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 그들에게 만들어진 모임이,
엘리자베스가 기지를 발휘하여
어찌어찌 만들어진 북클럽이라니!
모두 당황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기에
그들은 모였고, 읽었다.
성의 주인 행세를 한 술꾼 존 부커,
독일군과 연애를 한 엘리자베스,
마법 약을 만드는 미스 이솔라프리비,
손자를 포로로 잃었다가 되찾은 램지,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순간에 잃은 말수가 적은 도시,
돼지 바비큐 장소를 제공한 아멜리아
등 각기 다른 캐릭터가 책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완성되는 것을 돕기 위해
그들은 줄리엣을 초대하고,
한마음 한뜻이 되어
그녀를 맞이한다.
생기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옳지 못하거나 냉소와 비아냥에는
찻주전자도 던질 수 있었던
런던의 줄리엣은
건지섬에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며,
소중한 사람들과
건지 섬의 줄리엣으로 살아간다.
전쟁은 당연히 말로 헤아리기 어려운
상처와 부스럼을 만들었다.
모든 이들을 북클럽으로 묶은 원동력인 한 사람이
건지 섬으로 돌아갈 날을 얼마 안 남기고
수용소에서 총살당하고 말았다.
수용소에서 나온 이는
조롱과 멸시, 그리고 처참함이 트라우마가 되어
상처를 회복하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한 아이는
가장 소중한 자기 엄마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건지 섬의 북클럽으로
이 모든 시련을 그들의 방식으로
보수하고 새로이 가꾸어간다.
전쟁에 대한 순기능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전쟁이 아니었다면,
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혹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책이 아니었다면,
그 어떤 것이 저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었을까?
건지 섬이 아니었다면 어디서
한 아이가 온전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책을 찾지 않았다면,
책이 제 주인을 찾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이건 읽어보신 분이나 알 수 있을 말이겠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엘리자베스와 존부커가
독일군들이 있는 창 너머로 들려오는
영국방송의 음악을 따라 왈츠를 추는 장면이다.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여러 차례 올려다보며
독일군들의 주장처럼 영국도 점령당했을까 했지만,
건지섬은 점령당했어도
아직 영국은 건재함을 알고 안도하는 왈츠가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아직 그들에게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그들의 마음만큼은
왈츠처럼 산뜻하고 행복한 희망을
발견한 심정이었을 거다.
보기드문 서간체 소설이었다.
편지글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 책이 왜 그리 많은 이들의 입소문을 탄 걸까
의아했었다.
편지형식만으로도 생생하게 상황이 전달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스토리 또한 흥미롭게 전개되어
다음이 궁금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마지막에 미스 이솔라프리비의 관찰일기의
강력한 한방은
잊을 수 없는 마무리였다.^^
소설이라 하지만,
실제 있는 건지 섬과 세계 2차대전이란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설이어서
좀 더 생생했고
안타까움과 감동이 더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