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이벤트, 8월 15일까지

오늘 마음산책 이벤트 마감이라 작성하는 페이퍼.   

 영화 <식객>에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사형수의 고구마(식객2)를 기억하나요? 먹고 살기 힘들어 개가한 어머니를 미워하면서도 어린 아들은 4시간 길을 걸어 찾아가면, 어머니는 그 먼 길 온 아들을 위해 가마솥에 고구마 몇 뿌리를 넣어두죠. 아들은 엄마의 새남편에게 도둑이라고 매를 맞아도 고구마를 훔쳐 먹으러 또다시 찾아가지요. 하지만 훔쳐 먹은 가마솥의 고구마가 그 어머니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어머니의 숫자와 같다' 고 허영만 화백은 말합니다. '맛은 혀끝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씀에도 동감하지요. 어머니의 음식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을 추억하는 자녀들의 또 다른 사모곡이기 때문이지요.

결혼하고 광주에 살면서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 많이 그리웠어요. 친정엄마가 해주신 감자와 호박을 넣고 끓인 칼국수, 텁텁하고 진하게 끓인 된장찌개, 호박고지를 넣은 팥시루떡과 여름에 먹었던 기정떡... 그중에도 제일 그리웠던 건 엄마가 담근 김치였지요. 친정에 가면 사나흘 김치만 먹다 오는 때도 있었으니... 하지만 나는 전라도식 김치를 담궈먹어요.ㅋㅋ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는 건 결코 고급스럽지 않은 하찮은 음식일지라도 그 속에 배인 엄마의 사랑과 추억이 그립기 때문이겠죠. 어려서 시골 살때 먹었던 쑥개떡과 막걸리빵은 이젠 다시 맛보기 어렵지만, 엄마의 손맛이 그리우면 비슷한 거라도 사다 먹어야 속이 좀 풀리는 거 같아요. 

 

 


자랄 때 먹었던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고, 엄마식대로 만든 반찬 몇가지도 향수를 불러오지요.

갖은 양념한 새콤한 마늘쫑(어려선 안 먹더니 크니까 새콤한 맛을 알더라고요) 친정엄마가 하던 방식대로 쪄서 양념한 가지무침, 쪽파가 없으니까 오늘 요리는 모두 꽈리고추로 색깔냈어요.^^

 

막내가 좋아하는 진미채볶음과 남편을 위한 부추김치(전라도는 솔, 충청도는 졸이라 하죠.^^)

 


양념깻잎짱아찌. 간장에 재놓았다가 한장씩 양념해서 쪄내서 밑반찬으로 좋아요.

 

땅콩과 저민 마늘로 조화를 이룬 멸치볶음, 마른새우를 넣은 나물~~

 
 

우리 아이들이 기억하는 엄마표 손맛을 읊어대는데 그럴듯한 요리는 없었어요. 내가 그럴듯한 요리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그럴 듯한 요리는 가물에 콩나듯 먹는 음식이라 엄마의 손맛으로 기억하지 못하는거 같아요. 별거 아니지만 자주 먹은 음식을 엄마의 손맛으로 기억하는 듯... 이제는 친정 엄마의 손맛을 추억하는 일보다, 내 아이들에게 엄마의 손맛을 추억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싶어요.^^ 

나물을 먹이기 위해 나물만 있으면 해줬던 비빔밥 

 


돼지고기 보쌈과 감자탕

 
 


제일 자주 해줬던 김치 3종세트 <김치부침개. 김치볶음밥. 김치김밥> ^^

 

김치볶음밥은 볶을 때 식용유를 두르지 않아도 되고, 다 볶아졌을 때 들기름을 넣어야 맛나요.^^
들기름은 엄마젖에 있는 무슨 성분이 들어 있는 유일한 식품이랍니다. 머리가 좋아진다던가...

   

 

 

 
반찬만 없으면 등장하는 짜장밥과 카레라이스~ㅋㅋ

 


간식도 되고 주식도 되었던 약밥, 주로 장거리 출타할 때 해놓으면 하루 식사는 해결되죠.^^

 
 

폼나는 빵은 만들어주지 못했지만, 핫케이크는 간식의 단골메뉴였어요.

  

97년 IMF 때부터 시작된 아이들의 겨울간식 통감자버터구이  

 

 
그리고 내가 좋아해서 고구마만 있으면 쪄주고 튀겨주고... 


