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모르시지만 나는 전한길 선생님을 안다.

고등학교 때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한 나는 문과 머리도 아니었고 세계사 국사를 정말 못했다. 사회문화 바보에. ㅋㅋㅋ경제랑 지리 과목은 괜찮았는데. 나는 그래서 사탐 학원도 과탐보다 비중있게 다녔고 인강도 따로 들었는데 그게 에브라임 국사 수업이었다. 당시 내가 좋아했던 ㅈㅈㅁ 선생님과 학교 국사. 세계사 담당이셨던 ㅇㅎㅅ선생님도 아주 잘 가르치셨지만 에브라임 노트는 정말 획기적이었다. 시대별 종목별로 트리로 정리된 책이었고 나도 노트필기를 옆으로 뉘어서 정리했다. 친구들도 다 이게 뭐냐고 했고 당시 들었던 사탐 수업이나 진명여고에서 유명했고 나중에 n제 시리즈 떠서 큰 회사가 된 메가스터디 손주은 쌤도 그렇게 판서하시진 않았다. 결국 대학을 갈 땐 이과로 갔지만 국사를 포기하지 않고 늦게까지 잡고 있을 수 있었던 건 전한길 쌤 때문이었다.
언젠가 쌤이 생일날엔 가장 행복해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하고 지나가셨다. 그 날은 내 생일이었고 내가 왕따라고 생각하셨던 당시 담임 쌤도 생일날 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단 말씀을 하신 날이라 그날 좀 울었다. 그 강의가 내 생일날 촬영한 건 아니었겠지만 힘든 날을 덜 힘들게 지나갈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재작년에 공무원 준비 다시 해보겠다 했을 때 망설임 없이 한길쌤 수업을 들으려고 공단기 1년 수강권 끊었다가 쌤이 메가로 가셔서 다시 메가 회원 가입하고 들었다. 이벤트에 당첨 되서 교재 무료로 받기도 했는데, 눈이 안 보이기도 하고(그게 망막변성+야맹증+노안+백내장 때문이었ㅋㅋㅋ) 주식 단타에 중독돼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지만 나는 여전히 한길쌤 제자고 잘 배웠다. 원래 수능 가르치실 땐 욕 안하셨는데, 요즘 화내실 때는 잠깐 환기도 되고 옳은 말만 하셔서 다 듣기 나쁜 소리가 없다. 그냥 좋음. 꽃보다 전한길 유튜브는 선생님이 하시는 유튜브가 아니고 팬인 분이 하시는 유튜브다. 그거 보는 것도 좋고 쌤은 격월로 무료 강의를 푸시거나 메인 강의 아닌 건 무료로 많이 푸셔서 국사 공부 하고 싶을 때 들으면 참 좋다. 실제로 찾아뵙고 싶었는대 20여년간 찾아봴만큼 내가 대단한 무언가 혹은 합격생인 적이 없네. 아무튼 ‘때려치아라고!’ 이 말투 생각나서 웃으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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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35세때부터 노안이었다니. 백내장이었다니.
웃겨서 말이 안나온다. 이게 다 노안 때문이었어. 책을 못 읽고 공부를 못하잖아 내가. ㅋㅋㅋㅋㅋ
고도근시. 난시. 약시. 사시 다 있어서 보는 데 더 불편을 겪으니 미묘한 변화를 캐치하고 있었던 거래. ㅋㅋㅋㅋㅋㅋㅋㅋ
백내장 증세는 어쩔 수 없고 노안 해결책은 다초점 안경을 맞추는 거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책 못 읽게 된 이유가 난독증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후에도 못 읽길래 내가 무슨 문젠가 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날 창창한 40대랑 50대 내 인생 어쩔거? ㅋㅋㅋㅋ
지금도 안 보여서 안경 벗고 휴대폰으로 글 남기는 중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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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2023-10-12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스트릭랜드는 미친새끼가 맞다.
2010년에 난 The Moon and Six Pence가 아름다운 책이라고 하면서도 광염소나타의 백성수와 비슷하게 말하고 있었다. 광염소나타에 대한 a4 삼십몇장의 서평을 고등학교때 제출해서 고1때인지 고2때 고3 담당 국어선생님이랑 면담을 한적이 있다. 논지는 유미주의 꺼져, 였다. 도덕보다 우위에 있는 예술이란 없다. 나는 동물적으로라도 생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존나 천재 작가라도 연쇄 방화 살인을 일으키고 소아성애자고 강간치사범이고 그러면 일단 사형시키고 죽여야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존이 우선이기에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예술가가 암만 작품을 만들어봐야 관람자나 청취자나 독자와 어떤 교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예술가에게 주어지고 요구되는 사회성이고 도덕이지 않나. 그렇다고 도라이들이 만든 예술품을 파괴해야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가라도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범죄로 단죄하되 예술은 예술로 평가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로만 폴란스키에 대한 야유와 질타가 있는데 이 시발놈이 잘 만들긴 하잖아? 하는 사람이 여럿이면 시발스러워도 그 예술은 예술로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거다. 솔직히 김기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김기덕 영화 안 좋아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팬들이 많았는데 어느순간 다 사라져버렸다. 그게 이해가 안간다.

