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딸이 '민주'가 된 사연

엄마 품 떠나 미역국도 못 얻어 먹을까봐,  

에미 맘이 짠해서 올케한테 미역국이나 끓여주라고 부탁했는데... 

올케는 미역국만 끓일 수가 없었던 거다. 

오늘 어린이집 아이들 소풍가는 준비로 바쁘고 힘들었을 텐데 

어젯밤 늦게 들어와 미역국에 잡채까지 하고 케익도 샀다는데 

정작 당사자는 외박해서 생일축하도 못했다는 이야기다. 

 

우리 동생은 제 각시한테 미안하고 입장이 난처했던 모양.... 

누구 잘못도 아니고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됐을 뿐이라고 전화했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괜히 생일이라 말했구나, 몸둘바를 모르겠더라. ㅜㅜ 

 

나는 정말 미역국만 끓여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말했지만  

손위 시누이 부탁을 받은 올케 입장은 다르다는 걸 생각지 못했으니 내 실수다.  

딸내미는 고등학교 때 기숙사 같은 방 친구들끼리 서울에서 생일 챙기느라 뭉쳤던 것.
어련히 알아서 미역국 먹을 걸, 뭐하러 외숙모 부담스럽게 얘기했냐고 한소리 들었다.

작년엔 기숙사에 있으니 생일 미역국도 못 먹는게 짠해서
알라딘에 한 상 차리며 내 마음을 달랬었다. 
http://blog.aladin.co.kr/714960143/2794650 

딸아, 오늘 일찍 들어가서 무조건 '죄송하다' 말하고    

생일케익도 자르고, 끓여 놓은 미역국도 다 먹어라~~~~~~ ^^ 

  

지난 2월 말, 휴학을 할까...
살벌한 다툼과 진통을 겪느라 개강일 지나서 올라갔는데
3월 11일, 김예슬의 대자보가 뜨자 저희 블로그에 올렸었다.
http://blog.aladin.co.kr/762615106/3502795
 

엄마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어 댓글도 달지 못했고
그저 조마조마 딸년의 행보를 지켜볼 수밖에... 

다행히 마음을 잡았는지 멘토링을 하고
자기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곳으로 가야지
각오도 다지던데...

생일선물로 김예슬 책이나 택배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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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4-2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엣, 방금 전에 보고 온 문구처럼, 자식을 키우는 일이 인생을 배우게 하는 큰 가르침이 되는거란 걸 새삼 알겠어요. 민주양 생일 축하해요~~

순오기 2010-04-21 00:19   좋아요 0 | URL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 마음도 알고, 인생을 알아가는 거 같아요.^^

글샘 2010-04-2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딸년이 순오기님의 뇌구조를 그린 그림을 보았습니다. ㅋㅋ
빨간 글씨 알라딘이 죽이던데요... 포스팅의 압박이란... ㅍㅎㅎㅎ
멋진 삼남매입니다. ^^ 박수...

순오기 2010-04-21 00:20   좋아요 0 | URL
하하~ 보셨군요. 그런 블로그가 있답니다.ㅋㅋ
하지만 시작은 거창했는데 거의 개점휴업 수준이죠.ㅠㅠ
순오기의 실체가 까발려질까봐 딸년한테 잘 보여야겠습니다.ㅋㅋ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뿐...^^

프레이야 2010-04-2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 먼 곳에서 대학생활 잘 하고 있을테지요.
생일 축하해요!!

순오기 2010-04-21 00:21   좋아요 0 | URL
딸은 참 좋기도 애물스럽기도... 고마워요!^^

blanca 2010-04-2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생일 축하해요! 그리고 저는 사춘기를 대학교 1학년때 뒤늦게 호되게 겪어서 엄마 참 속 많이 썩여 드렸었죠. 그래서 학교를 두 번 갔답니다.--;; 지금은 그런 사춘기를 겪은 것 자체가 내가 나를 알아가는데 하나의 필수적인 과정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엄마 아빠께는 참 죄송해요. 어쩌면 따님은 호되게 성장통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믿고 기다려주시는 순오기님이 있으니 따님은 든든할 거예요. 이름이 민주인가요? 민주를 세상에 낳으신 순오기님도 수고 참 많이 하셨고 민주양도 생일 축하해요!

순오기 2010-04-21 00:23   좋아요 0 | URL
호된 성장통을 겪은 사람이 단단해지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닦인 길이 아닌 거친 길을 간다면 더럭 겁이 나는 게 부모 맘이겠죠. 무엇이나 응원하겠다면서... 생일축하 고마워요!

