰기 방법을 제시한 훌륭한 글쓰기 지침서다.
5/14 꽃의 나라
고등학생이 된 소년은 자신의 성장기에 맞딱뜨린 폭력을 회상한다. 가정에선 아버지의 일방적인 폭력에 차라리 '개'가 되고 싶었고, 학교에선 선생님들이 툭하면 폭력을 휘둘렀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은 군대의 폭력에 속수무책이었다. 항구에서 태어난 소년은 고등학교를 광주에서 다니며 학교와 동네에서 이유도 모르고 맞는다. 그렇게 맞고 복수를 다짐하며 힘을 키운다. 먼저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도 연습하고 치고 박고 때리는 연습도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 된 80년 5월, 국가가 동원한 특수부대 군인에 의한 무차별 폭력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마치 적과 전쟁을 하는 것처럼 그네들은 광주 시민을 몽둥이로 때리고 총칼로 죽였다. 알래스카의 개처럼.
5/16 숲해설 아카데미
숲해설가 교육을 받는 내게 교과서 같은 책이다. 숲해설가는 숲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숲과 사람을 연결하고 관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나무나 풀꽃이름을 알려주는 것보다 정서적인 자극을 주어 숲을 느끼고 사랑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숲해설가가 갖추어야 할 것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숲과 인간, 숲의 생태, 숲에서 만나는 동식물과 곤충 및 야생동물에 대해 섭렵하면 나도 숲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
5/17 나무 위의 아이들
남아메리카 대륙 울창한 원시림 가장자리에 사는 산타나 가족과 농장주 셰뇨르 리폴네 이야기다. 산타나 부모는 열번째 아이를 곧 낳을 거지만, 농장주는 아홉살 아들 움베르토 하나 뿐이다. 산타나 가족은 가난해도 아이들은 행복하게 지낸다. 어느날 농장주는 더 넓은 밭을 개간하기 위해 숲을 불태우겠다고 말한다. 움베트토는 산타네 형제들과 놀면서 거들떠도 안봤던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고, 어울려 노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게 된다. 며칠 후 만난 산타나 가족은 모두 슬픈 낯빛이고, 숲을 불태운다는 아버지의 계획을 알게 된다. 산타나 형제들은 나무 위에 올라 숲을 불타는 걸 막으려하지만, 아버지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협박에 굴복해 할 수 없이 내려온다. 숲 둘레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는 찰나, 나무 위에서 움베르토의 목소리 "아빠, 저를 불태우실 건가요?"
7월에 읽은 책
7/2 동정 없는 세상
아내가 결혼했다'의 박현욱 작가, 청소년 성 담론을 주제로 성장을 얘기하는데 되게 재밌어 금세 읽힌다. 중.고딩 남학생들은 꼭 읽어야 되고, 아들을 둔 엄마라면 아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독을 권한다. 청소년의 성(性)을 가볍게 다루었지만 결코 외설스럽지 않다.
-한번 하자! -싫어-
로 시작하고 끝나는 소설이다. 사내녀석들은 이렇게 동정을 떼는 게 통과의례인가 놀랍기는 하지만, 10대가 성적으로 가장 왕성한 시기라니까 그럴 수 있겠다 이해가 된다.
7/3 19세
소설가 이순원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요샛말로 완전 대박이다
. 두번째 읽으면서도 어찌나 낄낄거렸는지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느낌이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주인공 이정수의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언행은, 부모의 지시대로 꼼짝없이 따르는 요즘 아이들이 본받을 만하다 생각됐다. 공부는 제 알아서 해야 될 일이고 장래를 결정짓는 진로선택도 본인이 해야 할 일이다. 이정수는 전교 1등도 했고 3위에 들면서 인문계가 아닌 강릉상고로 진학해 일찍 취업해 돈을 벌어 대관령에서 농장을 하리라 인생설계를 한다. 담임과 부모는 매를 들어서라도 정수를 설득하기보다, 본인의 선택을 인정해준다. 아버지는 허락하면서 '아직 어린 지금의 니를 못 믿어서이고, 또 하나는 나중에 다 자라게 되었을 때의 니를 미리 믿는다' 며 의미심장한 훈계를 하신다.
