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선물은 언제나 즐겁다.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은채 안겨오는 선물이라 기쁨이 배가 되는 듯.
엊그제 네이버 쪽지를 하나 받았다.
내가 쓴 <그래도 괜찮아>리뷰를 보고, 감사의 마음으로 성인시집을 보내주시겠다는...
같은 빛고을에 살고 있으니 언젠가는 만날 기회가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사인본을 먼저 받게 되었다. 편집자나 작가들이 알라딘 서재를 즐겨 찾는다는 건 익히 알지만, 시인에게 직접 연락을 받은 건 처음이다. 출판사 카페를 통해 작가와 쪽지를 주고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괜찮아> 청소년 시집을 세 번이나 읽고 리뷰를 썼는데, 제목을 잘 뽑아서 그랬을까?^^
<그래도 괜찮아>구원받는 느낌이랄까...
제8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빵점 아빠 백점 엄마>에도 시인의 시 12편이 실렸다.
http://blog.aladin.co.kr/714960143/4458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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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본으로 받은 <화려한 반란>은 2010년 7월에 나온 시집이다.
안오일 시인은 2009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과 2010년 한국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시인은 목포에서 나고 광주에서 산다. 시집에 나온 시인의 프로필을 보고 일면식도 없는 시인을 혼자 반겨했다. 음, 내가 목포 사람을 만나 광주에 둥지를 틀었기에, ...
시인이 풀어낸 남도 사투리의 시를 읽으며 염화미소를 지었다.
광주살이 20년이 넘는 세월에 엇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 있으니, 소리내어 읽어도 좋았다.
간혹 깊이와 속내를 다 알 수 없는 남도 말도 있겠지만, 책에서 만나면 무조건 반갑다.
어쩌면 내 고향 충청도 말보다 더 반가운 듯. 이젠 충청도에서 산 세월보다 광주에서 산 세월이 훨씬 더 길다. 그래서 이젠 광주사람이 다 됐다고....^^
순오기가 읽어주는 구수한 남도 말로 쓰인 시를 들어보시렵니까...
낙지 부인의 하소연 -안오일-
첨에 봉긋한 가슴이 있었지라
혹인지 옥인지 모를 새끼들
하나 둘 낳고부터
가슴이 머리로 달라붙어붑디다
이렇게 가분수 머리통이 될 줄 누가 알았간디요
어디 그뿐이단가요?
청춘의 덫에 걸려 뻘 구덩이에 살믄서
게만 잡느라 동분서주하다 보니
이렇코롬 다리만 늘어지게 돼부렀지라
사방 디서 모가지를 잡고 늘어져도
버팅길라면 것도 부족합디다마는
인자 어디서도 찾을 수 없으께라
뻘 가슴팍에 뻥뻥 구멍 내감서
바다를 향해 사래질 치던 그 꿈들,
시방도 휑한 가슴께로 머신가 차오를락치면
시꺼먼 한숨이 폭폭 나와싼디요이
어쩌겄소
한 발 빼고 나면 한 발 빠져 있는 세상인디
나도 나가 징그랍소
그제는 돌아가신 시어머님의 생신이었는데, 이 시를 읽으니까 어머님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콧날이 시큰했다.
목포 태생인 시인이 쓴 말이라 어머님이 하시던 말씀과 똑같아서...
종자들의 지론 -안오일-
처음 심어보는 마늘이지만
보란 듯이 해내겠다며 달려들었다
비닐 구멍 속에 마늘을 열나게 박아 넣는데
어머니의 한마디
--대가리 쪽으로 받아야 뿌리를 내리제
아차 싶었다 마늘을 깔 때
칼로 대가리를 따내던 생각을 하며
돌아보니 맥이 딱 풀린다
저걸 언제 다시 심나
바닥만 보며 고른 숨 쉬어가듯 마늘을 박던 어머니
심중을 헤아린 듯 또 한 말씀 던지신다
--놔둬라 비 한번 맞고 나면
지그들끼리 자리를 잡을 것인께
이건 또 뭔 말인가 싶어 되물었다, 뭐라구요?
--아 비 한번 맞아불믄 쳐들던 대가리도
지 몸 궁굴려 흙쪽으로 뿌리를 내린당께
죽을 놈은 죽겄지만 살 놈은 어쩌코롬 살 것인께
우리네 인생도 세상사도, 비 한번 맞아서 잘못된 것들이 스스로 바로잡아 진다면 얼마나 좋으랴......
책 뒤표지에는 고재종 시인의 추천사가 있어 반가웠다.
사회교육원 시창작반을 기웃거릴 때 고재종 시인에게 배웠던 인연이 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인의 부인이 내가 다닌 중학교 2년 후배였다. 그래서 시인은 나를 '당진댁'이라 불렀다.^^
내가 빛고을에 살면서 내 고향과 연결된 사람을 만날 줄은 꿈도 못 꿨는데, 사람의 인연은 알 수 없는 세계다.
http://blog.aladin.co.kr/714960143/241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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