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니라 뇌가 불안한 겁니다 - 최신 과학이 밝힌 뇌 유형별 회복 탄력의 비밀
다니엘 G. 에이멘 지음, 이은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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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에 회의적이었는데요. 뇌유형에 따른 행복 솔루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가지 도움이 돼서 제시한 것들 따라 조금씩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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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니라 뇌가 불안한 겁니다 - 최신 과학이 밝힌 뇌 유형별 회복 탄력의 비밀
다니엘 G. 에이멘 지음, 이은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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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마음이아니라뇌가불안한겁니다



평소에 "전 요즘 불안함을 느껴요." 말한다고 볼게요.

우리는 어디가 불안하다고 말할까요? (제스처로) 어디를 가리키며 말할까요?


궁금하면 한 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이걸 누가 저에게 질문한다면, 저는 가슴 부위를 쓰다듬으며 마음이 불안하다고 이야기할 거예요.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으신가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런 제가 '아~'하고 공감의 한 단어를 내뱉었어요. 마음이 아니라 실은 머리가 맞죠. 머리로는 아는데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의 마음이 어떻다고 이야길 하곤 해요.

많은 책과 영상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이야기합니다. 행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복을 위해서 무얼 하고 살아야 하는지. 왜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지 또한 이야기하죠. 이 책 또한 우리의 머리에서 맴도는 불안을 행복으로 바꾸는, 즉, 불안하고 우울한 뇌를 행복한 뇌로 바꾸는 방법론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어요!


다만, 다른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이 책은 사람마다 뇌 유형이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뇌 유형에 따라 행복한 뇌가 되기 위해 각 유형별 처방전을 내리고 있다는 게 다릅니다.


저의 경우엔, '행복에 대한 처방'이라는 말에 의심스러웠어요. 사람마다 자신이 자라온 환경, 상황(재정, 심리 등)이 제각각 다르잖아요. 그런데다 행복에 대한 정의도 저마다 달라요.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만한 처방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걸까요?


이 책은 '행복'을 다루는 다른 책과 조금 달라 보였어요. 두뇌 유형을 크게는 5가지 세부적으로는 16가지로 나누었는데요. 유형에 따라 각자에게 맞는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고 하거든요. 평소에 전 제가 성향이 예민하고 부정적인 관점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라 조금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이 책소개를 보고, 뇌 유형에 따라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부정적인 관점에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먼저, 간략하게 저자 프로필을 살펴볼게요. 임상신경학자이면서 정신과 전문의, 뇌영상 전문가이기도 하고 뇌의학과 행동의학 분야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그는 에이멘 클리닉을 설립하고, 여러 환자들의 뇌영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각 사람의 뇌유형에 맞게 치료하고, 상담하면서 많은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저자는 단일광자단층촬영인 SPECT(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에 주목하고 있어요. 뇌에 CT나 MRI 검사는 익숙한데, 이 SPECT라는 촬영은 다소 낯설더라고요. CT나 MRI 검사는 뇌 해부 구조만을 평가하는데, SPECT 스캔은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나타내고, 뇌 활동에 관한 것(뇌의 건강, 활동 수준의 높고 낮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달랐습니다. SPECT의 촬영 해독 덕에 우울증, 불안, ADHD, 비만, 중독의 유형을 이해하고, 각 개인의 뇌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뇌의 유형은 어떻게 나뉘는 걸까요?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5가지 뇌 유형

