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서울 한가운데에 있는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가 열렸는데 사람들이 아주 많이 모였어. 안타깝게도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몰릴 줄 알면서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다치고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지. 그러자 처음엔 ‘이태원은 무서운 곳이다‘, ‘그러게 거길 가지 말았어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건 그들이 잘못 생각하는 거야. 사람 많은 데는 가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더 안전하게 잘 지켜줘야 하는 거야. 일부 사람은 이상하게 그 동네를 욕하고 그곳에 간 사람들에게 막 뭐라고 했어. 그때 여러 사람이 마음을 많이 다쳤지. 정말 중요한 것, 진짜 문제가 무언지 정확히 모를 때 사람들은 그냥 욕을 하기도 해. ‘그러게 거길 왜갔어. 그 동네는 어쩐지 옛날부터 별로였어‘라는 식이지. 이런걸 우리는 혐오라고 해. 사람들은 왜 무언가를 혐오할까? 아주 간단해. 세상에서 미워하는 게 가장 쉽거든. 남 탓을 하는건 편하거든. 그런 자세로는 성장할 수 없어. 우리는 혐오에 지지 않아야 해. 사람들이 자기 시대 문화를 더 즐기고 만끽하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지. 본질을 놓치면 퇴보하거나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야. 슬픔은 애도하고 이태원 핼러윈 문화는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 P182
정작 내게 변화를 불러온 것은 사진이 아니라 내가 모아둔 문장들이었다.
‘당신 멋져! 당차게 신나게 살고, 멋지게 져주자!‘
길을 걷다가 부동산 사무실 앞에 붙어 있는 걸 본 것인데 굉장히 유쾌하고 감동적이라 사진을 찍어 보관했었다. 지난 시간이 스르륵 스쳐 지나갔다. ‘맞아, 이때 내가 이 글을 보고 엄청 기운이 났었지. 다시 보니 지금도 기운이 나는 느낌이었다. 문장 하나가 이렇게 사람의 기운을 북돋울 수 있다니 신기했다. 정말 당차게 신나게 살아볼까 하는 마음도 생겼다. ‘해보고 안되면 그냥 멋지게 져주지 뭐‘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번에는 일기장에 있는 어떤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만두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오늘만 버텨볼까?‘
그랬다. 나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 생각으로 버텼다.
그래, 죽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오늘만 버텨볼까? 신기하게도 긍정 회로가 좀 돌았다.
연이어 눈에 들어온 문장은 친한 언니의 말이었다.
"만약 내 인생이 드라마라면 지금이 시청률 절정 구간 아닐까? 주인공인 내가 좌절을 겪고 있으니 어떻게 이겨내는지 시청자들이 지켜보며 궁금해할 거 아니야. 시청률 50퍼센트 달성한다, 내가 반드시 이겨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거야." - 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