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목요일은, 어르신을 위한 치먜예방 책사랑방 첫 수업일이다.

지난주 목욜 수박 한 통 사다드리고, 다음주부터 하자고 말씀드렸는데 잊었을까봐 전날 또 찾아 뵈었다.

어머니들은, 복날이라고 주민센터에서 대접한 점심을 드시고 돌아와 민화투를 치고 계셨다.

 

몇차례 드나들어 얼굴을 아시니까

"내일부터 공부하자고 왔어?"

"예, 공부하는 건 아니고요, 어머니들이 치매예방에 좋은 화투놀이 하는 것처럼 같이 놀이 할 거에요,

 제가 책도 읽어드리고 손으로 하는 활동(소근육활동 운동)이 치매예방에 좋으니까

 같이 그림도 그리고,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재밌게 놀이하자고요!^^"

"그려~ 같이 놀아주면 좋지, 우리도 잘 놀아!"

하신다. 곁에 앉아서 화투치는 걸 구경하며 여쭈니

"10원짜리 내기라, 많이 퍼봤자(잃어봤자) 500원이야. 심심허니께 그냥 재미로 하는 거여!"

하신다. 흐흐~ 내 친정엄마도 10원짜리 내기 화투를 치신다고 하던데, 역시 화투는 내기를 해야 제맛이다.ㅋㅋ

 

이름표를 만들기 위해 총무 어머니 수첩에서 이름을 적으니 스무 분이나 된다. 스케치북도 20권 준비했는데.^^

일하러 가느라 종종 빠지는 어머니도 가끔은 나오니까 이름표를 만들어 달라고 하신다.

이름표 뿐 아니라 부족하면 준비물도 더 사올거니까 꼭 나오시라 말씀드렸다.

 

어머니들은 내일 어느 분 며느리가 3시에 사람들을 데려와서 장구도 치고 소리와 춤 공연을 한다고,

오전에 와서 하든가, 오후 늦게 하든가 하라셨지만 같이 해도 괜찮다고 했다.

어차피 첫 수업은 웃음치료 전문가인 친구(아들친구 엄마)가 

개강식 분위기 띄우는 레크리에이션과 건강체조 등 웃음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으니까.

 

 

 

 

 

와우~~ 대박!

예정보다 개강 날짜는 많이 늦었지만, 개강 날짜는 정말 제대로 잡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공연도 훌륭하고 진수성찬까지 마련돼 최고의 개강식이 됐다.

더구나 공연팀을 모시고 온 며느리는 3년 전, 아이들 중학교 운영위원을 같이 했던 엄마였다.

그네들의 수고에 내가 무임승차 한 거 같아 미안했는데,

오히려 어르신들한테 좋은 프로그램을 해준다며 내게 고마워했다.

사람은 저마다 재능이 다르고 쓰임이 다르듯, 그녀와 나는 방법은 다르지만 어르신을 위하는 마음은 통했다.^^

 

개강 축하 공연과 첫 수업은 현장사진을 보시면 분위기를 감지할 듯...

어머니들은 보통 때는 전기 아끼느라 거실에서 선풍기만 틀어놓고 지내시는데

큰방에 에어콘을 틀어 시원했고, 모두 가슴에 이름표를 달으셨다.^^

 

 

 

준비한 이름표 스무 개 중에 세 분이 안 오시고, 오신 분 중 한 분은 아무도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아 준비가 안 됐다.

하지만 센스 있는 어머니는 이름이 '이영자'였는데, 오지 않은 '김영자' 어머니 이름표를 달았다. 같은 영자라고... ㅋㅋ

첫 사진 맨 왼쪽 어머니는 91세, 두번째 맨 오른쪽에 계신 어머니는 23분 중에 가장 연세가 높은 92세~~그런데도 정정하시다.

고수 총각은 공연 전 어머니들께 소리를 가르쳐 드리고, 공연 중에도 아는 노래는 함께 부르게 해 분위기를 달궜다!

 

 

 

호남가와 진도아리랑에 어머니들 얼굴엔 함박꽃이 피어났고... 빛깔고운 분홍 어머니는 공연을 준비한 그녀의 시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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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은 서서히 분위기가 달아오르며 한 가운데로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역시 흥이 좋은 어머니들~~ ^^

 

 

 

인근 대학 평생교육원 강의를 마치고 등장한 오늘의 메인 강사,

동네 경로당 웃음치료 봉사활동가라 어르신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적절하게 끼어들어 흥을 돋웠다. 

소리와 춤,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라 추임새를 넣어 금세 공연 분위기를 띄웠다.

 

 

 

 

어머니들은 잠시 다리쉼을 하며 열기도 가라앉히며 아름다운 부채춤에 퐁 빠져들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어찌나 곱고 우아하게 춤을 추던지...