1.균형 잡힌 뇌: 사려 깊고 성실한 모범 시민형

2.즉흥적인 뇌: 도전에 강하고 권태에 약한 도파민 중독형

3.집요한 뇌: 규칙과 논쟁, 비판에 익숙한 강박 집착형

4.예민한 뇌: 공감에 능하고 외부 자극에 취약한 감정 중심형

5.신중한 뇌: 불안에 압도당하기 쉬운 위험 회피형


저도 뇌 유형 검사를 해봤는데요. 2유형, 즉흥적인 뇌가 나왔어요. 제가 주의력이 떨어지는 면이 요사이 부쩍 보여 ADD(주의력결핍장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할 수 있진 모르겠는데요. 즉흥적이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걸 엄청 싫어하는 면은 저에겐 맞지 않았어요. 아무리 읽어봐도 이 유형은 저랑은 다르더라고요. 저랑 가장 비슷한 뇌 유형은 오히려 4번 예민한 뇌 같았어요. 이 책은 유형별로 각자에게 맞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저는 '예민한 뇌가 행복할 때와 불행할 때'의 내용으로 제 모습을 되돌아보았고요. 예민한 뇌에 맞게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시키고, 엔도르핀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행동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됐습니다. 소소한 행복을 찾는 방법도 함께 참고할만해요.


그 밖에도 슬픔을 유발하는 일상에 패턴을 찾으므로 생활습관에 변형을 주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독소, 면역, 염증, 유전적 특징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유기농 식품이나 각종 영양에 관해서는 막연하게(예를 들면, DHA 보충은 두뇌성장에 도움이 된다) 좋다고는 알고 있었는데요. 영양이 우리 뇌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사실 간과했던 것 같아요. 수분 공급과 자신의 뇌 유형에 맞게 적당한 영양제 보충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의 뇌 유형에 맞게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알아보고, 보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양분이 정신 건강 및 행복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지난 수십 년 동안 발표된 수많은 연구에서 미네랄과 비타민 20여 종으로 구성된 멀티비타민, 미네랄 처방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했다. 2020년 특정 정신 건강 문제 치료를 위한 광범위 영양 보충제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검토한 결과, 연구 23건 중 16건에서 우울증이나 불안, 스트레스 증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연구자들은 멀티비타민, 미네랄 복합 제제가 기분, 공격성, 주의력 문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p.212


한 가지 더 있어요. 심리 습관 관련된 도움인데요. 마음에 이름 붙이기, 행복했던 기억을 집안의 물건이나 방에 고정시켜 쉽게 떠올리기, 긍정성 편향 훈련(인식 기법)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하는데요. 저는 특히 암점을 활용하는 내용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내가 왜 일어났지?' 자주 깜박이며 잊어버릴 때가 많은데요. 기분이 안 좋을 때, 암점의 순간의 특성을 기억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다른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데 좋은 아이디어더라고요.


일어서는 단계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뇌에 암점(맹점)이 생긴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주방 조리대 위에 놓여 있는 신문을 읽고 싶어졌을 때와 비슷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해 들어갔다가 문득 '내가 뭘 찾고 있었더라?'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패턴(소파에 앉아 있는 상태)을 방해해서 암점 혹은 맹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불행한 기분을 느낄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일어서서 뇌에 암점을 만든 다음 여기에 긍정적인 기분을 채우고, 축하한 다음 나아가자.

몸을 움직이면 뇌에 틈이 생겨 그곳에 다른 것을 채울 수 있다. 긍정적인 기운을 우리 마음과 '결부'할 수 있다. p.289


이외에도 Ants(부정적인 생각 없애기), OPM(One Page Miracle:자신의 핵심가치를 파악하고 목적의식을 다듬으며 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작성 표)도 '행복'이란 기쁨을 얻기 위해 고민해 보고 작성해 볼 만하겠어요.




책을 덮는데, '행복은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란 저자가 말한 한 문장이 제 머릿속에 깊이 남아있었어요. 한편으로 무슨 행복을 노력까지 해?라는 생각이 책을 읽고 나서도 들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저자가 제시하는 제안(영양 보충, 심리 습관, OPM 작성 등)들이 제게도 조금 벅차게 느껴졌거든요. 네! 그만큼 환경이나 주변의 일로 내 행복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할 정도로 인간의 마음은 연약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행복도 그저 한곳에 머무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현재 불행하다면 아무것도 안 했을 때 불행한 상태로 쭉 가거나 더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는 거죠. 그럼 나는 그렇게 행복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슬픔과 상실에 있어서 충분한 애도가 필요합니다. 이걸 저자도 말하고 있어요. 그렇게 고통 속으로 파고들 때, 비로소 고통이 사라진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현재도 충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럴수록 과거의 상처와 아픔도 잊을 수 있게 되는 거라고요. 나 자신을 사랑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행복에 대한 노력도 그렇게 필요한 거죠. 그렇게 행복에 대한 노력이란 저자의 말에 이해하게 됐습니다.


