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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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年年歲歲)

파묘(破墓)
하고 싶은 말
무명(無名)
다가오는 것들

황정은의 연작소설 <연년세세>는
한세진, 한영진, 이순일, 세 모녀가 화자가 되어
사람 사이에 완벽한 공감과 이해는 어려우며
가족일지라도 각자의 입장과 느낌이
우선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가족이지만 어떤 말로 인해 상처도 받고,
결국 하지 못할 말도 있으며
언짢고 불편한 것도 많다.
그러나 또한 가족이기에
남들이 해주지 못하는 것을 서로 해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가족 이야기로 읽을까?
그게 궁금한 적이 있었고 실은 지금도 궁금하다.

‘작가의 말‘ 에서 작가는 이렇게 질문한다.

처음엔 가족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연년세세‘ 를 읽어 갈수록
구절구절마다 나자신과 내가 아는 사람들의 삶이 겹쳐져
그 사람들을 생각하느라 소설은 그저 배경이 되었다.
신산스럽고 위태로운 각자의 삶속에서
연년세세되는것은 다 다르고
그것이 관계속에서 이해되기도 하고 비난받기도 한다.
억지스럽고 불필요한 것들이라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본시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나쁘게 행동하면
나쁜 사람이 되는것이다.

가족이든 타인이든
완벽하고 절대적인 관계는 없다.
좀 더 들여다보고, 이해하려하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

나의 친구 K는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그러한 이유때문인지는 몰라도
늙어 병들고 치매를 앓으시는 노모를 혼자 모시고 있다.
어머니는 거동을 못해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계신다.
음식을 해서(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정성스러운) 그것을
믹서기로 갈아 어머니에게 떠먹인다.
하루에 음식을 떠먹이는 일이 무려 4시간이나 걸린다,
K의 나머지 가족들은 거의 어머니를 돌보지 않고
한번씩 K가 불만을 터뜨려야 조금 돈을 보내준다.
밤에도 몇 번 잠에서 깨어 누워있는 어머니의
자세를 바꾸어준다.
그런 K에게 내가 너무 고생한다, 힘들겠다, 라고 말하면
K는
힘들지만 자신의 엄마를 바라보고
엄마가 살아온 일생을 돌아보면
˝당신은 나에게 충분히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고 한다.
K의 말에 울컥했고
나는 그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인가를 돌아보게 된다.

‘다가오는 것들‘ 은 이 책에 실린 4번째 작품이기도 하고
동명의 프랑스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에 대해 짤막하게 나오는 구절이 있는데
궁금해져 영화를 봤다.
프랑스 영화답게, 사람답게
주인공 나탈리는 그야말로 쿨한 사람이다.
고등학교 철학교사인 그녀는
성실하고 화도 잘내지 않는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집을 나가도
나탈리가 집필한 책이 더이상 수익을 낼것같지 않아
출판사가 포기할 때도,
자신을 따르던 제자, 파비앵에게 가치관에 대해
비판받을 때도 그녀는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한번씩 혼자서 꺼이꺼이 우는 정도이다.
그저 바쁘게 걸으며 성실히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을때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나를 생각했다.

황정은의 문장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천천히 음미하듯 읽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이 조금은 평범했지만 나에게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묵직함과 의미를
주어서 좋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ㅡ 뒷표지에~~

[밑줄긋기 ]

누나가 수고했다, 수고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누나, 너무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지는 마.
그런 거 아냐.
너무 효도하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어
효?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답했다.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생각했다.
할아버지한테 이제 인사하라고,
마지막으로 인사하라고 권하는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팠을 거라고,
언제나 다만 그거였다고
말히지는 않았다.ㅡp43~44

그는 그냥.....
그 사람은 그냥, 생각을 덜 하는 것 뿐이라고 한영진은 믿었다. 한영진이 생각하기에 생각이란 안간힘 같은
것이었다. 어떤 생각이 든다고 그 생각을 말이나 행동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고 버텨보는 것, 말하고 싶고 하고 싶다고 바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버텨보는 것.그는 그것을 덜 할 뿐이었고,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ㅡp70

망실된 그들의 이름은 이순일의 삶이 끝날 때 비로소 완전한 망(亡)이 될 것이다.이순일이 그 문서를 닫은 사람이었다. 이순일은 거기 적힌 이름들이 겪은 일을 누구에게도 넘길 생각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로든 기록으로든 사람은 무언가를 세상에 남길 수 있고, 남기는데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을 이순일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숱하고 징그러운 이야기를......그것을 내가 다시 생각하며 말해야 하는가. 이순일은 아이들이, 한영진과 한세진과 한만수가 그 일을 이야기로도 겪지 않기를 바랐다 ㅡ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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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15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여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멋져요. 연하남이랑 연애도 하고 ㅋㅋ셔츠 니트 늘어진거 걸쳐도 멋짐 . 가족이든 타인이든 완벽하고 절대적인 관계는 없다. 좀 더 들여다보고, 이해하려하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동감합니다

페넬로페 2020-12-15 22:39   좋아요 1 | URL
네, 그냥 아무거나 걸치는데 멋지더라구요~~
주인공이 철학교사인데 책을 많이 보거든요^^
그것도 멋지고~~
저 위의 영화포스터는 한국에서 상영할때의 포스터인데 연년세세에서 비판을 해요^^
나탈리와 파비앵이 사제지간인데 연애는 하지 않거든요**

서니데이 2020-12-23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제 서재에서 소소한 이벤트를 합니다.
시간되시면 구경오세요.^^

scott 2020-12-23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
그리하여 트리나무 한그루 심어드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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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

페넬로페 2020-12-23 23:55   좋아요 1 | URL
와! 너무 감사합니다^^
scott님의 크리스마스 트리로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맞이하게 되었어요**

페크pek0501 2020-12-23 2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

페넬로페 2020-12-24 00:0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페크님!
건강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서니데이 2020-12-25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메리크리스마스.
성탄의 기쁨을 나누며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 되세요.^^

페넬로페 2020-12-25 18:3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서니데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