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0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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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토지>를 전권을 완독하게 된다면!

그래서 누군가가 '어떻게 그걸 다 읽을 수 있었냐'라고 묻는다면!

도서관 반납일자가 나를 읽게 해줬다고 말할 것이다.

거의 모든 책이 그랬지만, 내가 책 1권을 완독하도록 채찍질해주는 건

반납일이 다가온다고 반납일이라고 수시로 도서관에서 보내주는 반납 문자다.



나 혼자만 간략한 줄거리

이번 책에서는 명희가 친오빠로부터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다 못해 이상현을 무작정 찾아간 일부터 시작됐다. 교육을 받은 신여성으로 교사가 직업인 명희는 결혼을 해야 안정적인 시대적인 상황에서 결혼하지 못한 이가 당시에 가질만한 부담을 느낀다. 이후에 자신에게 마음이 있던 조용하와 결혼을 하고 만다.

딸 푸건이를 섬으로 시집보낸 야무네는 푸건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친정엄마로서 간신히 여비를 마련해 시댁이 있는 섬으로 달려간다. 딸을 만나지만, 데려올 수도 안 데려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친정엄마는 시집보낸 어미로 죄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장이와 첫 정을 나누고 난 후, 방황하던 홍이는 친구 따라 일본을 가려다 부산에 눌러앉았다. 추석을 맞이하여 아버지를 만나러 평사리에 왔는데, 마침 의병 떼를 뒤쫓는 일본 군인들에게 붙들려 의병이란 누명을 쓰고 고문당한다. 잘 생겼다는 다소 어이없는 이유로 남들보다 더 심하게 핍박을 당하고 나왔다. 홍이는 김훈장의 딸인 점아기, 그녀의 첫째 딸인 보연이와 혼인을 한다.

소설을 쓰고, 기자가 된 이상현은 문인들과 기생집을 찾았다가 (기화가 있던 기생집에서 만났던 산호주를 다시 만나며), 기화가 자신의 딸을 낳아 군산에서 키우고 있단 소식을 듣는다.

관동대지진으로 서의돈과 선우신은 귀국하고, 유인실도 여행 온 오가다와 조선으로 돌아온다.

환국이(길상과 서희의 장자)를 라이벌로 생각하던 친구 순철이 환국이의 아버지 길상을 '종'이라고 놀리는 바람에 순철을 폭행한 사건으로 이어지고 서희가 이를 수습한다.

임이네는 복막염으로 입원했지만,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의사에게 살려내라고 발악한다. 홍이 부부가 퇴원시켜놓는다. 일본으로 시집을 간 장이가 진주로 잠시 돌아오며 장이와 홍이가 재회하고, 그 둘의 외도로 발전했으나 장이 시댁에서 이를 알고 이들을 기습해 망신을 당한다.

마지막으로 명희가 교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예배를 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친구 여옥을 따라 미스 헤이워드를 만나는데, 여기서 신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대화를 나눈다.


아쉬우면 공부하세요!

토지의 모든 권이 그랬지만, 이번 권에서 유독 일어난 사건들이 많아 보인다. 개화 시대를 맞이하여 신문물을 받아들인 인물들의 대화에서 시대를 비판하며 비꼬는 데 읽는 데 버겁게 느껴졌다. 내가 아는 역사라곤 전반적인 시대를 아울러 굵직굵직한 사건들(3.1운동, 8.15광복 등) 뿐인데, 그 굵직한 사건들 사이사이에 벌어진 다양하고 상세한 사건들을 다룬 그들의 대화는 내게 생소했다. 세세한 상황과 분위기를 이해를 못 해서인지 좀 따분하게 느껴졌다. 이 부분은 박 작가님이 다소 불친절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방대한 일들이다 보니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쉬우면 아쉬운 내가 역사 공부를 해야지!


신문물의 밀물을 받아내는 조선!

확실히 이번 권에서의 분위기는 기존과 다르다. 예를 들면 처음으로 자동차가 등장한다. 전차까지는 그렇다 했는데, '자동차'가 나오니 눈이 휘둥그레졌다.(<토지>에서 책이라니!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이 당연할 법한데 이 책에서의 '자동차' 등장이 내겐 왠지 그리 어색할 수가 없다.) 서희가 환국이와 K 중학교 입학으로 서울로 오자 명희의 남편 조용하는 서희를 집으로 초대하며 차량을 보낸다. 용이의 아들 홍이도 결혼한 후 트럭 운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응접실도 나오고, 외국제 물건(가방, 옷 등)을 남편에게 선물 받아 착용하는 명희의 모습도 조선시대, 이전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