아마 당장은 이 책에서 제시한 모든 것들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족들이 먹을 음식 영양에 대해 신경 쓰기, 영양제 챙겨 먹기, 충분한 수면과 심리적인 습관 잡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을 두고두고 보면서 OPM 작성도 해보고 싶습니다. 행복에 대해 그저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라, 제 행복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행복'을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보시고요. 삶에 대한 자신의 관점도 돌아보시고, 삶에 균형과 감각을 찾으시면서 활기를 찾는 계기가 되셨음 좋겠네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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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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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지도에서 내가 갈 여행지 한 곳을 내리찍 듯 빅토르 위고를 작정하고 읽겠다고 달려든 건 아니었습니다.

책의 반듯한 모양새, 그 속의 쏙쏙 박혀있는 활자, 그리고 책을 들었을 때의 그립감, 책을 읽는 분위기, 책을 읽었을 때 빠지는 몰입감 등 제가 책에 관련된 이 여러 가지를 좋아하는 사람인 건 맞긴 하나, 제게 '빅토르 위고'란 이름은 저와는 한참 다른 시대의 위인, 세종대왕만큼이나 (과거에 있으나 현실에는 없고 만날 수도 없는) 먼 거리의 사람이었거든요. 제가 아는 '빅토르 위고'는 그저 프랑스의 대문호이자, '장발장'으로 유명한 작가였을 뿐이었죠. 그런 제가 몇 달 전, 동생 집에 갔다가 여러 실용서들 틈에 있는 민음사 책 몇 권을 발견했어요. 바로 위고의 이 책! <파리의 노트르담>이 그중 한 권이었습니다. <고전 읽기 클럽>에서 자발적 강제로 고전을 읽던 차에 '위고는 이때다!' 싶어서 빌려 와서 읽었어요. 그냥 들어왔던 빅토르 위고 이름 하나만 덥썩 믿고 말이죠.


이 책의 간략한 내용은 ...

카지모도는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입니다. 눈이 하나인데다 꼽추인 채로 태어난 그를 어느 누구도 키우려 하지 않았어요. 그런 그를 클로드 프롤로 부주교가 데려다 키웁니다. 모두가 그에게 경멸과 모욕의 눈길을 보낼 때, 프롤로 부주교만큼은 카지모도에게 그러지 않았죠. 카지모도는 자신을 키워준 프롤로 부주교에게 헌신을 다합니다. 종지기로 살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종지기로 살며 종소리 때문에 그는 귀머거리가 됐어요. 세상과 소통은 더 불가능하게 됐고, 그럴수록 카지모도와 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프롤로 부주교 한 사람 뿐이 되었습니다.

에스메랄다는 한 여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지만 납치를 당하게 되고, 집시로 자라나요. 춤과 노래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하며 공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카지모도에게 납치를 당할 뻔하죠. 페뷔스 중대장의 등장으로 에스메랄다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카지모도는 그 납치미수로 붙들려가서 재판을 받습니다. 자신이 누구(프롤로 부주교)에게 사주를 받았는지 말 한마디 하지 못합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재판을 하는 재판관이나 카지모도 모두 귀머거리였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권력자들은 자기 입맛에 맞게 카지모도에게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내려요 그리고 카지모도는 형벌을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잠잠히 처벌을 받는 카지모도를 그때만큼은 프롤로 부주교도 외면합니다. 단 한 사람만이 갈증과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카지모도에게 물을 건네는데요. 그 사람이 바로 에스메랄다입니다. 그렇게 1부는 마무리됐어요.


와우! 빅토르 위고가? 큭큭

이 책을 읽으면서, 대문호로 알던 빅토르 위고에 대한 환상이 살짝 깨졌어요. 엄해 보이고 진중해 보이는 초상사진과는 달리 그는 굉장히 유머스러운 작가인 듯 보이기도 했는데요.