 

 

 

마지막 순서는 장구를 치던 총각의 춘향가 중 사랑가~~~

91세 할머니가 최고령자인 줄 알고 사랑가를 부르며 다가갔는데.... 이 어머니는 다리가 아파서 금세 일어서지 못하셨고...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허둥둥 내 사랑이야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우리 둘이 사랑타가 ...."

 

최고령인 92세 어머니는, 이도령이 사랑가를 부르며 다가오자 스스로 일어나려고 방바닥에 손을 짚으시더라.

눈치 빠른 웃음치료 강사가 달려가 부축해드리니, 춤사위를 맞추며 이도령에게 다가가더란 말이지.ㅋㅋ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뱅그르 돌아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마도 내 사랑아 네가 무엇을 먹을랴느냐~"

 

 

 

 

이도령 품에 안긴 황춘향(*금) 어머니께 "아따~ 총각한테 안겼으니 오늘 계 탔네~" 해서 모두 까르르~^^

처음에 이도령이 꼬시던 91세 박춘향(*덕) 어머니도 이도령한테 업혀보라고 부추겨서 완전 대박!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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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한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 자리를 만들고 음식까지 장만한 정*숙 어머니 며느리와 아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뜨거운 포옹~ 모두의 가슴까지 훈훈해지는 풍경!

 

 

정성껏 준비한 30분 공연에 흥이 겨운 어머니들~ 힘드니까 마치고 맛난 거 먹자니까

"맛난 거 먹고 나서 또 한바탕 놀아 봐~" 하시더라.ㅋㅋ

 

 

 

 

 

이도령한테 안겼던 황춘향 어머니는, 옷을 갈아입고 나온 이도령에게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주셨다.

아흔 둘이나 되신 황춘향 어머니.... 정말 곱고 정정하셔 9988하다가 천수를 다 누리실 거 같다. ^^

 

 

음식을 준비한 아짐 중에 오늘 생일을 맞은 이가 있어 즉석 생일축하와 더불어 자연스레 노래방이 되기도 했다.

 

  

 

한바탕 놀고 맛난 거 먹고 상을 싹 치운 후에~

어머니들은 웃음치료 강사와 함께 건강체조도 하고 하하호호 정말 배꼽이 빠지도록 웃으셨다.ㅋㅋㅋ

 

 

 

 

 

모든 순서를 마치고, 다음 주에 또 만나기로 약속하며 힘차게 손을 잡았다~ ^^

 

 

 

 

어르신들은 즐거워하셨고, 다음에는 이보다 더 재밌게 해드린다는 메인강사의 말에 아주 환하게 웃으셨다.

그러니까 두번째 수업인 7월 26일은, 유능한 웃음치료 강사에게 맡기고 나는 홀가분하게 여행을 간다.

 

숲해설 동기생 중에 5~60대 11명이 1박 2일로 부안산림자원 연구소를 가는데.

나는 수욜 방과후수업이 끝나고, 토요교실 공원탐색 숲해설을 진행했던 동기 차로 오후 늦게 부안으로 떠난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별도 보고.... 다음날은 문화유산해설사의 안내로 내소사를 둘러보고 점심 먹고 돌아온다.

 

하하~~ 26일 오전엔 한국사 강좌가 시작하고, 오후엔 어르신 프로그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떠날 수 있어 신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어떤 자유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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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구청 평생지원과의 최종 승인을 받고 6월엔 예비모임 및 커리큘럼을 수정 보완하고 7월에 시작~

 

7월 14일 토, 어린이와 학부모를 위한 알콩달콩 토요교실 '뚜벅뚜벅 공원탐색'

7월 16일 월, 초청 강연 다산 특강 '다산에게 배운다'

7월 19일 목, 어르신을 위한 치매예방 책사랑방 '웃음치료 & 건강체조'

 

요렇게 3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내 머리가 복잡했었다.

토요교실과 책사랑방은 늘푸른 작은도서관 프로그램이고,

다산특강을 비롯해 한국사 강좌(4차시), 자기주도학습법 (4차시), 글쓰기 강좌 (4차시)까지 도합 13차시는

우리동사무소에 개설된 작은도서관 프로그램이다.

본래 늘푸른 프로그램이었는데 공립으로 넘겨 진행은 내가 하지만 서류는 공립에서 하니까 나는 일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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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방은 세번째 수업부터 내가 준비하고 진행한다. 간간이 와일드보이 엄마가 맡은 것도 있지만...

어르신들과 할 첫 독후활동은 데칼코마니를 비롯한 손도장 미술놀이를 할 예정이다. 

 

 

 

 

 

 

 

 

 

토요교실은 세번째 수업부터 4차시는 전래놀이와 음악줄넘기 및 배드민턴을 한다.

책사랑방 웃음치료 강사는 국악과 음악줄넘기 등 만능 전문가라서 토요교실 체육프로그램도 맡는다.

나의 인적 네트워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줄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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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무 2012-07-2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이 사는 모습이 참 부럽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순오기 2012-07-20 11:21   좋아요 0 | URL
어쩌면 저 분들 모습이 곧 맞게 될 내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노후에는 돈도 중요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싶어서...