결혼에 이어 외도나 변심의 이유로 '이혼'도 등장한다. 명희의 남편 조용하가 전처와 이혼하고, 임이네를 담당했던 의사도 자신의 아내가 외도하며 '이혼'한다. 명희 친구, 여옥의 남편도 친정가족의 도움을 받아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가 외도하여 '이혼'을 요구한다. 조선시대에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단어가 등장하니 확실히 결혼 문화에서도 개혁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그에 반해 조선 사람들은 기존의 관습 그대로 신부의 집에서 신랑과 신부가 결혼예식을 거행하는 모습이 있긴 하다. 홍이와 보연의 결혼이 그렇다. 신랑신부 가운데 상에 닭을 두고, 신랑신부가 맞절을 한다. 잔치를 벌이고 음식을 대접한다. 비슷한 신분끼리의 혼인을 당연시하던 모습은 조금씩 깨어지는 듯하지만 신문물을 맛보지 않은 백성들에게 조선시대에 있던 결혼 풍습은 여전해 보인다. 또한, 시댁에 누군가 병이 들거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들어온 며느리의 잘못으로 치부한다. 친정은 그런 딸을 보낸 죄인이 된다. 이전의 관습과 새로운 문물이 겹쳐서 나타나는 1920년대 조선의 모습은 이번 권에서 눈에 확 띄는 부분이다.


신여성 속의 서희

길상이 독립운동으로 간도에 남고, 서희와 환국, 윤국이만 따로 진주로 오게 되는 건 이전 권에 나왔던 바다. 그런데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환국의 친구 순철이 '환국의 아버지가 본래 종'이라 하면서, 환국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여기서 어미인 서희의 태도가 굉장히 감동적이다. 먼저 폭력을 행사한 점은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를 표했다. 그러나 아들을 다그치기 전에 이유를 파악했다. 핵심을 찔러 오히려 상대 아이의 말에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아버지를 그리고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어미로 서희는 기품 있고 현명하다. 신문물이 들어오는 중에 여성의 역할과 모습도 변모하는 듯 보이지만, 서희는 자신의 모습 자체로 중심을 지니고 있다. 주위의 환경에 영향 속에서 유일하게 마이웨이를 갖춘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에 띄는 기독교 시점

박경리 작가님이 생전에 갖고 계셨던 종교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명희, 여옥, 미스 헤이워드의 대화가 내겐 개인적으로 또 다르게 인상적이었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이렇게 기독교의 핵심을 간파할 리가 없다 싶은 대사가 헤이워드의 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분쟁이 오갈 수 있는 기독교인들의 사회참여 문제에서, 이 주제에서는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말하면서도,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라 강조하며, 그야말로 제대로 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다. 박경리 작가님이 어떻게 이렇게 쓰실 수 있게 됐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세계의 흐름 속에서 휘둘릴 수밖에 없는 작은 나라, 조선.

이 가운데서 살아가는 이들 또한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삶은 있다.

한정된 이 작디작은 나라라는 환경, 흑백으로 딱 나뉠 수 없는 미묘한 감정과 행동에서

인물들이 선택하고 나아가는 인생, 각자가 펼쳐나가는 인생의 다양한 갈래를 본다.

역사, 종교, 그리고 인생이 각양각색 펼쳐지는 것들을 아울러 <토지>라는 대하소설을 완성해낸 박경리 작가님께 그저 존경을 표하며 읽을 수밖에 없다. 그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저의 <토지> 읽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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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 헤밍웨이, 글쓰기의 '고통과 기쁨'을 고백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박정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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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글쓰기를 할 때 얼마나 진실하기 위해 애썼는지, 글쓰기에 진심인 태도를 알 만한 책이었어요. 담고싶게 좋은 문장도 많아 포스트잇이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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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 헤밍웨이, 글쓰기의 '고통과 기쁨'을 고백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박정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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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의 정점을 살았던 작가, 저널리스트, 그리고 두 번의 참전. 전쟁만큼 치열한 글쓰기를 한 작가죠. 바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입니다. 그는 노벨 문학 수상자이며, 20세기 소설에 영향을 미친 위대한 소설가로 누구나 우러러보는 작가이기도 하죠. 이 책은 헤밍웨이가 여러 곳에 기고하거나 썼던 인터뷰, 칼럼과 편지에서 글쓰기 부분이 담긴 내용을 엮었습니다. 하드보일드 기법으로 사실적인 굉장히 무심해 보이는 문체의 소유자이지만, 글쓰기에 진심이었고 열정이 가득했던 헤밍웨이. 그의 작가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글 모음집입니다.


