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빔 - 여자아이 고운 옷 ㅣ 우리 문화 그림책 4
배현주 지음 / 사계절 / 2006년 1월
평점 :
지난 '세계 일러스트 거장전'에 다녀 온 큰 딸이 우리 그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앤서니 브라운이나 존 버닝햄 그림은 척 보면 특징이 나타나는데, 우리 작가들 그림은 한국 화가 작품이라는 걸 발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어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더니 보는 순간, "아~ 바로 이런 게 우리 그림이야!"라고 소리쳤다.^^
아~ 이렇게 사랑스러울수가! 너무나 한국적인 소재를 한국적인 기법으로 그려낸 그림책, 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배현주 작가는 한국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공부하고, 우리 전통 문화와 옛이야기를 좋아해서 아름답고 재미있는 그림책을 열심히 만든다고 한다. 이런 작가는 상주고 격려해야 한다. 우리 그림책을 세계시장에 내놓으려면 지극히 한국적인 것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혼자서 버선을 꿰는 아이가 당차고 야무지게 그려졌다.
설날 아침, 설빔으로 새 치마저고리를 받은 아이의 설레임이 오롯이 드러난다. 다홍색 비단치마에 색동저고리, 오이씨 같은 버선, 치렁한 금박댕기로 치장하는 아이의 몸놀림도 앙증맞다. 그림책엔 이 모든 과정을 아이 혼자서 감당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아이가 우리 옷을 잘 갖추어 입기는 만만찮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선 리얼리티가 떨어지지만, 이 책에선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리라 너그러이 이해한다.^^
치마를 입고 버선을 신은 아이는 지그시 버선 끝은 내려다 본다. 횃대에 걸린 색동저고리는 자기 차례가 오기를 다소곳이 기다린다. 방 안의 가구도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소품으로 손색이 없다.
조심조심 한 팔 한 팔 차례로 꿰고, 오른섶은 안으로 왼섶은 밖으로 여며 고름을 단단히 맨다. 단아한 아이의 모습에 한복의 아름다움이 절로 우러난다.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아이는 배씨댕기 머리에 얹어 귀밑머리 땋아 금박댕기 반듯하게 물려 선녀처럼 곱게 차렸다. 우리 딸 전통 성년식때 엄마가 쪽을 쪄 줘야 해서 전문가에게 지도를 받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았거늘, 하물며 어린 계집아이가 혼자서 옷입고 머리까지 가다듬는 것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용서될 만큼 이쁜 그림책이다.^^
아우~ 요런 딸 하나 있었으면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장면이다. 딸이 없는 아빠들은 이 그림책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달랠 길이 없으리니 어이하리!^^ 동글동글한 아이 얼굴에 어울리는 동글동글 고운 한복 선이 그대로 살아 있는 진짜배기 우리 그림이다.
설날 아침,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것으로 단장을 마친 아이가 세뱃길에 나섰으니, 저리 고운 아이의 세배를 받을 어르신은 누구신지? 아~ 정말 부러운지고!! 맛난 것도 많이 만들고 세뱃돈 두둑이 준비하면 이런 고운 아기씨의 세배를 받을 수 있으려나?
설빔의 차림새를 쓰임에 맞도록 하나씩 설명해주는 그림이다. 다홍치마에 색동저고리를 입고 털 달린 배자를 입었다. 발에는 솜을 넣어 꽃수를 놓은 버선에 꽃신을 신었다. 머리에는 배씨댕기를 하고, 땋은 머리카락 끝에는 금박댕기를 드렸다. 그리고 외출할 때 추운 겨울바람에 얼굴과 머리를 가려줄 조바위를 썼다. 박쥐무늬 수노리개를 옷고름에 달고 복주머리를 앞에 차고 새옷의 멋을 한껏 뽐냈다. 예전에 이런 걸 집안에서 아녀자들이 다 만들었으니 그 솜씨며 정성을 칭송할 만하다.
한 살 더 먹고 의젓해져야지, 하나 하나 설빔을 차려 입는 아이의 마음이 단아한 매무새처럼 곱게 곱게 마음 가득 채워지는 설날 아침,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설빔을 준비하는 엄마들의 손길은 예전 어머니들처럼 분주하지 않지만, 그 마음이야 어디로 가겠는가! 설에는 아이들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전통 설빔으로 치장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