뽀송이 2010-04-2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따님 생일 추카드려요.^^
더불어 그날 배아파 민주양 낳으신 순오기님도 고생하셨어요.^^;;
자식을 키우는 일이란 우리가 부모되어 해내야하는 가장 큰 숙제인 듯 합니다.
그래도 순오기님 밑에서 반듯하게 자란 따님이니 믿고 기다리시면 훗날~ 이것도 추억이 되겠지요? 그나저나,,,손위 시누이 부탁을 편히 생각할 올케가 있으려나요?ㅋ ㅋ

김예슬 학생의 책이 나왔군요. 오늘에서야 알았어요.^^;;

순오기 2010-04-21 00:26   좋아요 0 | URL
히히~ 24시간의 진통이었으니 참 힘들게 낳았지요.^^
스스로 반듯하게 자랐다고 하면서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남겠죠.
시누이 말이 어렵다는 걸...왜 생각못했는지, 올케의 친정엄마가 보실 땐 짐을 얹어 준 시누가 미울거 같아요.ㅜㅜ
김예슬~ 속 깊은 학생인 거 같아 탐구해 봐야할 듯해요.

hnine 2010-04-20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민주양도 민주양대로 생각이 있었을 것 같네요. 엄마 마음, 딸의 마음, 와중에 미역국을 준비해주시는 외숙모 마음, 아내 입장을 헤아리는 외삼촌의 마음...모두 고운 마음들 아닌가 해요. 모두 자기 자신보다는 딸을, 조카를 먼저 챙기는 마음이잖아요.
민주양, 생일 축하 합니다.

순오기 2010-04-21 00:27   좋아요 0 | URL
고운 마음들이 모여서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겠지요.^^
마음을 헤아려주는 댓글과 축하~ 고마워요!

건조기후 2010-04-20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구 재미난 모녀사이세요.ㅎㅎㅎ 순오기님의 뇌구조... 아하하하핳^^
따님이 위태해보여도 결국엔 중심을 잘 찾아갈 거라 생각해요.
저도 그런 과정을 거쳤고... 다들 그렇더라구요^^

순오기 2010-04-21 00: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순오기의 뇌구조,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랍니다.ㅜㅜ
다들 그런 위태로운 과정을 거쳐 단단해지겠지요.
어제부터 개밥바라기별을 보면서, 자식의 앞길에 한 줄 실수도 허용치 않으려는 부모의 이기심을 알 거 같았어요.

2010-04-20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1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1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4-2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에 미역국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엄마 마음이 담겼네요. 얼마전 딸과의 전쟁이 무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요. 엄마 마음을 헤아려줄줄 아는 큰딸일테니 배 아파 낳은 보람이 있으시죠? ㅎㅎ 따님 생일 축하드려요.^^

순오기 2010-04-21 00:36   좋아요 0 | URL
미역국 자체에 집착하는 게 아니고 미역국에 대체된 엄마 마음을 알아주니 감사하지요.^^

2010-04-21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4-21 00:37   좋아요 0 | URL
사실 나이 들면 생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데, 자식 생일은 느낌이 다르네요. 엄마 마음이란 게 그런 건가 봅니다.^^

후애(厚愛) 2010-04-21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따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순오기 2010-04-21 11:53   좋아요 0 | URL
^^

무해한모리군 2010-04-2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듯 보이네요 ^^
진로에 대한 그런 고민 역시 당연한 과정일텐데 본인은 힘겨워도 이리 지켜봐주시는 어머니가 있어서 따님은 참 좋겠습니다. 저는 집에다가는 입도 뻥긋 안했거든요 ㅎㅎㅎ

순오기 2010-04-21 11:56   좋아요 0 | URL
다들 진로 고민을 하는군요.
어쩌면 인생은 그렇게 고민하면서 버텨가는 것인지도...

같은하늘 2010-04-2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알라딘이 개점휴업(?)하는 바람에 늦어도 엄청 늦게 소식을 들었네요.^^ 늦었지만 민주양의 생일을 축하하고,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넘 따뜻해서 눈물나려해요. 미역국 끓여 준비해주신 외숙모님도 감사하고, 그런 엄마마음 헤아려주는 민주양도 그렇고... 모두모두 따뜻하고 고운 마음들이네요. 울 아들들도 크면 이런 마음 전할까요? 아! 딸~~~

순오기 2010-04-27 00:55   좋아요 0 | URL
아! 딸~~에 난 그만 미안하게도 웃어버렸어요.
같은하늘님,용서하세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