헤밍웨이는 어떤 사람보다도 진실한 글을 쓰고 싶었고, 그의 글에는 진실을 담고 싶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편지의 구문 구문에서 '진실'이란 단어가 수도 없이 발견되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산문작가가 자신이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자신이 아는 것을 생략할 수 있다. 작가가 정말로 진실한 글을 썼다면 독자는 작가가 경험했을 때만큼 강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p.53


도스토옙스키는 있음 직해 보이는 이야기도 썼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썼다. 하지만 그의 글은 모두 진실해서 글을 읽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의지박약과 광기, 사악함과 숭고함 그리고 도박의 광기에 대해서까지 알게 해준다. ... p.84


좋은 글은 진실한 글이다. 누군가 이야기를 만들어내야만 그 이야기의 진실성은 작가가 지닌 삶에 대한 지식의 양과 진지함의 정도에 비례한다. 그래서 작가가 이야기를 창작할 때, 그 이야기는 작가만큼 진실해진다. p.99


후대에 관하여: 글을 진실하게 쓰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후대의 일은 후대가 알아서 하겠지요. p.172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될 수 있는 한 진심을 끝까지 파는, 진짜 이야기를 그는 바랐습니다. 거짓되고 그럴듯한 이야기, 작가가 자신이 아는 이상으로 아는척하는 일을 작가로서 경계한 것 같습니다. 진실에 대해서는 그 어느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아는 그 이상의 이야기를 쓰지 말기를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당부하고 있어요. 그 또한 작품에서 다루는 인물에게 경험, 지식, 취향 등에 있어서 진짜를 담아냈는데요. 가령 화가 세잔의 그림에 대한 생각을 편지에 적은 것과 그의 작품에 적은 것의 거의 일치합니다. '진실에 이렇게까지 진심일 수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작품에서 추구했던 진실함은 작품에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려 했던 의지에서도 엿보이죠.


헤밍웨이는 글을 쓰기 위해 전쟁을 나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쟁에도 글쓰기 못지않게 진심이었던 걸로 보였어요. 그에게 전쟁이란 경험은 그의 글쓰기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어주었죠. 하지만 그도 전쟁의 복잡 미묘함을 인정했어요. 그렇기에 자신의 작품 속에 온전하고 진실하게 담아내기란 어려운 일었다고 고백도 합니다. 참전에 자부심이 있었던 걸로 보이는 헤밍웨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순순히 인정하는 면모도 보입니다. 그렇게 복잡다단한 전쟁이기에 그 누구보다 인간과 삶을 깊이 있게 고민했을 거고, 헤밍웨이라면 최대한 순수하고 진실하게 전쟁이란 소재를 다루었을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글의 깊이도 더했을 거고요.


그는 위대한 작가들을 인정하면서도 가차 없이 비판하기도 했어요.(권투에 비유해 각 작가들과 결투한다는 설정의 글은 흥미로웠습니다.) 헤밍웨이의 무작정 우러러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별로 어떤 점에 있어서 인정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없는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남겼어요. 무엇보다 동시대를 살던 작가인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충고한 글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두 작가를 대단하다 칭송하지만, 두 작가가 이렇게 친근한 편지를 나눴는지 글로 직접 보고 나니 친근한 느낌이에요. 피츠제럴드의 글쓰기에 있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며 기본적인 것을 강조하는 헤밍웨이입니다. 그가 작가로 읽기에도 쓰기 못지않게 매진했으며 많은 작품을 비판적인 사고와 냉철함으로 바라봤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가 읽어보라고 받아 적기도 벅차게 쏟아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어떤 책인지는 이 책으로 확인하세요^^


그의 습관, 글쓰기의 방식이나 노하우가 무엇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과 기대가 분명 있을 테죠? 마치 팬심으로 스타에게 다가가는 듯 헤밍웨이가 살던 당시에 그에 대한 관심과 시선이 굉장했나 봅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는 좋은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과하게 선을 넘은 평가나 말은 당사자를 너무 힘들게 할 것 같은데요. 글을 보면 헤밍웨이도 그랬던 것 같아요. 작품에서 정치적 성향을 정해놓고 해석하려 들고, 작품을 과도하게 내려깎거나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에 심리적으로 분석하려 했던 당시 비평과 보도에 헤밍웨이가 많이 시달렸던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그럼에도 그의 글쓰기는 (위에서 말한 대로) 진실하고자 하는 고집을 이어갔고, 글을 쓰기 위해 철저히 혼자가 되어 작가의 길을 갔습니다. 대중을 의식하기도 했겠지만, 인물과 이야기를 진실되게 이끌어 내고자 고군분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세계대전을 참전한 그지만, 그의 내면에서도 작가로서 평생 끊이지 않는 전쟁에 시달렸겠죠? 글쓰기를 너무나 사랑한 사람이었지만, 글쓰기로 창작과 비평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야 했던 작가로서의 삶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헤밍웨이의 가장으로서의 무게도 보이네요.

