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18국립묘지에서 금남로까지~~
10월 22일, 최규석 작가 초청 강연은 예정대로 잘 진행되었습니다.^^
광주엔 처음이라는 최규석씨를 마중하러 광주역으로 나갔더니 단풍이 곱게 물들었더군요.
여기 찍힌 시간은 우리 디카가 성미가 급해 14분 앞서가니까 -14를 해주세요.^^ 지난 6월에 만났을 때 빡빡머리였는데 많이 길어져서 모자를 쓰지 않았더라고요. 독서회 엄마 차로 잘 모시고 학교로 달려왔더니, 독서인문부장님이 만반의 준비를 해주셨더군요.
우리시대 가장 뜨거운 작가와의 대화
대한민국 원주민, 100도씨 최규석 작가 초청
주관한 학부모독서회 '반딧불'도 선명한 멋진 현수막이 걸려 있어요.
반딧불 독서회원과 월곡2동 어머니독서회가 합류해 20여명의 어머니들이 참석했어요. 온다고 약속하고 안오면 뒤끝 있는 순오기라 절대 그런 만행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만화부와 관심 있는 학생들의 신청으로 50여명이 함께 해, 강연장 70여석이 꽉 찼습니다.
중학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야될지 걱정하기에 질문 중심으로 하자고 했는데, 만화부 학생들의 질문을 미리 받아두어서(손에 든 메모지에 적혀 있어요)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교장샘은 출장중이었고, 훤칠한 키와 눈매를 보며 만화에 그려낸 섬세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는 교감선생님도 끝까지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셨습니다. 지난주 교장.교감샘이 대한민국 원주민과 100도씨를 읽을 수 있게 빌려드렸고, 이번주는 민경이반 아이들을 보게 했지요.
왼편 맨 앞줄 우리 민경이, 책상에 쌓인 책은 최규석작품집과 상품으로 쓸 원주민과 100도씨. 좋은 질문을 한 학생과 강연후기를 잘 쓴 학생과 독서회원께 사인본을 선물했지요.^^
학생들은 진지하게 경청하며 열심히 메모도 하고, 사인 받을 책도 준비했더라고요.^^
최규석의 매력은 많지만, 오늘은 솔직한 답변에서 찾을 수 있었답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만화부 정채운 학생은 좋은 질문으로 강연을 마치고 사인본을 받았습니다.
두가지 질문이었는데
*처음부터 만화가의 길을 가려고 마음 먹었나요?
=>어릴 때 만화를 좋아하면서도 만화 수준을 낮게 생각했기 때문에
나처럼 똑똑한 아이가 만화를 꿈꾸면 안되겠지 생각했다. ^^
누나들이 여럿이라 세계문학을 많이 보았는데 만화와 비교됐다.
일본 야구만화 '터치'를 보면서 기존만화와 다른 연출방식에 놀랐다.
만화의 수준이 낮은게 아니고 만화가 개인의 한계를 극복한다면
새로운 만화가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솔직히 처음부터 만화에 열정을 갖고 꿈을 향해 매진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때론 성공할 것 같지 않은 꿈이 부담스럽지만
몰두할 수 있어 좋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가벼운 주제의 만화도 있을텐데 사회문제 등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요?
=> 나는 어려서부터 원래 그랬다.^^
이런 질문 속에는
'만화는 수준 낮은 장르인데 왜, 만화가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가?'
낮춰보는 느낌이 들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질문이다.
하지만 '수준 높은 주제를 다루는 사람도 있구나'
칭찬하는 의미라서 오히려 부담스럽다. |
<< 펼친 부분 접기 <<
'중2병'으로 학생들과 통하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100도씨를 보고 마지막 그들이 얻어낸 것은'백지 한장'이었다는 말에 뭉클 눈물났다는 민경이반 남학생의 질문이다.
*작가 생활을 하며 후회한 적은 없는가?
=>마감 때마다 후회한다.ㅋㅋㅋ
데뷔하기 전 준비를 많이 못한게 후회스럽다.
작품 하나 뽑고 나면 더 뽑을 게 없어서 후회하고,
독서를 많이 못한 걸 후회한다.
소위 '중2병'으로,
'난 책 같은 거 안봐도 다 알아, 이 우매한 것들, 돼지같은 것들아~'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웃기는 짓이었는지 안다.
나이 들면서 한계를 절감하며 책을 많이 읽는다.
--학생들은 중2병에 엄청 공감하더라, 특히 우리 딸 민경이가!ㅋㅋ
*강풀 작가와는 친한가?
=> 친하다. 옛날엔 밥도 잘 사줬는데 결혼하곤 안 사주더라.^^
*웹툰 연재 계획은 있는가?
=> 물론 있다. 장편으로 기획중인데 어떤 포털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관심있는 소수만 보면 되지 모두가 다 봐야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웹툰에 연재하든 그냥 책으로 내든 판매량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만화 그릴 때 특별한 철학이 있는가?
=> 그런거 없다. 예술과 창작은 날로 먹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독자가 과연 읽을 필요가 있는가?' 생각하면서
주제를 지키면서 재미있게, 그 적절한 수위를 찾아
최대한 재미있게 그리려고 노력한다.
*연봉은?
=> 만화가는 사장이 월급 주는 직업이 아니라서 연봉은 없다.^^
어디를 가든 빠지지 않는 질문인데, 연간소득은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인 사회에선 마름모꼴이지만
만화세계에선 '오'자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상위 2% 동그라미에 들어가기 위해 제로에서 한단계씩 이어진다.
2~30대가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려면 정기적인 소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되면 자연스럽게 포기가 된다.