만약 라바야크가 앙리 4세를 암살하지 않았다면 재판소의 기록 보관소에 라바야크의 소송 기록이 보존되어 있을 리 만무하고, 그 기록을 소멸시키려 한 공범도 있었을 리 만무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 그러므로 결국 1618년의 화재는 있었을 리 만무할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 낡은 재판소는 낡은 대광실과 함께 아직도 서 있을 것이다. 나는 독자에게, 가서 보시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리하여 우리는 양쪽 모두 재판소에 관한 어떤 묘사도 피할 수 있을 것인즉, 나는 묘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독자는 읽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는 아래와 같은 새로운 진리를 증명해 준다. '큰 사건들은 헤아릴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p.26

화재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독자 당신들한테 가보세요!라고 추천할 거고, 쓸데없이 묘사 글 안 써도 된대요. 그리고 독자들은 읽지 않아도 될 거라고 해요. 굉장히 누군가를 (귀엽게) 원망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외에도 유쾌하게 웃긴 표현이나 장면이 간간이 나오는데요. 피에르 그랭구아르란 인물이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랭구아르가 쓴 희곡으로 공연이 될 때, 그는 진지하게 공연을 이끌었지만 군중들은 재미없다고 비난하고, 자신의 공연이 아닌 다른 곳에 시선을 둡니다. 공연은 거의 엉망으로 마무리 되고요. 돈은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먹을 것도 살 돈도 없어요. 물방아 바퀴에 옷이 다 젖어버리고요. 에스메랄다의 공연을 본 그에게 에스메랄다가 모자를 내밀어 돈을 요구하는데요. 줄 돈이 없어서 외면합니다. 어찌어찌하다가 결혼까지 이르게 된 에스메랄다또한 피에르란 인물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신혼 첫날밤 퇴짜를 놓았어요. 요즘 말로 그랭구아르 이 사람! '찌질한' 남자로 (의도치 않았겠지만)웃픈 상황을 만드는 인물입니다.


그래도!역시! 빅토르 위고!

인물의 행동과 상황 묘사에 피식 웃음이 나긴 했지만, 위고가 단순히 웃음을 주려고 이런 방식을 선택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 사회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는 프랑스의 여러 상황 등 소설을 통해 지적하여 풍자하기도 했어요. 그와 더불어 이 작품에선 빅토르 위고의 문학적, 역사적, 예술적 지식들이 고스란히 드러나요.


 15세기 도시 파리의 구조, 인쇄술과 건축술의 관계와 흐름에 대한 글을 읽으면 감탄이 절로 납니다. 다소 어렵기도 했지만, 위고만의 뚜렷한 가치와 통찰이 글에 반영되어 읽으면서 신선하고 재밌게 읽혔어요. 마지막으로 이런 지식과 날카로운 지적에도 그의 표현은 빛이 납니다. 특히 종소리에 대한 묘사가 기억에 남는데요. 종소리에 대한 내용은 읽는 것만으로도 그 소리가 들리는 듯 웅장하면서도 영롱하게 느껴졌고, 성스러운 감동이 잔잔하게 들기도 했어요. 구체적인 종소리 표현은 적지 않겠지만요. 도시는 이야기하고, 숨을 쉰데요. 종소리를 통해 도시는 노래하게 된다니 그 표현이 제겐 꽤 낭만적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가 보여준 문학적 역량을 보며 '역시 빅토르 위고!'란 생각이 들었어요.


위고에게 카지모도는... 그리고 내게 명장면?