7/10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 정약용이 신유사옥으로 강진에 유배 와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모음집이다. 곁에서 성장기를 지켜보며 가르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편지에 묻어난다. 편지를 보면 다산은 참 자상한 아버지이며 엄격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거나 바르게 행동하지 않은 일에 대해선 서릿발 같은 훈계를 내리고, 칭찬하고 격려할 일에는 전형적인 인자한 아버지다. 폐족의 자식이라 과거를 보지 못한다고 글을 읽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노릇이나 하겠냐며, 읽고 또 읽으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기만 하여서는 아무 소용없으니 좋은 글은 반드시 초서를 하라고 이른다.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관심을 둘 것이며, 닭을 키우는 둘째에겐 닭에 관한 글을 모아 계경을 만들라고 한다.
7/14 별을 스치는 바람1
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 그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면서 소설에서나마 다시 만날 수 있어 기뻤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가장 악랄한 간수였던 스기야마 도잔이 죽었다. 잔인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것이다. 그날 순찰자였던 와타나베 유이치는 그가 누구에 의해 왜 죽었는지 밝히라는 소장의 지시를 받는다. 열아홉 살에 징집당해 교소도소에 배치된 젊은이는 자신의 이야기부터 풀어나간다. 윤동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독자에겐 이 과정이 좀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가 맡은 역할 때문에 이런 배경설명이 필요하긴 하다.
7/15 별을 스치는 바람 2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체실험 대상인 된 히라누마 도주 윤동주, 그가 어떻게 스러져 갔는지, 스기야마 도잔의 죽음에 어떤 음모가 있는지 밝혀진다. 하지만 소설적 구성이 독자가 추리할 겨를도 없아 바로 화자인 와타나베 유이치가 진술하는 형식이라 재미와 추리소설의 긴장감도 떨어진다. 다만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는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이렇게 죽어갔겠구나 안타까움은 더한다.
8월에 읽은 책
8/1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1 .2
학창시절 어떤 역사선생님을 만났는가에 따라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와 싫어하는 아이로 나눠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역사를 아주 쉽고 재미나게 들려준다. 이 책을 읽으면 역사를 싫어할 아이들이 없을 거 같다. 학교에서 역사 교육을 점점 소홀히 하기 때문에 가정에서라도 역사 관련도서를 부지런히 읽혀야 될 거 같다. 역사란 단순한 과거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거울이고 내일의 길잡이다. 역사는 문자로 기록하기 이전의 선사시대와 기록 이후 역사시대로 나뉜다. 기록이 없는 것은 유물과 유적을 보고 추정하며 인류가 생활하면서 사용한 도구의 재료에 따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로 분류한 건 덴마크의 고고학자 크리스티안 톰센이다. 이 책은 이야기로 풀어가는 역사와 재밌는 삽화가 아이들의 흥미를 돋을 거 같고, 사진과 지도 및 자료도 풍부해서 이해를 돕는다. 특히 개념정리가 잘 돼서 교사나 부모들이 학습 자료로 활용해도 좋을 거 같다.
한 시대가 끝나면 중요한 개념을 나선애의 정리노트로 보여주고, 용선생의 역사 카페에서 다시 보충 설명한다. 한국사 퀴즈 달인을 찾아라 코너에서 완전히 이해하고 인지했는지 확인하는 편집이라 확실하게 이해하고 기억하게 만든다. 이야기도 재밌게 술술 풀어내 금세 빠져들게 된다. 시리즈 8권을 모두 읽으면 역사의 달인으로 등극하게 될 듯....
8/5 첫사랑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의 저자 구드룬 파우제방의 청소년 소설이다. 2차대전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했다. 2차대전 당시 독일 페전바흐 마을에 살던 헨젤씨네 가족도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에 휘말린다. 독일민족의 우수성에 취한 히틀러의 광기는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고 순진한 청소년들은 독일의 승리에 취해 기고만장했다. 하지만 한니의 부모님과 할머니는 1차 대전을 겪었기에 전쟁의 비극과 참혹함을 안다. 집권자들은 전쟁에 나가 목숨을 내놓지도 않고 국민들만 죽게 한다는 걸 알기에 전쟁이 빨리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오기를 갈망한다.
