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턴은 지원군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미래에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에서는 아프리카인이 점차 감소해서 사라지고 유럽인 정착민으로대체되리라고 확신했다. 그의 확고한 의견에 따르면 그 일은 불가피하게,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었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참견쟁이 관료들이 간섭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원주민의 안녕에대한 책임 운운하는 유의 방해만 없다면. - P121

마틴은 유럽인과 깜둥이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지치지도 않고 반복되는 것을 말없이 듣고 있었다. 이제 깜둥이란 단어는 그들이 굴복시켜 지배하게 된 누구나를 의미하게 되었다. 영국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유럽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들은적이 있었다. 프랑스인과 네덜란드인, 심지어는 지배하거나 즉각적인멸망을 선언할 식민지가 없는 폴란드인이나 스웨덴인도 마찬가지였다.  - P124

그들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그다음은 아시는 대로라고, 
또는 그들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봤을 때 서로의 영혼을 보았고그래서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른 모든 의무를 저버렸다고 말하는 나를발견하고 싶지 않다. 그런 것이 사실일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실제로일어나나? 설사 일어난다 하더라도 어떻게 글로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뻔하고 진부한 설명을 들으면 나는 불신감으로 인해 민망해진다.
나이 때문이다. 우리는 기적은 거짓이라 생각하고 항상 숨은 혹은 숨겨진 설명을 찾는다. 사랑보다는 탐욕과 색욕이 동기이길 바란다. 우리의떨리는 겸손, 떨리는 애정욕구보다 우리의 불결, 냄새, 배설을 교묘하게 조롱하며 언급할 때 안심한다. 우리에게는 더이상 영혼조차 허락되지 않으며 우리의 은밀한 내적 공간은 그저 욱신거리는 상처가 그대로드러나는 해결되지 않은 혼란의 장소에 불과하다. - P160

이것은 우리 모두에 관한 이야기, 파리다와 아민과 우리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 자밀라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는 여러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무질서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고 영원히 얽매는가에 관한 것이다. - P173

알함둘릴라, 내게 허락되지 않은 뭔가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나에게 만족을 가져다주는동시에 쓸모도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산다는 게 그리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어떻게 그걸 포기할 생각을 할 수가 있어? - P195

하지만 그 나이에, 그가 다니는학교에서는 라시드는 더이상 카시다를 부르지 않았다. 시란 셰익스피어와 키츠와 바이런과 롱펠로와 키플링을 의미했고 라시드 역시 열의와 기쁨으로 이 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것이 교육이 의미하는 바였다. 교육이란 ‘누구나 아는 것을 나도 아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과정에서 뭔가를 잃어버리는 것을 한탄해야 한다는 생각은 라시드에게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서 다 읽지는 못했지만 직접 산 단테책도 집에 있었다. - P209

아프리카 거의 전역이 어떤 식으로든 유럽인들의 지배를 받던 시기였다. 직간접적으로, 야만적인 힘에 의해 또는 무력을 통한 외교에 의해, 무력을 통한 외교라는 게 
말이 된다면 말이다. 1950년대에 영국이 그린 아프리카 지도는 크게 네 가지 색으로 칠해져 있었을 것이다. 영국이 지배하는 지역은 빨간색과 분홍색의 그러데이션, 프랑스 영토는 진녹색, 포르투갈 영토는 보라색, 벨기에 영토는 갈색. 이 색은 세계관의상징이었고 다른 제국들도 각자 자기만의 색깔 체계가 있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그런 지도를 연구한 많은 이들에게는 오직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여행을 꿈꾸는 방식이었다. 지금의 지도는 더이상 그런 식으로 읽히지 않는다. 세상은 그때보다 훨씬 혼란스러워졌고 정체를 숨기는 사람들과 이름들로 가득하다. 
어쨌든 이제는 상상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림 자체가 이야기이기 때문에, - P211

