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속 고양이의 세계는
인간 세계와 흡사합니다.
규칙과 법이 존재해요.
약속은
반드시 지키죠.
'부두 고양이 한 마리가 한 약속은
항구 고양이 전체와 관계있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이 알에는 손대면 안 돼.
절대로 안 돼!'p.64
또한,
고양이들은
인간과 말을 섞는 것이
금기사항입니다.
귀여운 고양이들이
똘똘하고 야무지게
지킬 것은 지키며 살아가는 면모가
귀엽고 사랑스럽죠.
고양이들은 백과사전을 많이 의지했습니다.
어쨌든 지적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글을 읽을 줄 아는 문해력도 있다는 뜻이죠.
자기들끼리
의사를 주고받으며
끼어들지 말라고 여러 번 제지하는 모습도
피식 웃음이 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람처럼
자신의 죽은 친구를
짧게 만났더라도
무덤에 묻어주며 애도할 줄 아는 고양이였죠.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지만,
목놓아 우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나와 달라도 약속은 지키는,
자기가 소중하듯 남도 소중히 여기는
기특한 고양이들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반된 모습이 있죠.
바로 인간의 모습입니다.
참 부끄러워집니다.
내 주변이 깨끗하면
다른 곳은 어찌 되는지,
거기까지 상상하지 않았거든요.
우리의 무심한 행동이
다른 이들은 고통받는 상황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부분입니다.
인간은 그런 점에서
매우 이기적이고,
무지한 것 같습니다.
"이런 오징어 먹물 같은 일이 있나! 지금 바다에서는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나는 종종 인간들이 전부 미쳐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다네. 인간들은 바다 전체를 거대한 쓰레기통쯤으로 생각한다니까. 한번은 엘바 강바닥을 청소한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오염 물질이 파도에 쓸려왔는지 아마 자네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걸세. 세상에, 거북이 등 껍데기 같으니라고! 살충제, 화학물질, 고무 타이어, 플라스틱, 음료수 병 ... 모두 하나같이 인간들이 쓰고 버린 것들이었지. 그런데 그 양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어." p.107
반성과 함께
소르바스가 어떻게
아기 갈매기 아포르 뚜나다를 책임지는지 볼까요?
"넌 갈매기란다. 그건 침팬지의 말이 옳아. 그러나 아포르뚜나다, 우리 고양이들은 모두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아주 예쁜 갈매기지. 그래서 우리는 너를 더욱 사랑한단다. 네가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지. 네가 우리처럼 되고 싶다는 말이 우리들을 신나게 했기 때문이야. 그러나 너는 우리와는 달라. 하지만 네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 우리는 불행하게도 네 엄마를 도와줄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너는 도와줄 수 있단다. 우리들은 네가 알에서 부화되어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너를 보호해 왔단다. 우리들은 네게 많은 애정을 쏟으며 돌봐왔지. 그렇지만 너를 고양이처럼 만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단다.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야. 네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우리들은 네 친구이자, 가족이야. 우리들은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우린 우리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 하지만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는 그것을 깨닫게 했어. 너는 갈매기야. 그러니 갈매기들의 운명을 따라야지. 너는 하늘을 날아야 해. 아포르뚜나다, 네가 날 수 있을 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가지는 감정과 우리가 네게 가지는 애정이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거란다.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지." p.118
소르바스도
남다른 고양이로 태어나
잡아먹힐 뻔한 위기를 넘기면서
소년에게 구해졌죠?
자신도 그렇게 누군가를 구하고,
키워내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약속이 소르바스를 붙들었고,
소르바스는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죠.
아기 갈매기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그 어느 갈매기들처럼 날아다니는 기쁨을
알도록 해내고야 말았어요.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동화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도
소르바스 자신도 그 안에서 성숙해져가는
모습 또한 감동이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
너무 좋은 동화입니다.
개인적으론
기후에 관심이 많은 작가님이
기후 이야기를 잘 적용해
이야기로 담아냈다는 점에서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동화 <긴긴밤(루리)>과
결이 비슷한 책이기도 했어요.
추천합니다. 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