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대한 엄마의 육감은 적중할 때가 많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기숙사에 있는 고딩 아들을 만나려면 주말 6시 이후 2시간만 면회가 허용된다.
엄마가 기숙사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불편할까봐, 짐을 넣어 준 첫날을 제외하곤 들어가지 않고
아들이 빨래감을 챙겨갖고 나오면 차 속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도 남편은 얼른 다녀와서 저녁을 먹겠다고 했지만, 가기 전에 저녁을 먹게 했다.
그래야 느긋하게 차 속에서 간식도 먹이고 아들 이야기를 들으며 끈끈한 모자의 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녀석은 처음엔 묻는 질문에 단답식 답변을 했지만,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화가 그리운지, 이젠 묻지 않는 이야기도 곧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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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이야기를 하다가 "이건 선생님이 말하지 말랬는데......" 하면서 망설였다.
뭔지 모르지만 부모가 알아야 될 거 같아서 말해보라 했더니 요지는 이랬다.
사탐은 수능볼 때 3과목만 선택하니까 수능에 관계없는 0000 과목은 문제집을 사기가 아까웠단다.
더구나 선생님이 먼저 사라고 했던 건 2학기에 하겠다며 다른 교재를 또 사라고 해서
친구와 둘이 그 문제집을 꼭 사야 하는가,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옆반에서 빌려다 보면 안되겠는지 여쭈었는데...
선생님은 문제집 사는게 아까운게 아니라, 너희가 사놓고 공부를 안하는게 아까운거다 소리치셨고,
화가 난 녀석은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는데~~~~
소위 '이마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말대꾸를 해!'라는 감정으로 선생님은
방과후학습비 지원자 명단에서 너를 빼겠다며 그 자리에서 바로 삭제를 했고...
제2의 아빠인 담임샘은 부모 심정으로 더 이상 보기가 난감했는지 빨리 교실로 가라고 보냈다고 한다.
부당함과 분노의 격정에 싸인 녀석은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화장실에 쳐박혀 있었고...
나중에 화장실에서 녀석을 발견한 담임샘과 상담을 했는데,
먼저 산 문제집을 쓰지도 않고 비슷한 류의 다른 문제집을 또 사게 하는 건 부당하다.
혹시 선생님이 문제집 출판사나 판매처에서 로비를 받고 학생들에게 이중으로 사게 하는 건 아닌가...
솔직히 그것도 궁금하다 말씀드렸더니, 전교조 소속인 담임쌤은
"꼭 알고 싶냐? 그런 로비가 있긴 하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그런 로비를 용납하지 않는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다."
라면서 두 녀석에게 열심히 공부하라며 문제집을 사주셨다고 한다.
우리 애들은 나를 닮았는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키웠는지... 불의에 저항하는 마인드가 강하다.
큰딸도 고등학교때 저항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제 동생이 그 학교에 가게 될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거라고 후회했다.
누가 앞일을 알겠냐만...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했던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선생님이 그 일을 갖고 불이익을 준다면 달게 받으라고 한다.
그걸 빌미로 불이익을 주는 선생님은 그릇이 그것 밖에 안되는 걸 어쩌겠는가?
그리고, 일을 벌렸으면 마무리를 확실히 하라고 조언한다.
나중에 감정이 수그러지면 인간관계상 결자해지의 의미로 화해의 과정을 거치고, 실력으로 입증하라고...
담임샘도 불의에 저항하려면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하셨단다.
어쨌든 결론은, 월욜에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기로 했다.
자기가 반박한 게 잘못은 아니지만, 어른 입장에서 보면 참 버릇없는 짓이었다고.
엄마 아빠한테 다 털어놓고 나니까 후련하고, 다시 공부할 힘과 용기가 생긴다는 말도 했다.
어제 아들과의 대화는, 엄마의 육감이 적중한 좋은 사례였다.
오늘 문제의 그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는지, 밤 10시에 문자를 보내서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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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정의의 편에 서고자 해도,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 때문에 비겁해질 때가 참 많다.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께 반박한 일에 대해서도, 스스로 판단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비겁하게 물러서지 말라고 한다. 부당함에 대해 그렇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정의사회가 구현되리라 믿기 때문에...
엄마인 나도 그렇지만, 어른들은 비겁하게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나이도 어린 녀석이~ " 운운하면서 입을 막으려 한다는 걸 우린 모두 알고 있다.
<미친 교육 종결자>댓글 달기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2000원 적립금에 당첨되었다.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10302_kaema
티끌모아 태산이다.
알라딘에서 이달의 당선작이나 땡스투 적립금도 모으고, 각종 이벤트의 적립금을 모아모아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문제집을 사주고, 지인에게 선물도 하고, 내가 보고 싶은 책도 산다.
우리 아들이 같은 과목에 두세 권의 문제집을 사게 하는 게 부당하다는 것도 미친 교육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펴보지도 않는 교과서를 무조건 사게 하고,
교과서는 제쳐두고 사설 문제집만 가지고 수업하는 것은 또 얼마나 웃기는 짓인가!
공교육도 사교육도 모두 미쳐돌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했던 건 옛말이다.
대한민국의 미친교육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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