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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읽어도 된다 - 50에 꿈을 찾고 이루는 습관 ㅣ 좋은 습관 시리즈 23
조혜경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0월
평점 :
요즘 세상은 재미있는 것이 많고 볼 것이 넘친다. 직접 어디를 가거나 뭔가를 하지 않아도 몇 시간씩 앉아 영상을 통해 알지 못했던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런 기발하고도 변화무쌍한 곳에서 책만 붙들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다. ‘정말 책만 읽어도 괜찮을까?’라는 의심과 ‘그래도 책 만 한 건 없어’라는 자기 합리화를 번갈아가며 한다. 이런 시점에서 알라딘 서재에서 다양하게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을 알게 되고, 『책만 읽어도 된다』라고 호기롭게 외치는 책을 만나면 반갑고 든든하다. 외동아이를 키우며 ‘외동이라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외동아이가 성공한다’라는 책을 발견할 때의 기쁨과 같은 것이다.
조혜경의 『책만 읽어도 된다』는 책을 통해 한 사람이 성장하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와 저자가 경험한 독서의 방법도 다양하게 서술되어 있다. 책을 읽고 어렵게 글만 조금 남기는 나 같은 독서가와는 달리 조혜경의 독서는 미래를 설계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게 한다. 블로그를 통해 단기간에 많은 서평을 쓰고 일본어를 공부해 번역가가 되기로 한 결심은 집중과 혹독한 자기 관리로 이어진다.
책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 작가와 나의 경험이 만나는 부분이 있다. 이 책에서 ‘나쓰메 소세키’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언급되어 있어 좋았다. 리뷰, 후기, 서평, 독후감의 차이를 생각하며 글을 쓰라고 했는데 그런 것을 구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글쓰기를 하는 내가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했다. 책을 읽을 때 질문지를 만들어 보는 방식도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건강하게 책을 읽기 위해 108배 운동을 한다. 아주 오래 전 엄마를 따라 절에 갔을 때 108배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것을 해 본 사람만이 108배가 엄청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위해 건강을 챙겨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책만 있으면 언제까지나 독서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 전 목디스크로 허리까지 아프고 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 때 건강하지 않으면 절대로 책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나는 걷기를 좋아해 혼자 많이 걷는다. 길 가다가 카페를 만나면 커피를 마시고 싶어 들어가고 싶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커피만 마시자고 카페에 들어가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산책하고 커피 마시면서 책도 읽어야 되니까. 시간 여유가 많은 날은 산책길에 책을 꼭 챙긴다.
얼마 전 공원의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여자 둘이 마주보고 앉아 있었는데 한 사람이 거의 일방적으로 말하고 상대방은 그 말에 수긍만 해주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자기 시댁에 대한 불만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시댁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보기 싫다고 했다. 그녀는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말했다.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내가 <책을 읽는다는 것>이 그렇게 다행일 수가 없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이고 그것을 훈련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난 옆 테이블의 여자가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같이 온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 별로 좋지도 않은 자신의 억울함과 신세한탄을 위해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책이 나에게 좋은 것을 많이 주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일방적이지 않게 누군가의 말을 먼저 들어줄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먼저 물어봐주고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멋있는 내가 되기 위해 책 만 한 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책만 읽어도 된다』의 행간에는 많은 것이 들어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의미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어 즐거웠다.
[그렇다. 나는 좋아하는 책 읽기와 공부로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