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릭랜드는 미친새끼가 맞다.
2010년에 난 The Moon and Six Pence가 아름다운 책이라고 하면서도 광염소나타의 백성수와 비슷하게 말하고 있었다. 광염소나타에 대한 a4 삼십몇장의 서평을 고등학교때 제출해서 고1때인지 고2때 고3 담당 국어선생님이랑 면담을 한적이 있다. 논지는 유미주의 꺼져, 였다. 도덕보다 우위에 있는 예술이란 없다. 나는 동물적으로라도 생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존나 천재 작가라도 연쇄 방화 살인을 일으키고 소아성애자고 강간치사범이고 그러면 일단 사형시키고 죽여야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존이 우선이기에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예술가가 암만 작품을 만들어봐야 관람자나 청취자나 독자와 어떤 교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예술가에게 주어지고 요구되는 사회성이고 도덕이지 않나. 그렇다고 도라이들이 만든 예술품을 파괴해야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가라도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범죄로 단죄하되 예술은 예술로 평가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로만 폴란스키에 대한 야유와 질타가 있는데 이 시발놈이 잘 만들긴 하잖아? 하는 사람이 여럿이면 시발스러워도 그 예술은 예술로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거다. 솔직히 김기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김기덕 영화 안 좋아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팬들이 많았는데 어느순간 다 사라져버렸다. 그게 이해가 안간다.

나는 이윤택 연출의 연극들을 좋아했다. 그런 사람이 발정난 개처럼 연극판을 휘두르고 다닐 수 있던 연극판은 화난다. 또한 연희단 거리패를 사랑했었지만 가끔 여성을 소모하는 연출방식에 화가나서 그게 싫다고 평을 쓰기도 했었다.
그 사람이 벌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또 한편은 배우들이 관계자들이 안전한 상태에서 다시 또 그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나는 그런게 많다. 친일행각의 작가 작품을 버려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그의 무덤이 난도질 되더라도 굳이 작품이 금지돼야 할 것도 못 느끼겠고. 그런 생각이 좀 있다. 물론 욕하면서 보겠지.
복잡하다. 어디까지 미워할 수 있는 건지.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란 말이 있는데 나는 죄가 미워 사람이 미운데 업적까지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 예술하는 것들이 성인 군자가 아니다. 누구보다도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에게 높은 도덕수준 요구하는 게 가끔 이상하다. 언제는 딴따라 환쟁이라고 폄훼하면서.

뭐 암튼 그렇다.

스트릭랜드가 오로지 예술에만 전념하는 순수한 ‘달’에 비유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여성들은 속물적이고 관습에 의존하는 ‘6펜스(과거 영국 화폐의 최소 단위)’로 그려진다. 《달과 6펜스》의 한국판 작품 해설에는 "육체적 관능만을 추구하는 블란치, (···) 가정을 떠났을 때 저주를 퍼부었던 남편이 천재로 알려지자 그의 아내였음을 자랑하는 스트릭랜드 부인 같은 사람들로 가득 찬 현실 세계는 (···) 스트릭랜드의 삶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313)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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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달과 6펜스 》의 문제는 단순히 스트릭랜드를 여성혐오자로 그린다거나 여성 비하, 멸시 발언이 수없이 등장한다는 데 있지 않다. 여성을 모욕하는 언행을 직접 듣거나 혹은 전해 들은 화자 ‘나’가 스트릭랜드를 변호하거나 옹호하면서 그를 자유롭고 위대한 영혼으로 치켜세워주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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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릭랜드가 아타와의 첫 만남에서 "내가 너를 때릴 텐데"라고 말하자 아타는 "그러지 않으면 사랑받는 줄 모르잖아요"(263)라고 답한다. 이를 들은 티아레는 자신의 첫 남편인 존슨 선장이 걸핏하면 자신을 두들겨 팼다며, 그를 ‘진짜 남자’라고 치켜세운다.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유일한 여성 인물 티아레조차 스트릭랜드의 언행에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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