보라색은 포르투갈인들의 불안한 자존심과 제국의 왕가, 종교, 상징에 대한 집착을 나타냈다. 
그들은 수세기에 걸쳐 식민지배를 하는 동안 이 땅들을 
잔혹하게 약탈하고 학살하고 불태우고 원주민 수백만 명을 노예로 삼아 브라질의 플랜테이션 농장으로 이주시켰다. 갈색은 벨기에인들의 무신경하고 냉소적인 효율성을 나타냈다. 그들은 이 축제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그들이 식민지인들에게 선사한 것은 이 비열한 시대의 다른 어느 강대국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에 그들이 남긴 유산은 앞으로도 한동안 그곳의 강과 호수를 흙탕물로 만들 것이다. 에스파냐인들에게도 식민지가 있었다. 영국이 그린 지도에는 에스파냐를상징하는 노란색으로 표시되었는데 이는 약탈한 황금에 대한 집착을의미한다. 1950년대 말에 이 색깔들은 연분홍색, 연두색, 연보라색, 베이지색으로 옅어질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점진적인 식민지배 포기 모든 것이 통제하에 있는 자치로의 진화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록오래가진 못했지만. - P210

그들이 자기가 지배하는 자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그는 상상했다. 그들에게 우리는 단순한 불안과 성마름의 왁자지껄처럼 보이고 우리의 외침과 헉 소리는 언제든 피지배자의 단순한칭얼거림처럼 들릴 거라고 - P240

할렘, 할렘! 이제 나는 할렘, 할렘을 보았노라! 단족Dan* 무용수들의 맨발이 일군 보도에서 자라난 옥수수로 푸르게 물든 산들바람

당시에는 이 시를 몰랐지만 마침내 읽을 때는 내가 처음 본 런던 착륙 전 비행기가 선회할 때 저 아래 보였던 런던의 전망이 떠올랐다. 마치 내가 수평선 너머 그곳에 런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던것처럼, 텅 빈 곳에서 기적적으로 솟아난 것만 같았다 물론 상고르는할렘이 거기 있을 줄 몰랐기 때문에 감탄한 것이 아니다 것은 자신이 바라왔던 추상적인 무언가에 대한 상상이 충족되었다는 외칭, 마침내 할렘 르네상스의 온상이자 그의 시가 예찬하는 아프리카 이민자 사회의 생기 넘치는 현장에 도달했다는 인위적인 표현이었다. - P293

어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우리에게서 감췄다. 그중 어떤 것들은 너무 평범하고 진부한 문제라 때로는 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세상의추악함에 대처해야 할 필요가 없도록 보호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습관적인 비밀주의였을까? 이 무렵에는 젊은이들을 최대한 오래, 최대한 무지한 상태로 계속 두어서 순종적이고 다루기 쉽게 만드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때때로 내가 직접 겪은 일에 대해서도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지를 발견하고 충격받곤 한다. - P280

여기 텔레비전 뉴스에도 우리 독립기념식이 한 꼭지 나왔다. 우리나라가 텔레비전에 나온 것이다. 그 시절 텔레비전은 흑백이었고 독립기념식은 다른 기념식들이 으레 그렇듯 자정에 시작됐다. 의식에 신비로운 상징성을 더하고 말 그대로 통치권이라는 부담스러운 짐을 넘겨주는 성스러운 연극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부족한 조명 아래서 찍은그 짧은 영상만으로는 지형을 알아볼 수도, 해변을 따라 심은 목마황을볼 수도 몇 피트 거리에 있는 바다 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다. 거기서보인 것은 깃발 내리기와 행진하는 병사들, 차려 자세로 서 있는 필립공뿐이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검은 예복을 입은 술탄이, 왼쪽에는 하얀제복을 입고 깃털 꽂은 토피를 쓴 주재 사무관이 있었다. 거기에 리포터의 긴장된 목소리를 더하자 그것은 모두가 자기 지위에 따라 훌륭하게 처신하고 있는 뉴스릴로 봐서 너무나 익숙한 ‘제국의 풍경‘의 한장면이 되어버렸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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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29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페넬로페님
구르나 이 책!
ᕱ ᕱ
(๑˙ϖ˙๑ )

페넬로페 2022-12-29 17:18   좋아요 1 | URL
넵, 다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