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유왕무 옮김, 이억배 그림 지음, 이억배 그림, 유왕무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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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본 인터넷 서점에서 순위를 보던 중에

눈에 띄었던 책입니다.

작가님 이름이 익숙하다 했는데,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쓰신 작가님이시네요.

책 표지 상단을 보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라고 했는데요.

읽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간단히 내용을 이야기하면요.

갈매기 떼들은 비행 중에

청어 떼들을 발견하고 바다로 몰려듭니다.

갈매기 무리 중 한 마리인

켕카라는 갈매기도 청어를 세 마리째 맛나게 먹고 있었죠.

그때 바닷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느라

위험신호를 듣지 못한 켕카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유조선의 기름이 어떻게 유출되었는지

켕카의 온몸에 묻어있었던 거죠.

그때 한 소년과 함께 5년째

살아가던 중인 소르바스란 고양이가 있었죠.

온 힘을 다해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지만,

삶을 지속할 순 없었던 켕카는

마침 만난 소르바스에게 자신의 알을 키워달라고

세 가지 부탁을 합니다.


알을 먹지 않는다.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알을 보호한다.

새끼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소르바스는 그에 약속을 하고,

켕카는 죽습니다.

소르바스가 켕카를 살리기 위해

나간 사이에 말이죠.

그리고 소르바스는 알을 품으며

주변의 도움을 받아 키웁니다.

과연 소르바스는

고양이이면서 어떻게 아기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칠까요?

아니,

소르바스가 알을 품을 수나 있을까요?

또 아니!

앞에 놓인 먹잇감 앞에

본능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이 책 속 고양이의 세계는

인간 세계와 흡사합니다.

규칙과 법이 존재해요.

약속은

반드시 지키죠.

'부두 고양이 한 마리가 한 약속은

항구 고양이 전체와 관계있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이 알에는 손대면 안 돼.

절대로 안 돼!'p.64

또한,

고양이들은

인간과 말을 섞는 것이

금기사항입니다.


귀여운 고양이들이

똘똘하고 야무지게

지킬 것은 지키며 살아가는 면모가

귀엽고 사랑스럽죠.


고양이들은 백과사전을 많이 의지했습니다.

어쨌든 지적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글을 읽을 줄 아는 문해력도 있다는 뜻이죠.


자기들끼리

의사를 주고받으며

끼어들지 말라고 여러 번 제지하는 모습도

피식 웃음이 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람처럼

자신의 죽은 친구를

짧게 만났더라도

무덤에 묻어주며 애도할 줄 아는 고양이였죠.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지만,

목놓아 우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나와 달라도 약속은 지키는,

자기가 소중하듯 남도 소중히 여기는

기특한 고양이들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반된 모습이 있죠.

바로 인간의 모습입니다.

참 부끄러워집니다.

내 주변이 깨끗하면

다른 곳은 어찌 되는지,

거기까지 상상하지 않았거든요.

우리의 무심한 행동이

다른 이들은 고통받는 상황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부분입니다.


인간은 그런 점에서

매우 이기적이고,

무지한 것 같습니다.



"이런 오징어 먹물 같은 일이 있나! 지금 바다에서는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나는 종종 인간들이 전부 미쳐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다네. 인간들은 바다 전체를 거대한 쓰레기통쯤으로 생각한다니까. 한번은 엘바 강바닥을 청소한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오염 물질이 파도에 쓸려왔는지 아마 자네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걸세. 세상에, 거북이 등 껍데기 같으니라고! 살충제, 화학물질, 고무 타이어, 플라스틱, 음료수 병 ... 모두 하나같이 인간들이 쓰고 버린 것들이었지. 그런데 그 양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어." p.107



반성과 함께

소르바스가 어떻게

아기 갈매기 아포르 뚜나다를 책임지는지 볼까요?



"넌 갈매기란다. 그건 침팬지의 말이 옳아. 그러나 아포르뚜나다, 우리 고양이들은 모두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아주 예쁜 갈매기지. 그래서 우리는 너를 더욱 사랑한단다. 네가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지. 네가 우리처럼 되고 싶다는 말이 우리들을 신나게 했기 때문이야. 그러나 너는 우리와는 달라. 하지만 네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 우리는 불행하게도 네 엄마를 도와줄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너는 도와줄 수 있단다. 우리들은 네가 알에서 부화되어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너를 보호해 왔단다. 우리들은 네게 많은 애정을 쏟으며 돌봐왔지. 그렇지만 너를 고양이처럼 만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단다.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야. 네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우리들은 네 친구이자, 가족이야. 우리들은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우린 우리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 하지만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는 그것을 깨닫게 했어. 너는 갈매기야. 그러니 갈매기들의 운명을 따라야지. 너는 하늘을 날아야 해. 아포르뚜나다, 네가 날 수 있을 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가지는 감정과 우리가 네게 가지는 애정이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거란다.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지." p.118



소르바스도

남다른 고양이로 태어나

잡아먹힐 뻔한 위기를 넘기면서

소년에게 구해졌죠?

자신도 그렇게 누군가를 구하고,

키워내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약속이 소르바스를 붙들었고,

소르바스는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죠.

아기 갈매기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그 어느 갈매기들처럼 날아다니는 기쁨을

알도록 해내고야 말았어요.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동화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도

소르바스 자신도 그 안에서 성숙해져가는

모습 또한 감동이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

너무 좋은 동화입니다.


개인적으론

기후에 관심이 많은 작가님이

기후 이야기를 잘 적용해

이야기로 담아냈다는 점에서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동화 <긴긴밤(루리)>과

결이 비슷한 책이기도 했어요.


추천합니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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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3-28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그림 너무나 사랑스럽네요 ㅎㅎㅎ 리뷰 잘 읽었습니다!

렛잇고 2024-03-28 13:53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 저 그림에서 푸근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서곡님 감사합니다^^

오후즈음 2024-03-28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읽고 싶어지는 따뜻한 저 그림

렛잇고 2024-03-28 22:37   좋아요 0 | URL
오후즈음님 댓글까지 감사합니다! 저도 저 그림에 이끌렸어요. 마음에 남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