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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유머 한 토막.
어느 초등학교 국어시험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다.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곧 느슨하게 풀어져버리는 것을 무엇이라고 할까요?
다음 □안에 들어갈 말을 쓰세요. 작□삼□.>
답은 물론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그런데 어떤 학생이 이렇게 적었단다.
작(은)삼(촌).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150쪽에 인용된 구절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집에 '작은삼촌'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맞아, 맞아!" 하며 박장대소한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대체로 집집마다 작은삼촌들이 문제다. 어째 그럴까? 왜, 작은삼촌들은 작심삼일만 하고 마는 걸까?
내편 아닌 남편은 셋째라서 결혼 전에는 '작은삼촌'으로 불렸다. 친정언니와 이웃사촌인 시누이의 소개로 꽉찬 혼기에 만난 우리는 약혼식을 하려다가, 중매는 오래 끌면 성사되기 어렵다며 어른들이 결혼을 서둘러 두 달만에 웨딩마치를 울렸다. 우리 큰딸 말처럼 노처녀 노총각이 적당히 조건 맞춰 결혼한 거 맞다.^^ 내 활동반경을 떠나지 않고 인천에서 살 수 있다는 조건이 특히 맘에 들었는데, 결혼 6개월 만에 광주로 내려와 살게 돼 내 발등을 찍으며 '억울해, 억울해!'를 외친 날도 많았다.
신혼초에 집을 꾸미며 힘에 부치는 일이나 벽에 못 박을 걸 남편에게 부탁하면,
"저녁에 퇴근해서 할게,"
"피곤하니까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해줄게."
하는 말로 잘도 빠져나갔다. 결국 기다리다 인내심이 바닥나서 못을 박는 일도 가구를 옮기는 일도 혼자 해냈다. 물론 그런 일은 결혼 20년이 훨씬 넘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아마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작은삼촌' 내 남편은 지금까지 여러가지 운동기구를 사들였지만, 정말이지 딱 사흘로 끝내는 일이 많았다. 지난 4월에도 기름값을 아낀다며 자전거로 출퇴근 하겠다고 접이식 자건거를 사들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전거로 출근하는 걸 딱 두 번 봤다. 그러니까 '작심삼일'의 삼일도 채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래도 주말엔 자전거를 타고 봉사활동을 가거나 무등산에 갔다 오기도 하니 엉덩이라도 토닥여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집엔 남편만 '작은삼촌'이 아니고, 순오기 여사도 '작은삼촌' 대열에 합류할 때가 많다. 과체중으로 혈압도 좀 높고 무릎이 아파서 체중을 줄여야 되는데, 운동을 하는 일엔 정말 '작심삼일'이다. 그래서 6월부터 일 주일에 두어 번은 4~50분 거리를 걸어 오는 것으로 바꿨다. 다행히 걸어서 퇴근하는 일은 지금까지 잘 하고 있어, 급하게 집에 와야 될 일이 없으면 주4회나 5회는 걷는다. 그 덕분인지 2킬로 정도 줄었고, 체지방도 800그램 정도 빠졌다. 보건소 건강증진센터에서 체지방 분석까지 되기 때문에 정확하다.^^
하지만, 우리집을 구청에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한다고 책정리를 시작한 게 8월초인데, 아직까지 마무리를 못하고 지지부진이다. 핑계를 대자면, 8월 23일에 큰 맘 먹고 책장을 들여놓고 보니 두 군데나 패였는데, 아주 잘 아는 사이라 반품이나 교환도 못하고 너무너무 속상해서 2주가 넘도록 손도 대지 않았더니 9월이 되었다. 또 9월에는 맘 쓰이는 일이 많아 일주일에 한두번 정리하다보니 9월도 마지막 날이 됐다. 별로 크지도 않은 아들녀석 방에 여기저기 있는 책장을 빼와서 맞춰가며 정리하는 일도 만만치는 않았다. 책장을 다 넣은 상태로 책을 꽂는게 아니고. 책장을 하나 둘 맞춰놓고 정리하다 보니 맘에 안 들거나 위치가 안 맞아서 다시 자리를 바꿔 정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어찌됐든 변명의 여지없는 '작은삼촌' 순오기의 처사를 고백하는 바이다.
'작은삼촌' 순오기의 만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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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첫 주자로 등장한 조국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제 전공이 법이라서 그런지 직접 사는 책 말고도 지인이나 제자들이 책을 많이 선물로 주는데, 다 못 읽어요. 다들 제가 읽었을 거라고 생각할 텐데, 이건 죄야 죄. 하하하. 교수나 학자가 지옥에 가면 그곳에서 받는 첫 번째 벌이 아마 사놓고 안 읽은 책들 다 읽고 서평, 독후감 쓰는 걸 거예요. 저도 사놓고 안 읽은 게 제법 많아요. 선물로 받고서 1,2년 뒤에나 읽는 경우도 있어요. 정말 지옥에 가면 그걸 벌로 받아서 정리하려고요."(지식인의 서재 13쪽)
지식, 인물, 키, 말과 노래 실력, 게다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영향력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을 조국 교수님도 안 읽은 책이 많다는 말씀에 심하게 위로받는다. 어쩌면 알라디너 중에도 조국 교수님과 같은 벌을 받아야 될 동지들이 부지기수 아닐까? 누군가의 리뷰에 이성을 잃고 정신없이 장바구니를 결제하는 당신, 사들일 때 맘과 다르게 못 읽고 쌓아두는 책이 늘어가는 당신, 멋쟁이 조국 교수님과 같이 지옥에서 달게 벌 받읍시다! ^^
2011년 4월 11일에 시작된 제6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대회는 10월 9일에 종료된다. 이제 9일 남았는데, 그동안 게으름 부린 순오기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금이 없다고 책을 읽고도 기록에 소홀했더니, 하루에 300쪽 이상 등록해야 완주하게 생겼다. 전형적인 '작은삼촌'이 된 순오기, 종료 20여일 전부터 번갯불에 콩을 볶기 시작했지만 무슨 수로 날마다 300쪽 이상을 읽겠는가? 그래서 편법을 쓰게 됐는데, 글자가 적으면서 쪽수가 많은 시집, 삽화 및 사진이 많은 책으로 기록을 채우고 있다. ㅠㅠ
타조코스 15킬로 (15,000쪽) 도전에 9월 30일 현재 12,192쪽을 읽었으니, 남은 9일에 읽어야 될 분량은 2,808쪽이다.
지난 대회 은상 수상자로 부끄럽지 않으려면 완주는 해야지, '작은삼촌' 순오기는 다시 주먹을 불끈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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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가정에도 '작은삼촌'이 계신가요?
때때로 '작은삼촌'이 찾아온다면, 여전히 안녕하신지 안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