편지글이다 보니 그 어느 글보다 헤밍웨이 마음속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그 어느 대사나 글 못지않게 호소와 부르짖음이 들리는 것 같달까요? 그 누구보다 '진실'을 캐고 보이려 했던 헤밍웨이였기에 그의 편지글에는 한자 한자에 진심이 느껴집니다. 저 또한 진실, 진심이란 단어를 계속 쓰게 되네요.


이 한 문장이 그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말해줍니다.


나의 삶은 글쓰기가 되고, 나의 글은 영혼이 됩니다. p.250


글쓰기의 노하우보다 글쓰기에 있어서 어떤 자세로 나아가야 할지, 어떻게 자기의 중심을 세워야 하는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내 글쓰기는 어디까지 진심이고, 얼마나 진실한가를 가장 많이 돌아보게 만든 글들이었어요. 헤밍웨이가 결코 내려놓지 않고 붙든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그를 대작가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의 작품을 다시 혹은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헤밍웨이는 자신의 편지 같은 개인적인 글이 출판이 되길 바라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는 게 다른 이의 사생활을 염탐하다 들킨 듯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를 아는 즐거움이 꽤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가 무덤 문을 두들기며 '내가 하지 말랬잖아!!' 하며 분노하는 모습이 상상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말이죠. 이렇게나마 헤밍웨이를 친숙하고 진실되게 안 것은 제게 영광입니다. (죄송합니다 헤밍웨이 씨^^;) 이 책이 그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저에게는 고이고이 읽고 담아두고 싶은 글들이 담겨있어 소중했어요.





#글쓰기

#헤밍웨이글쓰기발견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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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3-29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마침 최근 헤밍웨이 단편 읽어서 더 반갑습니다 얼마 안 남은 삼월잘보내시길요!!!

렛잇고 2024-03-29 13:58   좋아요 1 | URL
어머 그러셨어요? 정말 반갑습니다. 조만간 헤밍웨이 포스트 기다리겠습니다.^^ 서곡님도 3월 잘 마무리 하셔요!! 감사합니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유왕무 옮김, 이억배 그림 지음, 이억배 그림, 유왕무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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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본 인터넷 서점에서 순위를 보던 중에

눈에 띄었던 책입니다.

작가님 이름이 익숙하다 했는데,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쓰신 작가님이시네요.

책 표지 상단을 보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라고 했는데요.

읽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간단히 내용을 이야기하면요.

갈매기 떼들은 비행 중에

청어 떼들을 발견하고 바다로 몰려듭니다.

갈매기 무리 중 한 마리인

켕카라는 갈매기도 청어를 세 마리째 맛나게 먹고 있었죠.

그때 바닷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느라

위험신호를 듣지 못한 켕카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유조선의 기름이 어떻게 유출되었는지

켕카의 온몸에 묻어있었던 거죠.

그때 한 소년과 함께 5년째

살아가던 중인 소르바스란 고양이가 있었죠.

온 힘을 다해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지만,

삶을 지속할 순 없었던 켕카는

마침 만난 소르바스에게 자신의 알을 키워달라고

세 가지 부탁을 합니다.


알을 먹지 않는다.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알을 보호한다.

새끼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소르바스는 그에 약속을 하고,

켕카는 죽습니다.

소르바스가 켕카를 살리기 위해

나간 사이에 말이죠.

그리고 소르바스는 알을 품으며

주변의 도움을 받아 키웁니다.

과연 소르바스는

고양이이면서 어떻게 아기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칠까요?

아니,

소르바스가 알을 품을 수나 있을까요?

또 아니!

앞에 놓인 먹잇감 앞에

본능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이 책 속 고양이의 세계는

인간 세계와 흡사합니다.

규칙과 법이 존재해요.

약속은

반드시 지키죠.

'부두 고양이 한 마리가 한 약속은

항구 고양이 전체와 관계있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이 알에는 손대면 안 돼.

절대로 안 돼!'p.64

또한,

고양이들은

인간과 말을 섞는 것이

금기사항입니다.