돈을 생각 안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공포심을 느끼지 않도록 자기를 던져야 한다.
무한 단순 반복인 만화를 그리면서 배운 교훈을 적용하면
운동을 비롯한 그 어떤 것도 잘하게 된다.
실패해도 학습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성공할 수 있다.
*다음 준비하는 작품은 어떤 주제인가요?
=> 사계절에서 기획하는 청소년을 위한 만화시리즈로, 못생기고 가난한데
만화까지 하려는 앞이 캄캄한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집과
드라마나 대중예술에서 건드리지 못한 노동운동을 다룬 장편을 준비중이다.
|
<< 펼친 부분 접기 <<
참여한 학생이 50여명이었는데, 사진을 찍는 것만 좋아하고 찍히는 건 좋아하지 않는지~
일부러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살짝 숨기도 하고, 앞으로 나오라 해도 열심히 핸드폰으로 찍기만 하더군요. ^^
>> 접힌 부분 펼치기 >>
어머니들도 20여명에 달했는데 사진 찍으러 나온 분은 달랑 10명. 사진에 찍혀야 참여한 건데, 교육청에 활동보고서 낼때 사진에 없는 사람은 도와준 게 아니지요.ㅜㅜ
|
<< 펼친 부분 접기 <<
자신의 얼굴을 그려주는 최규석씨, 날카로운 턱선과 콧수염이 살아 있는 사인을 받느라 길게 늘어섰지요. 대부분 학생들은 책이 아닌 연습장이나 A4 용지에 받아 작가에게 미안했는데, 친절한 모과씨~ '우린 학생이잖아요. 아빠가 책을 안 사줘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예뻤는지 빠짐없이 다 해주었답니다.^^
엄마들은 뒤에 섰다가 준비한 책에 사인 받았고, 강연회를 예고한 페이퍼를 본 '파란'님은 친구와 같이 찾아와 강연도 듣고 사인도 받았지요. 재작년 이금이작가 광주강연에 이어 두번째 혜택을 받았는데, 순오기 때문에 땡 잡았어요.ㅋㅋㅋ 파란님 사진 클릭하며 커지니까 친구분거랑 복사하면 됩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맨마지막엔 오늘 출장중인 교장샘께 드릴 책과 학교 홈페이지에 강연후기를 잘 쓴 학생에게 줄 상품에 사인을 받았어요. 끝까지 남았던 남학생에게 부탁했더니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더라고요.^^
학교에서의 모든 순서를 마치고, 인문독서부장님의 차를 타고 금남로로 갔습니다. 일단 전남여고 앞에 차를 세우고 저녁을 먹었어요. 임금님 수랏상이 아닌 조촐한 홍어조기탕과 메생이 탕으로~ ^^
>> 접힌 부분 펼치기 >>
그리고 금남로 지하상가를 건너 철거 논란이 있었던 도청별관을 봤습니다. 80년 5월의 총탄 자국은 보이지 않았지만,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는 건 5월 정신을 새기는 의미에서도 중요하지요.
도청 건너편에 있는 80년 5월 시신을 모셔 두었던 상무관과, 주먹밥을 싸 준 황금동 누이들의 거리
>> 접힌 부분 펼치기 >>
금남로 지하상가와 루미나리가 빛나는 예술의 거리
공지영 소설 도가니 속의 무진여고인 00여고~
|
<< 펼친 부분 접기 <<
캄캄한 밤이었지만 망월동으로 달렸어요. 신묘지라 칭하는 국립묘지에는 못 들어가고, 구묘지를 돌아봤습니다. 광주에 사는 20년간 구묘역에 열번은 갔으니 짐작되는 위치에서 핸드폰 폴더를 열었더니... 딱 이한열 묘 앞이어서 놀랐어요. 내 몸이 이한열 묘 위치를 기억한다는 게... 100도씨에도 나오는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이한열 열사의 무덤!
5.18의 발원지였던 민족전대, 전남대로~ 캠퍼스가 용봉동에 있어 상징이 된 용봉탑과, 배고픈동산의 박관현 열사 기념비. 박관현 열사는 80년 학생들이 직접투표로 뽑은 총학생회장으로, 도청앞 분수대에서 기가 막힌 연설로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사랑받았지만, 집행부의 권유로 도피했고 최후의 시간은 윤상원 열사와 시민들이 피를 바쳤지요. 그후 박관현 열사는 투옥되어 끝내 숨을 거두었다고...
안내하신 선생님 재학시절인 91년, 폭력정권의 살인에 분신으로 항거했던 박승희 열사가 쓰러진 자리에 세운 기념비
광주는 처음이었지만 중요한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았으니 광주를 다 보았다고 해도 될 듯합니다. 밤이 깊어 귀경열차 시간인 9시가 가까워 광주역으로 가서 배웅을 했지요.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을 모과님~ 시원한 맥주 캔으로 잠시 숙면을 취하고 피로를 풀었을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시각은 9시 20분, 두 분의 애연가께서 어찌나 담배를 사랑하는지 머리카락과 온몸에 배인 담배연기는 지독했어요.ㅋㅋ
역시 강연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참여했기에 수준 높은 질문을 쏟아내어 답변하느라 한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후딱 지나갔습니다.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림의 긴 줄도 마다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며, 최규석 작가의 인기도 실감했고 학생들의 호의적인 반응에 기분 좋았습니다. 민경이가 들려준 친구들의 강연소감에도 나름 뿌듯했답니다.
작가 얼굴을 그려준 사인도 너무 멋지고, 잘 생기고 개그가 넘치며 은근 귀여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