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선생님이 보내신 가정통신문
토요일 병원에 가야했는데 깜박 하는 바람에 약이 떨어져 약간의 두통이 동반하긴 하지만, 기침으로 나오지 않던 목소리도 아쉬운대로 들어줄만하다. 게다가 눈부신 햇살에 유쾌한 봄나들이를 꿈꾸는 여유도 부려봤다. 아침 어머니독서회 모임에서 아이들의 입학과 졸업에 분주했을 회원들의 근황에도 귀 기울이고... 새출발을 시작한 새내기들처럼, 엄마들의 인생 2막도 시작하겠다는 다짐으로 '마시멜로'를 토론했다. 이미 2막의 시작으로 방송대와 사회교육원에서 공주(공부하는 주부)의 삶을 시작한 회원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모두를 축하하기 위해 '팥죽'집에서 점심을 함께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모처럼 여유있는 월요일이라 '조금 쉬었다 병원에 가야지!' 막 등을 기댔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녀석이 선생님의 가정방문을 알린다. "엄마가 집에 있는 날 오시니 다행이다. 어여~ 청소기라도 돌려라!" 각자의 위치에서 잠시 분주한 청소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아들녀석 방은 홈스테이 뒤끝이라 청소할것도 없이 깔끔하다. 문제는 거실이다. 책상엔 책이 한 가득 놓여있고, 부도덕한 몸관리 탓에 걸레질, 청소기와 거리가 멀게 살았으니 눈에 보이는 먼지라도 닦아내느라 부산스럽다.
한 시간 후, 잘 생기신 아들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오홋~~ 딱 내 스탈이야! 부리부리한 눈매와 말끔한 이미지.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이라니...' 이미 가정통신문으로 후한 점수를 드린 선생님이라 실물을 뵈니 더 더욱 안심이다. 짧은 시간을 유용하게 쓰겠다며 차도 거절하셨는데, 좀 길게 잡아두고 싶은 엄마 마음에 중간에 차를 내왔다.^^ 덕분에 예정보다 조금은 더 계셨다. 아직은 얼굴과 이름을 다 익히기도 짧은 기간이었고 아이를 자세하게 파악할 시간이 없었기에, 가정방문으로 아이와 환경도 살펴보고 이후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누자고 하셨다. 중3이니만치 진로를 생각하며 지도할 것이며 아이들이 공부만 최고로 삼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따뜻한 학급이 되도록 하시겠다며 - 현재, 두어명이 혼자인 것 같은데 ㅇㅇ과 ㅁㅁ 에게도 다가가 말을 붙여주는 성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셨다. 음, 지당하신 말씀이다. 우리 아들이 선생님과 함께 할 1년의 그림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한 오후였다.
그리고, 국어선생님답게 거실에 가득 들어찬 책을 보시며, 학급문고 조성할 때 도와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고등학교에서 당신의 책을 가져다 학급문고를 운영했는데, 녀석들이 자물통을 자르고 책을 가져갔다며 읽고 싶어 그랬으면 주었을텐데, 중고로 팔아치워 돈을 만들었다며 마음 아파하셨다. 음, 나도 도서관을 꿈꾸는 사람이라 한 두권 외에 많이 지원할 수는 없는데... 그래도 부탁받으면 거절하지 못하는 나의 성격상, 돌아올 기약이 없으니 내 책은 못 드리고 몇 권 사서라도 드려야할 것 같다.^^ 벌써 마음에선 리스트를 추리고 있다.
며칠 전, 교감샘께 학운위에 참여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홈스테이로 여러차례 전화를 나누다보니 어느 정도 친밀함과 이해가 쌓여 부탁한 것인데, 실은 많이 망설여진다. 초등학교 12년 학부모에 네 차례나 학운위에 참여했다. 첫해야 뭐가 뭔지 모르니 지켜보는 입장이었고, 나름대로 학교생활에 참여하며 얻은 것은 '구두약속'은 절대 실행이 안된다는 것과, 학운위의 역할은 거수기계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게다가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정치적인 이권을 쫒는 무리들이 대거 등장하는지라, 이들로부터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을 탈락시키기 위한 후보자 전체연설을 거쳐 당당히 금메달로 당선된 전적도 두번이나 있다. 이땐 그야말로 애정과 열정이 넘치는 시기였으니 가능했다.
문제는, 올해도 곧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니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나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때 두 번 했는데, 집 앞까지 굴비나 봉투를 들고 온 지인을 돌려보내는 일이 만만치 않게 피곤했었다. 그 후, 선거가 있는 해에는 아예 학운위 참여를 자제했다. 또 학운위 참여도 내 스스로 결정했었지 학교나 누구의 부탁으로 했던 적은 없다. 아마 교감샘도 내가 학운위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아셨다면, 절대 나한테 참여를 요청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아들의 담임샘은 마음이 결정되어 참여한다면 충분히 도와주시겠다며, 아이들을 위해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좋다 하셨다. 올해는 그냥 조용히 살면서 알라딘 놀이나 즐기려고 했는데... 학운위 할까 말까 갈등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