저는 (아직 1권만 읽었지만) 빅토르 위고가 이 작품에서 '카지모도'에게 굉장한 비중과 가치를 부여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카지모도는 이 소설에서 행동의 여부가 아니라 겉모습만으로 대중들에게 하찮게 여겨지고 끊임없는 야유와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거든요. 작품에선 그런 취급을 당했을지라도 작가인 빅토르 위고는 카지모도의 내면의 순수함을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카지모도만이, 카지모도라서 낼 수 있는 노트르담 성당의 성스러운 종소리를 인정합니다. 그가 없는 노트르담 성당의 종소리에는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한테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카지모도'가 형벌을 감당하는 모습이었어요. 그 장면이 굉장히 끔찍해서 차마 읽기 힘들었는데요. 제가 기독교인이어서 그런지 마치 그 장면은 십자가 처형을 받는 예수님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예수님이 채찍을 맞으시고,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군중들의 야유와 비난도 비슷하다 느껴졌어요. 나중에 프롤로 부주교가 외면하는 모습은 베드로의 부인하는 모습도 생각났고요. 어떠한 저항도, 어떠한 분노도 표하지 않고 그저 묵묵한 무력함으로 채찍을 맞고 있는 장면은 제 피부에 느껴지는 듯 섬뜩하면서도 안타까웠어요. 아무리 고통을 부르짖어도 그 누구 하나 고통을 헤아려주지 않습니다. 간절하게 물을 달라 부탁해도 누구도 주지 않아요. 잘 못한 게 없는 데 죄를 뒤집어쓰며 홀로 외로움을 묵묵히 삼키는 카지모도의 모습이 이 책에서 명장면으로 제 기억에 남았어요. 그런 중에 에스메랄다의 등장은 감격스러웠습니다.



급 리뷰 마무리 ..ㅎ

아직 1권만 읽었는데, 다 읽은 듯 리뷰를 쓴 것 같습니다. 2권 마저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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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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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는 결론이 살짝 다른가 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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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3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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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줄거리


김평산과 칠성은 처형당했다. 귀녀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강포수는 살뜰히 그녀를 챙겼다. 아이를 낳고 법에 따라 그녀가 죽은 후엔 아이를 데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산다. 이 시기는 고종황제가 죽고, 그가 독살을 당한 소문이 퍼지던 중이었다. 서희와 할머니 윤씨 부인은 최씨네 갖고 있는 토지들을 보러 다닌다.

칠성의 아내 임이네는 남편이 죽고 도망갔다가 살 곳이 없어 결국은 다시 평사리로 돌아왔다.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이래저래 먹고 살았다가 윤씨 부인에게 그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그녀의 딱한 처지를 보고 그들에게 곡식을 지원한다. (칠성네가 모함으로 살인죄에 가담했다는 죄를 뒤집어 쓴 걸 뒤늦게 윤씨부인이 알고 기억한 것이다.) 임이네는 더욱 당당해졌을 뿐 아니라 용이로부터 아이까지 갖게 됐다. 이때 월선이도 다시 돌아온다.

조준구는 최 참판 댁에서 하릴없이 지내다가 삼월이를 수차례 범한 걸 알고 서울로 쫓겨나는데, 뻔뻔하게도 아내와 꼽추 아들을 데리고 돌아와 당분간 살게 해달라고 윤 씨에게 청한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딱 그 시점에 역병이 돌면서 평사리의 여러 사람들이 죽어났다. 김서방을 시작으로, 강청댁, 봉순네, 윤씨 부인, 그리고 문 의원까지 무참히 죽음으로 몬다. 조준구는 이때다 싶어 최 참판 댁의 사랑으로 그들의 거처를 옮기고, 그가 주인인 양 지내는데 이를 한바탕 서희가 뒤집어 놓기도 한다.

강청댁이 죽었으니, 용이의 아이를 낳은 임이네가 용이네 집으로 들어오지만, 월선이에게 수시로 드나든다.

이때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머니까지 잃고 형이라 친척 집에서 키워진 한복이는 때마다 평사리를 들르며, 엄마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를 보던 용이가 월선이네를 집에서 묵게끔 도움을 주려고 한다.



안타깝다. 그리고 이젠 당신들 모두 이해가 된다.