귀여운 고양이들이

똘똘하고 야무지게

지킬 것은 지키며 살아가는 면모가

귀엽고 사랑스럽죠.


고양이들은 백과사전을 많이 의지했습니다.

어쨌든 지적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글을 읽을 줄 아는 문해력도 있다는 뜻이죠.


자기들끼리

의사를 주고받으며

끼어들지 말라고 여러 번 제지하는 모습도

피식 웃음이 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람처럼

자신의 죽은 친구를

짧게 만났더라도

무덤에 묻어주며 애도할 줄 아는 고양이였죠.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지만,

목놓아 우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나와 달라도 약속은 지키는,

자기가 소중하듯 남도 소중히 여기는

기특한 고양이들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반된 모습이 있죠.

바로 인간의 모습입니다.

참 부끄러워집니다.

내 주변이 깨끗하면

다른 곳은 어찌 되는지,

거기까지 상상하지 않았거든요.

우리의 무심한 행동이

다른 이들은 고통받는 상황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부분입니다.


인간은 그런 점에서

매우 이기적이고,

무지한 것 같습니다.



"이런 오징어 먹물 같은 일이 있나! 지금 바다에서는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나는 종종 인간들이 전부 미쳐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다네. 인간들은 바다 전체를 거대한 쓰레기통쯤으로 생각한다니까. 한번은 엘바 강바닥을 청소한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오염 물질이 파도에 쓸려왔는지 아마 자네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걸세. 세상에, 거북이 등 껍데기 같으니라고! 살충제, 화학물질, 고무 타이어, 플라스틱, 음료수 병 ... 모두 하나같이 인간들이 쓰고 버린 것들이었지. 그런데 그 양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어." p.107



반성과 함께

소르바스가 어떻게

아기 갈매기 아포르 뚜나다를 책임지는지 볼까요?



"넌 갈매기란다. 그건 침팬지의 말이 옳아. 그러나 아포르뚜나다, 우리 고양이들은 모두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아주 예쁜 갈매기지. 그래서 우리는 너를 더욱 사랑한단다. 네가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지. 네가 우리처럼 되고 싶다는 말이 우리들을 신나게 했기 때문이야. 그러나 너는 우리와는 달라. 하지만 네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 우리는 불행하게도 네 엄마를 도와줄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너는 도와줄 수 있단다. 우리들은 네가 알에서 부화되어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너를 보호해 왔단다. 우리들은 네게 많은 애정을 쏟으며 돌봐왔지. 그렇지만 너를 고양이처럼 만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단다.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야. 네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우리들은 네 친구이자, 가족이야. 우리들은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우린 우리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 하지만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는 그것을 깨닫게 했어. 너는 갈매기야. 그러니 갈매기들의 운명을 따라야지. 너는 하늘을 날아야 해. 아포르뚜나다, 네가 날 수 있을 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가지는 감정과 우리가 네게 가지는 애정이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거란다.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지." p.118



소르바스도

남다른 고양이로 태어나

잡아먹힐 뻔한 위기를 넘기면서

소년에게 구해졌죠?

자신도 그렇게 누군가를 구하고,

키워내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약속이 소르바스를 붙들었고,

소르바스는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죠.

아기 갈매기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그 어느 갈매기들처럼 날아다니는 기쁨을

알도록 해내고야 말았어요.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동화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도

소르바스 자신도 그 안에서 성숙해져가는

모습 또한 감동이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

너무 좋은 동화입니다.


개인적으론

기후에 관심이 많은 작가님이

기후 이야기를 잘 적용해

이야기로 담아냈다는 점에서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동화 <긴긴밤(루리)>과

결이 비슷한 책이기도 했어요.


추천합니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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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3-28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그림 너무나 사랑스럽네요 ㅎㅎㅎ 리뷰 잘 읽었습니다!

렛잇고 2024-03-28 13:53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 저 그림에서 푸근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서곡님 감사합니다^^

오후즈음 2024-03-28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읽고 싶어지는 따뜻한 저 그림

렛잇고 2024-03-28 22:37   좋아요 0 | URL
오후즈음님 댓글까지 감사합니다! 저도 저 그림에 이끌렸어요. 마음에 남는 장면입니다.^^
 
기후 위기를 막아라, 유튜브 스타 금은동 작은거인 61
임지형 지음, 정용환 그림 / 국민서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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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도 강렬하고 아이가 재밌게 읽으면서도 기후위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책이었어요. 여러가지 실천방법도 알 수 있어 유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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