나는 이윤택 연출의 연극들을 좋아했다. 그런 사람이 발정난 개처럼 연극판을 휘두르고 다닐 수 있던 연극판은 화난다. 또한 연희단 거리패를 사랑했었지만 가끔 여성을 소모하는 연출방식에 화가나서 그게 싫다고 평을 쓰기도 했었다.
그 사람이 벌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또 한편은 배우들이 관계자들이 안전한 상태에서 다시 또 그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나는 그런게 많다. 친일행각의 작가 작품을 버려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그의 무덤이 난도질 되더라도 굳이 작품이 금지돼야 할 것도 못 느끼겠고. 그런 생각이 좀 있다. 물론 욕하면서 보겠지.
복잡하다. 어디까지 미워할 수 있는 건지.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란 말이 있는데 나는 죄가 미워 사람이 미운데 업적까지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 예술하는 것들이 성인 군자가 아니다. 누구보다도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에게 높은 도덕수준 요구하는 게 가끔 이상하다. 언제는 딴따라 환쟁이라고 폄훼하면서.

뭐 암튼 그렇다.

스트릭랜드가 오로지 예술에만 전념하는 순수한 ‘달’에 비유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여성들은 속물적이고 관습에 의존하는 ‘6펜스(과거 영국 화폐의 최소 단위)’로 그려진다. 《달과 6펜스》의 한국판 작품 해설에는 "육체적 관능만을 추구하는 블란치, (···) 가정을 떠났을 때 저주를 퍼부었던 남편이 천재로 알려지자 그의 아내였음을 자랑하는 스트릭랜드 부인 같은 사람들로 가득 찬 현실 세계는 (···) 스트릭랜드의 삶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313)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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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달과 6펜스 》의 문제는 단순히 스트릭랜드를 여성혐오자로 그린다거나 여성 비하, 멸시 발언이 수없이 등장한다는 데 있지 않다. 여성을 모욕하는 언행을 직접 듣거나 혹은 전해 들은 화자 ‘나’가 스트릭랜드를 변호하거나 옹호하면서 그를 자유롭고 위대한 영혼으로 치켜세워주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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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릭랜드가 아타와의 첫 만남에서 "내가 너를 때릴 텐데"라고 말하자 아타는 "그러지 않으면 사랑받는 줄 모르잖아요"(263)라고 답한다. 이를 들은 티아레는 자신의 첫 남편인 존슨 선장이 걸핏하면 자신을 두들겨 팼다며, 그를 ‘진짜 남자’라고 치켜세운다.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유일한 여성 인물 티아레조차 스트릭랜드의 언행에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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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 보고 화났다가 댓글들 내편이라 마음이 풀렸다.

https://youtube.com/shorts/LqvypOLuZ_o?si=tSNWz2r7P2utfVA6

왜 진상들은 자기가 진상인 줄 모를까.
미스테리다 진짜.
사진 한 곳에서 30cm도 안떨어져서 한 스무장 찍고 그 앞에서 엄선하는 연놈들 있으면 정말 너무 혈압오른다. 저런 애들 내가 기획하거나 참여하는 전시엔 절대 오지 않았으면 하고. 얼마전에 갤러리 바톤에서도 그런 민폐객 때문에 뒤에 작품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 엄청 많았음. 국제갤러리에서 유영국전 할 때도 한 커플이 그랬다. 걔들 사진 찍으면서 혹여나 작품에 스치면서 손상이라도 갈까봐 조마조마 하기까지.
이거 근데 성별. 나이 안 가린다.