초반에 귀녀와 김평산의 죽음으로 죄에 맞게 응징이 이루어진 데는 속이 다 시원했다.(이 와중에 강포수의 순수한 사랑은 또 어쩜 그리 애절한지...) 그런데 때마침 다른 악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김평산이나 귀녀같이 극악무도하다기보단 소심하지만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조준구 때문이다. 이에 부인 홍 씨까지 더해지니, 이들에게 당하는 이들을 보는 게 제일 안쓰럽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삼월'에게서 그 안타까움이 더했는데, 종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면이 참담했다. 나중에는 버려진 몸이라고 (삼월을) 노리개로 쓰려는 조준구와 삼수의 악랄한 꾀를 순이가 귀띔하며 도망가라 말해준다. 그런데 삼월인 도망가지 않고 남았다. 삼월이가 조준구에 아직도 희망이 있어서 한 선택인지, 최참판댁을 나가도 별 볼 일 없을 거란 포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그 시대 여자로 종으로 사는 건 선택권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딱히 별다를 게 그 당시에서 '삼월이가 도망가지 않았다'는 문장이 내겐 아프게 다가왔다.


전 편에서는 임이네가 그렇게 얄미웠다. 강청댁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도, 용이한테 그렇게 추파를 던지던 임이네였다. 이젠 강청댁까지 죽었으니 임이네가 비록 평사리를 떠나며 고생했지만, 끝내는 다 가진 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사리 여인네들의 험담처럼 말이다. 그런데, 강청댁이 죽으니 그 자리를 임이네가 대신하게 된 안타까운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평사리를 떠났던 적엔 여러 남자에게 몸을 주지 않고는 제 아이들을 먹여살릴 수가 없었다. 여기서도 못 살면 다 죽어버리자는 맘으로 평사리에 와서 용이의 아내가 되었지만, 용이는 자기(임이네)가 낳아준 아들에게도 자신에게도 별다른 애정이 없다. 그리고 여전히 월선이를 향한 마음만 그대로다. 참... 임이네도 옛 안 좋은 말로 박복한 인생이다. 또 그렇다고 용이도 줏대 없이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여러 여자에게 상처만 주는 캐릭터였는데, 그의 번민과 어쩌지 못하는 애정도 책을 읽다 보니 이해가 된다. 아주 악랄한 이들을 제외하고, 각 캐릭터들의 마음을 두루두루 읽다보면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 그럴만 하게 보인다. 각자의 인생들도 다 그렇게 보면 이해할 만한 인생들이 아닐지... 줏대없이 흔들거리는 건 용이가 아니라 독자인 내가 더 그런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모두가 죽었어도, 서희는 살아있다!


윤씨부인도 죽고, 봉순네도 죽은 마당에 서희는 어쩌나 싶었는데, 서희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뒤집어 놓는 모양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속이 다 후련하다. 그래도 아직은 어린지라 결국엔 조준구에게 깜냥이 되겠나 싶기는 하고, 이야기를 알기도 해서 뺏기게 될 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지금만큼은 통쾌했다. 수동이를 중심으로 윤보, 용이와 함께 곳간을 털러 자물쇠를 때려 부수는 내용도 신나게 읽혔다. 내가 서희 같은 아이를 키운다면 고개 절로 흔들만큼 싫다할 인물이지만, 어려도 최씨 가문 손녀라고 여느 사람 못지 않게 꼿꼿하고 당찬 서희를 보면 (실제 인물인 듯) 대견하다. 명성황후 시해, 을미사변에 이어 고종황제도 결국 사망하게 되며 점차 왜에게 통치권이 넘어갈 시대적인 상황에서 서희가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갈지 (그나마 해피엔딩이라) 기대된다.



고전이 뭘까


고전이라고 하면, 머릿속으로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작품이라고 알고 있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토지'를 읽으면서는 '도대체 고전이란 뭘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고뇌와 번민의 깊은 면까지 다룰 뿐 아니라, 그것을 언어로 독자들이 인물의 상황과 행동을 이해하도록 잘 설득했기 때문에 고전을 '고전'이라 하는 게 아닐까? 대하소설일 뿐 아니라 '토지'가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밖에 없고 여러 출판사를 거쳐서 지금까지 고전으로써의 명맥(?)을 이어가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략적인 이야기를 알지만, 스토리를 정확하게 내 눈으로 읽고 싶은 마음에, 인물의 심정과 인간의 나약함을 헤아리는 내용과 문장에 매료되어서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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