울보 2012-07-2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ㅡ 역시 순오기님이세요, 어쩜 저리 인맥도 넓은시고, 무언가에 도전하는 그 모습 저도 보고 배워야 하는데,,참 어쩜 이리 안되고 나만을 위해서 내가족을 위해서만 매일 쩔쩔매고 사는지,,참,,
ㅎㅎ 반가운 책이 보이네요,
손도장으로 그리는 세상, 류가 정말 어릴적 매일매일 가지고 놀던책인데,다음 이야기도 기다릴게요,,

순오기 2012-07-20 11:22   좋아요 0 | URL
음~ 내가 일을 만드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죠.ㅋㅋ
어르신들을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로 생각하고 프로그램 진행하려고요.^^

희망으로 2012-07-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지십니다. 멀리서나마 뜨거운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냅니다.짝짝짝!!!

순오기 2012-07-24 16:59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네요.
뜨거운 마음을 담아 보내는 응원~~~ 접수했습니다요.^^

라로 2012-07-20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만 읽는데도 제가 다 어깨가 들썩거려요!!!ㅎㅎㅎ
어르신들이 많이 참석하셨고 정말 신났겠어요!!ㅎㅎㅎ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어떤 자유도 누릴수 있다는 말은 제 친정엄마에게 꼭 해드려야 겠어요,,
지금 내려오고 계시거든요,,ㅎㅎㅎ

순오기 2012-07-24 17:00   좋아요 0 | URL
어르신들은 날마다 경로당에 모이시는 분들이라 결석할 일은 없을 듯합니다.
뭔가 하려면 자유를 빼앗기고 구속되지만 가끔은 벗어나기도 해야죠.ㅋㅋ

같은하늘 2012-07-2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언니 넘 오랜만이지요~~~^^
아래글들 읽으며 여전히 왕성한 일들을 벌이시는 언니께 감탄과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한가지 다른일을 해도 정신이 그쪽에 가버려서 다른일이 잘 안되는데...ㅎㅎ
여하튼 무더운 여름 건강도 챙기시며 하시고, 여행도 잘 다녀오세요.
앞으로 이어질 후기들도 기다리고 있을께요.

순오기 2012-07-24 17:01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어요~ 서재는 뜸해도 이벤트 당첨은 도사던걸요.^^
축하해요~~~~

2012-07-20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4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2-07-2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르신들께 큰 기쁨과 추억을 주셨어요. 순오기님이 움직이면 이제 주변에 퍼뜨릴 수 있는 행복의 크기가 아주 커졌어요. 짝짝짝짝!!!! 박수를 보냅니다.^^

순오기 2012-07-24 17:03   좋아요 0 | URL
하하~~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건 좋지요.
어르신들이 재미있어 하셔서 저희도 기뻤어요.^^

단발머리 2012-07-21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건 뭐, 가히 동사무소 한 곳에서 직원 세 명이 힘모아 해낼 일을 순오기님 혼자서!!! 가뿐히 해 내시다니요. 너무너무 멋지십니다! 그 동네 어르신들, 너무 좋으시겠어요. 표정이 밝으셔요~~~~

순오기 2012-07-24 17:05   좋아요 0 | URL
제가 작은도서관 관장이자 실무자에 강사까지 겸하고 있으니 1인 3역이 되지요.ㅋㅋ
24차시 중 절반은 강사를 모시고 절반은 제가 진행하고 그렇게 될 거에요.
표정은 보면 그날의 즐거움이 느껴지죠?^^

잘잘라 2012-07-2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화자아~~~ ^____________________^

순오기 2012-07-24 17:05   좋아요 0 | URL
얼씨구~~~~ ^--------^

희망찬샘 2012-07-2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이게 뭔 일입니다. 이 기획을 어떻게 하셨을까요? 인적 네트워크~ 정말 무섭도록 근사하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그 자리에 함께 하신 할머님들 엉덩이는 들썩들썩 하셨겠는걸요. ㅎㅎ~

순오기 2012-07-24 17:06   좋아요 0 | URL
기획이 잘 됐다면 이제 진행도 잘 되어야죠.
즐거운 자리에서 같이 어깨도 들썩이고 엉덩이도 들썩여야죠.ㅋㅋ

수퍼남매맘 2012-07-2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존경합니다.
앎과 실천이 다른 분들이 많은데 앎을 고스란히 실천하시는 그야말로 산 지성인 순오기님을 존경합니다.

순오기 2012-07-24 17:06   좋아요 0 | URL
존경씩이나요~~~~ ^^
그냥 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즐겁게 합니다.

BRINY 2012-07-2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저고리 입으신 분, 팔의 라인이 무척 아름다우시네요!

순오기 2012-07-24 17:07   좋아요 0 | URL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일까요, 모델의 아름다움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