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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 헤밍웨이, 글쓰기의 '고통과 기쁨'을 고백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박정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3월
평점 :
세계대전의 정점을 살았던 작가, 저널리스트, 그리고 두 번의 참전. 전쟁만큼 치열한 글쓰기를 한 작가죠. 바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입니다. 그는 노벨 문학 수상자이며, 20세기 소설에 영향을 미친 위대한 소설가로 누구나 우러러보는 작가이기도 하죠. 이 책은 헤밍웨이가 여러 곳에 기고하거나 썼던 인터뷰, 칼럼과 편지에서 글쓰기 부분이 담긴 내용을 엮었습니다. 하드보일드 기법으로 사실적인 굉장히 무심해 보이는 문체의 소유자이지만, 글쓰기에 진심이었고 열정이 가득했던 헤밍웨이. 그의 작가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글 모음집입니다.
헤밍웨이는 어떤 사람보다도 진실한 글을 쓰고 싶었고, 그의 글에는 진실을 담고 싶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편지의 구문 구문에서 '진실'이란 단어가 수도 없이 발견되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산문작가가 자신이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자신이 아는 것을 생략할 수 있다. 작가가 정말로 진실한 글을 썼다면 독자는 작가가 경험했을 때만큼 강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p.53
도스토옙스키는 있음 직해 보이는 이야기도 썼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썼다. 하지만 그의 글은 모두 진실해서 글을 읽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의지박약과 광기, 사악함과 숭고함 그리고 도박의 광기에 대해서까지 알게 해준다. ... p.84
좋은 글은 진실한 글이다. 누군가 이야기를 만들어내야만 그 이야기의 진실성은 작가가 지닌 삶에 대한 지식의 양과 진지함의 정도에 비례한다. 그래서 작가가 이야기를 창작할 때, 그 이야기는 작가만큼 진실해진다. p.99
후대에 관하여: 글을 진실하게 쓰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후대의 일은 후대가 알아서 하겠지요. p.172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될 수 있는 한 진심을 끝까지 파는, 진짜 이야기를 그는 바랐습니다. 거짓되고 그럴듯한 이야기, 작가가 자신이 아는 이상으로 아는척하는 일을 작가로서 경계한 것 같습니다. 진실에 대해서는 그 어느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아는 그 이상의 이야기를 쓰지 말기를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당부하고 있어요. 그 또한 작품에서 다루는 인물에게 경험, 지식, 취향 등에 있어서 진짜를 담아냈는데요. 가령 화가 세잔의 그림에 대한 생각을 편지에 적은 것과 그의 작품에 적은 것의 거의 일치합니다. '진실에 이렇게까지 진심일 수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작품에서 추구했던 진실함은 작품에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려 했던 의지에서도 엿보이죠.
헤밍웨이는 글을 쓰기 위해 전쟁을 나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쟁에도 글쓰기 못지않게 진심이었던 걸로 보였어요. 그에게 전쟁이란 경험은 그의 글쓰기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어주었죠. 하지만 그도 전쟁의 복잡 미묘함을 인정했어요. 그렇기에 자신의 작품 속에 온전하고 진실하게 담아내기란 어려운 일었다고 고백도 합니다. 참전에 자부심이 있었던 걸로 보이는 헤밍웨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순순히 인정하는 면모도 보입니다. 그렇게 복잡다단한 전쟁이기에 그 누구보다 인간과 삶을 깊이 있게 고민했을 거고, 헤밍웨이라면 최대한 순수하고 진실하게 전쟁이란 소재를 다루었을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글의 깊이도 더했을 거고요.
그는 위대한 작가들을 인정하면서도 가차 없이 비판하기도 했어요.(권투에 비유해 각 작가들과 결투한다는 설정의 글은 흥미로웠습니다.) 헤밍웨이의 무작정 우러러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별로 어떤 점에 있어서 인정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없는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남겼어요. 무엇보다 동시대를 살던 작가인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충고한 글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두 작가를 대단하다 칭송하지만, 두 작가가 이렇게 친근한 편지를 나눴는지 글로 직접 보고 나니 친근한 느낌이에요. 피츠제럴드의 글쓰기에 있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며 기본적인 것을 강조하는 헤밍웨이입니다. 그가 작가로 읽기에도 쓰기 못지않게 매진했으며 많은 작품을 비판적인 사고와 냉철함으로 바라봤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가 읽어보라고 받아 적기도 벅차게 쏟아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어떤 책인지는 이 책으로 확인하세요^^
그의 습관, 글쓰기의 방식이나 노하우가 무엇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과 기대가 분명 있을 테죠? 마치 팬심으로 스타에게 다가가는 듯 헤밍웨이가 살던 당시에 그에 대한 관심과 시선이 굉장했나 봅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는 좋은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과하게 선을 넘은 평가나 말은 당사자를 너무 힘들게 할 것 같은데요. 글을 보면 헤밍웨이도 그랬던 것 같아요. 작품에서 정치적 성향을 정해놓고 해석하려 들고, 작품을 과도하게 내려깎거나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에 심리적으로 분석하려 했던 당시 비평과 보도에 헤밍웨이가 많이 시달렸던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그럼에도 그의 글쓰기는 (위에서 말한 대로) 진실하고자 하는 고집을 이어갔고, 글을 쓰기 위해 철저히 혼자가 되어 작가의 길을 갔습니다. 대중을 의식하기도 했겠지만, 인물과 이야기를 진실되게 이끌어 내고자 고군분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세계대전을 참전한 그지만, 그의 내면에서도 작가로서 평생 끊이지 않는 전쟁에 시달렸겠죠? 글쓰기를 너무나 사랑한 사람이었지만, 글쓰기로 창작과 비평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야 했던 작가로서의 삶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헤밍웨이의 가장으로서의 무게도 보이네요.
편지글이다 보니 그 어느 글보다 헤밍웨이 마음속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그 어느 대사나 글 못지않게 호소와 부르짖음이 들리는 것 같달까요? 그 누구보다 '진실'을 캐고 보이려 했던 헤밍웨이였기에 그의 편지글에는 한자 한자에 진심이 느껴집니다. 저 또한 진실, 진심이란 단어를 계속 쓰게 되네요.
이 한 문장이 그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말해줍니다.
나의 삶은 글쓰기가 되고, 나의 글은 영혼이 됩니다. p.250
글쓰기의 노하우보다 글쓰기에 있어서 어떤 자세로 나아가야 할지, 어떻게 자기의 중심을 세워야 하는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내 글쓰기는 어디까지 진심이고, 얼마나 진실한가를 가장 많이 돌아보게 만든 글들이었어요. 헤밍웨이가 결코 내려놓지 않고 붙든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그를 대작가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의 작품을 다시 혹은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헤밍웨이는 자신의 편지 같은 개인적인 글이 출판이 되길 바라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는 게 다른 이의 사생활을 염탐하다 들킨 듯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를 아는 즐거움이 꽤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가 무덤 문을 두들기며 '내가 하지 말랬잖아!!' 하며 분노하는 모습이 상상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말이죠. 이렇게나마 헤밍웨이를 친숙하고 진실되게 안 것은 제게 영광입니다. (죄송합니다 헤밍웨이 씨^^;) 이 책이 그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저에게는 고이고이 읽고 담아두고 싶은 글들이 담겨있어 소중했어요.
#글쓰기
#헤밍웨이글쓰기발견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