둘째 한니는 열다섯 살 여학생으로 집에 온 프랑스 포로 필리프를 사랑하게 된다. 필리프는 프랑스에서 음악을 공부하던 대학생이었다. 한니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이해심 많고 충분히 배려하는 인간미가 넘치는 분들이었다. 집안 일을 도우러 온 포로 필리프에게도 감시가 소홀하면 인간적으로 대우해준다. 한니와 필리프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전쟁은 그들의 사랑이 이어가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한니의 첫사랑은....
8/13 키워드 한국사 1.2
주민센터 한국사 강좌를 앞두고 키워드 한국사를 다시 읽으며 공부한다. 초등 고학년 이상 읽을 역사 책을 섭렵하면 책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의 편집과 서술을 발견한다. 키워드 한국사는 선사시대부터 한국 통사를 훑으면서 핵심 낱말을 중심으로 기술해서 역사지식을 확인할 수 있다. 지도와 사진 자료도 훌륭하고, 눈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서술돼 쉽게 읽힌다. 역사의 사실과 진실, 신화나 설화에 담긴 의미 같은 것도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특히 어떤 사실을 놓고 '왜 그렇게 되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 독자도 함께 생각하게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8/22 우리나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유네스코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9, 무형유산 14, 기록유산 9종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첨부된 학습서다. 유리의 역사와 문화와 삶이 기록된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알고 그 가치를 새겨보는 시간이 됐다. 우리 것을 지키고 보존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 가치를 알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책을 읽고 현장을 돌아보면 더욱 의미 있는 체험이 될 거 같다.
9월에 읽은 책~
9/4 기나긴 하루
박완서 선생님 단편 여섯 편이 실렸는데 서울대김윤식교수와 신경숙, 김애란 작가의 추천글도 같이 실렸다. 박완서 문학의 기저에 흐르는 것은 6.25의 참혹함과 피해의식이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항변하고 싶은 억울함이지만 그것은 개인의 역사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이 함께 떠안고 갈 역사다. 박완서 선생님은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어쩌면 내 속내를 들여다봤을까 싶을 만치 깜짝 놀랄 심리묘사와 대사가 섬뜩하다. 그래서 또 다들 이렇게 아웅다웅 사는 게 인생이지 위로 받기도 한다.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신 작가를 기리는 마음으로 다시 읽는 작품은 예전에 가졌던 느낌보다 한결 정이 간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빨갱이 바이러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카메라와 워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닮은 방들~ 한편 한편 선생님의 글발에 압도되고 이야기 구성과 전개에 감히 오를 수 없는 산이라 겸손하게 머리 숙인다.
10/7 당뇨병엔 밥 먹지 마라
당뇨병에 근접하는 내당능 장애 판정을 받아 읽게 된 책이다. 내당능 장애란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즉 당질을 섭취했을 때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분비된 인슐린은 혈액 속의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당뇨병이란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곡물 위주의 식생활을 바꿔 당질을 분해하기 위해 혹사당하는 췌장을 쉬게 할 수 있고, 당뇨병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곡류 섭취를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 다카오 병원 이사장인 저자는 자신의 당뇨병 치료 결과와 수많은 임상실험을 근거로 내세운다. 현재 칼로리 제한 당뇨법 식이요법보다 훨씬 당뇨병을 개선할 수 있다니, 나도 당장 실천해봐야겠다.
10/10 무등산 역사길이 내게로 왔다.
이 책을 독서마라톤 마지막 책으로 삼았다. 무등산 환경대학 커리큘럼에 이 책의 저자가 강사로 들어 있어 구입했는데, 광주에서 산 세월이 25년째이지만 생전 처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지난주 무등산에서 김덕령 장군의 '만고충신비'에 대한 일화를 들으며 혼자 감동하여 눈물을 주르르 흘렸었는데, 이 책에서 만나는 김덕령 장군과 고경명, 정충신 등 임진왜란에 몸을 바쳐 결사항전한 충신들 이야기는 감동받기에 충분했다.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시호를 딴 충장로와 정충신의 금남군이라는 군호를 딴 금남로는 5월 민주 성지로 부활하여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무등산신은 태조 이성계의 혁명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등당해 무등이 되었다는 설과 등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빼어난 등급이었다는 무등산의 유래와 역사, 호남 인물들의 정신에 거듭 감탄하는 독서였다. 무등산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환경대학 커리큘럼 덕분에 무등산의 속살을 만날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