나는 연극 뮤지컬 볼 때 부시럭 거리고 뒤에서 발로 차고 웃길 때 깔깔 대고 이런 거 전혀 신경 안 쓴다. 다리 달달 떨고 반딧불이 노릇하고 벨소리 울리고 수다 떨고 코고는 거만 아니면 됨. 과자나 팝콘조차도 아삭아삭 아그작 거리는 소리도 입 다물고 나는 소리면 괜찮다. 근데 아직 탄산수 따는 소린 적응 못해서 영화관 싫어함 ㅋㅋㅋ
전시도 마찬가지다. 어느정도 시끄러운 것도 이젠 많이 이해함. 작품 사진 찍는 것도 한두번 더 찍는 기다릴 수 있다. 근데 작품 앞에서 포즈 취하는 건 진짜 용서가 안된다. VIP때나 예약제라서 자기만 그 공간에 딱 하나 있어서면 몰라. 30평 공간에 한 오십명 들어와있는데 그러면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공간 책임자들이 끌어냈으면 좋겠음.
졸라 아는 척하고 작품 작가 평가질 하고 휘젓고 큰 목소리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불쾌하긴 해도 나도 주워듣는 게 재미있어서 막 싫진 않은데. 기본적으로 똑같이 들어와서 똑같이 감상하는데 남 감상 막는 건 좀 아닌 거 같다.
그림만 가리지 말아줘. 인생 셀카는 그 그림 사고 나서 찍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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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에게 물려 잠 깼다. 어느 선생님이 공감을 표해주셔서 울었고, 고 이영승 선생님의 부모님이 올리신 추모영상들 보다 울었고… 잠이 안 왔다.

아까는 아이들 만나기 직전 설렘 가득했던 과거에 내가 쓴 글을 보고 기분이 울컥했다. 또 교육실습 한달 뒤 내 글엔 그런 말이 있었다.


대부분의 애들은 착하고 예쁘다. 아무래도 나는 선생이 될 수 있는 인간이 아닌 거 같다.


어느 곳에서나 악마는 있다. 진상도 있고. 그런데 유독 학교에서 그러는 느낌. 또 선생은 애는 죄가 없다 생각하기에 그런 애나 학부모나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하지 웬만해서 고소고발 안한다. 라포 형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인데 그걸 깨뜨리겠냐고. 물론 그렇게 해도 여태까지 선생이 이긴 적은 통계로 봐도 손에 꼽고. 부모부터 제발 부모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능 문제가 아니라 이건 가정교육이 문제다. 윤리 도덕이 전혀 안된 집안들이 뭐가 어째?

여덟 명의 필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한 텍스트 중 여섯 작품이 ‘우연히’ 특정 시기에 몰려 있는 것이다. 세계사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난 이 시기의 작품은 주목할 만하다. 1910년대부터 1940년대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나라의 문학은 묘한 공통점을 보인다. 20세기 이후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집 밖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거나 정규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늘어났다. 서구 여성들은 참정권 투쟁을 벌였고 식민지 여성들은 여성운동과 더불어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싸움도 전개해나갔다. 조직적인 투쟁의 경험이 쌓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이 여성을 규정하는 시각은 마치 세계사의 흐름에 맞서기라도 하는 듯 보인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문학적 역공이다. 문학적 역공을 주도하는 자들은 여성이 시민으로서 자리를 찾으려 하면 할수록 남성성에 위협을 느끼고, 여성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여성들은 언제까지 문학에서 이런 모욕을 경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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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읽기가 작품의 의의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 중에는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계속 읽어볼 만한 흥미와 매력을 지닌 작품도 있지만, 냉정한 재평가를 통해 ‘고전’, ‘걸작’의 자리에서 빼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는 작품도 있다. 예술적 남성 동맹이 추구해온 자유·아름다움의 개념과 방향성을 의심하지 않으면 전위는 불가능하다. 모두가 자유를 갈구하지만 여성을 착취하는 현실은 외면한다. 권력을 분석하지 않고 자유를 말하는 것, 타자를 주체로서 존중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은 예술적 사기다. 자유와 아름다움이 타자를 모욕하며 형성되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구속이며 추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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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사회가 여성의 정신세계를 규정하고 단죄하는 방식을 알고 난 뒤에는 과거에 이 작품이 가진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단순히 문제를 살피지 못한 것을 넘어 심지어 재미와 희열을 느끼며 좋아했다니! 여성에 대한 비하와 모욕이 여성 자신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사회에 공기처럼 깊숙이 스며들어 있음을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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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욕망이나 인정 욕구가 꺾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철학자 에릭 호퍼는 《맹신자들》에서 창조적 욕구의 좌절은 심각한 자기 경멸이나 타인에 대한 격렬한 증오로 연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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