빙수는 못 만들어줬어도 추억의 빙과는 여름마다 질리도록 먹였지요.ㅋㅋ 

 


그리고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기억나는 건, 역시 임금님 수랏상 같았던 전통한정식!! 
광주살이가 낯설었던 20년 전, 남편 친구들이 사줬는데 정말 왕비처럼 대접받는 기분이었어요.
그 기억이 좋아서 2008년 6.14 광주이벤트에서 알라디너들에게 대접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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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8-16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프로필에서 제목을 보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손이 마우스를 클릭했을 뿐이고~
내 눈은 보았을 뿐이고,
내 입에서는 침이 꼴깍 넘어갈 뿐이고,
내 배에서는 구라파전쟁을 치르고 있을 뿐이고~ㅠ.ㅠ

순오기 2010-08-16 18:32   좋아요 0 | URL
앗~ 심야에 봤으니 이 일을 어쩔꼬얌!ㅋㅋ

희망찬샘 2010-08-16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밑반찬에 눈독 잔뜩 들입니다. 모든 밑반찬은 만들 생각보다는 얻어 먹을 생각만 하고 사는지라... 이런 거 나도 만들 날 있을까... 생각하면서 부러워 해 봅니다.

순오기 2010-08-16 18:32   좋아요 0 | URL
밑반찬은 주부경력과 비례한다는 전설이~~~~ ^^

마녀고양이 2010-08-1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썩....... 보지 말것을.....
배 속에서 난리났을.. 넘하세염!! 우왕.......

순오기 2010-08-16 18:33   좋아요 0 | URL
털썩~~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메뉴가 있나요?ㅋㅋ

lo초우ve 2010-08-1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프넹.... 고구마에 감자탕 먹고싶어지네용... ㅡ,.ㅡ;;

순오기 2010-08-16 18:34   좋아요 0 | URL
어릴 때 고구마를 많이 먹고 자라서 지금도 좋아해요.
사진엔 군고구마가 빠졌어요~
음식 폴더가 아닌 어딘가에 저장돼 있어 찾기 어려워.ㅜㅜ

루체오페르 2010-08-1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그러니까 이 모두가 순오기님의 솜씨란 말이죠?
정말 대단합니다. 감탄~ 요리를 직업으로 삼으셔도 될듯 합니다.^^

마음산책도 다양한 이벤트 많이 하네요. 알라딘에서 호응이 좋아 덕분에 좋은 페이퍼들이 많이 나오고 있네요.ㅎ

순오기 2010-08-16 21:04   좋아요 0 | URL
누구나 집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음식이죠.
주부 연식이 높아지면 요만큼은 다 할 줄 알아요.ㅋㅋ
마음산책 이벤트 좋아요~ ^^

꿈꾸는섬 2010-08-1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문자 받고 급하게 들어왔다 나가서 이 페이퍼를 이제야 봤네요. ㅠ.ㅠ
이 야심한 시각에 정말 못 볼 걸 봤어요.
너무 맛있겠어요.

순오기 2010-08-17 05:33   좋아요 0 | URL
야심한 시간에 받는 고문?ㅋㅋㅋ

같은하늘 2010-08-1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좋아요. 제가 다 좋아하는 음식들로 한가득이예요.
으윽~~~ 배고프당~~~
전라도 음식이 맛나다고 하던데, 그곳에서 살림을 오래하셨으니 오기언니의 손맛도 만만치 않을듯 싶어요. 저런거 한보따리 챙겨주는 언니 있음 좋겠당...ㅎㅎㅎ 그리고 마지막 저 사진을 보니 광주모임에 가고 싶어진다는...ㅠㅠ

순오기 2010-08-17 05:34   좋아요 0 | URL
광주모임에 오면...임금님 수랏상 받을 수 있어요.ㅋㅋ

pjy 2010-08-17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사진은 언제 다 찍고 관리를 하시는지 만능 슈퍼우먼 순오기님^^
쫌만 참고 퇴근하면 임금님 수랏상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버금가는 반찬이 집에 몇가지 기둘리고 있습니다~캬캬캬
어제도 엄마가 양파랑 대파랑 김치랑 이거저것 몽땅 풀어서 장떡을 부쳐주셔서 먹었습니다~
물론 다먹고 설거지하느라 제 손톱의 네일아트는 망가졌지만, 배부르고 맛나면 매니큐어는 다시 바를수 있습니당^^;

순오기 2010-08-17 20:32   좋아요 0 | URL
그때 그때 찍어뒀다 필요하면 파일 뒤적여 꺼내 씁니다.
애들 커서 청소는 안 하고 대충 삽니다.ㅋㅋ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이 최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