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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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유로웠던 유년시절이 존재한다. 그것이 찬란했던지 그렇지 않았든지 간에 말이다.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작가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헌정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일전에 저자의 에세이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를 읽어서인지 한결 친근하게 느껴졌다. 경계없이 마음의 문을 열고 읽기 시작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완서 작가의 수많은 작품들 중 가장 익숙한 장편소설이었다. 매체에서 워낙 홍보를 많이 하기도 했고 집에 책이 있었는데 읽어보진 못했던 참이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92년 출간된 박완서의 자전소설이다. 개풍 박적골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박적골의 풍경에 담긴 이야기였다. 80년대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종종머리를 딴 계집애들과 서당과 천자문 그리고 시골의 뒷간 괴담까지 행복으로 가득찬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읽는 이의 입가를 미소짓게했다. 한편으로 어린시절을 이 정도로 기억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단 사실이 놀라웠다. 일정 부분 픽션이 가미되었겠지만, 엄청난 기억력이다.

억척같은 소설 속 엄마를 보며 자연스럽게 나의 "엄마"가 떠올랐다. 어린시절 내가 기억하는 엄마에 대하여. 나이가 먹은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이지만 말이다. 시대적 배경이나 살아온 환경이 쉽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그럼에도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항상 곁에 존재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조부모님과 어머니, 오빠 그리고 주변 지인들까지. 혼자 성장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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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 대한민국 1호 도슨트가 안내하는 짜릿한 미술사 여행
김찬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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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우 보통의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유인즉슨 1,2년에 한 번 미술관에 가는 정도고 내 평생 어떤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게다가 미술과 예술하면 떠오르는 난해함. '도대체 저 평범한 '변기'가 무슨 예술이라는거야?' 백남준 전시관에 갔을 때도 '테레비전 쌓아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거야?' 등의 물음표만 맴돌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예술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싶었다. 종종 찾아가는 미술관에서 다른 이들처럼 벅차오르는 감동이나 희열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고 싶은 열망이 내겐 있다.

3,4년 전 '알베르트 자코메티'의 전시를 보러간 적이 있다. 당시 남자친구, 지금의 남편이 권유해서 가게 된 곳이었다. 도슨트란 단어가 생소했지만, 작품을 밀도 있게 관람하기 위해 해설을 해주는 사람이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오랜만의 미술 전시관이고 미알못인 우리 커플은 처음으로 도슨트를 신청해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마치 고등학생 수학여행 때, 역사를 설명해주는 선생님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처럼 전시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작품을 관람했다. 나의 첫 도슨트는 바로 '김찬용'님 이었다! 휘몰아치는 언변과 흥미진진한 화술, 게다가 해박한 지식까지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남편은 '김찬용' 도슨트에게 흠뻑 빠져 아직도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다.

그런 분이 낸 첫 책이라니! 운명같은 느낌이었다. 당시 들었던 도슨트만큼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은 이야기꺼리가 가득해 흥미롭고 감동적이었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분야라 깨달음이 가장 컸다. 우선은 예술품이랍시고 떡 하니 한 자리 차지한 '변기'의 실재를 알게 되어 보이는 것 너머의 예술, 개념미술을 이해해볼 수 있었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인생을 알아야하는 것처럼, 예술가의 작품도 그 시대와 의미를 두루 살펴보아야함을 깨달았다. 그나마 좋아했던 예술가인 모네와 고흐가 인상파였단 사실과 함께 시대의 변화, 격동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알게 되었다는 즐거움도 있었다.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이란 책 제목처럼 미알못들도 길을 헤매지 않고 미술의 시대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좋았던 문구는 아래의 말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 위에서 한 명의 예술가라는 것.

직장인이든 가정주부든 학생이든 그 무엇을 하든 간에 하고자 하는 일에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을 갖고

그 일을 한다면, 결과가 작든 크든 혹은 유형이든 무형이든 그 모든 결과물은 예술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새로운 시대가 열릴수록 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너머의 가치에 대해 탐구해했고 그것의 결과물들은 개념미술이나 행위예술 등으로 명명해왔다. '미술은 읽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말한 김찬용 도슨트의 글을 읽으며 전시에서 억지로 느껴보려고 노력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넓혀가는 것. 예술을 대하는 자세와 가치관을 배웠다.



*위 서평은 몽실서평단에서 지원받은 도서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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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최고의 투자입니다 - 하버드에서 배운 세계 최강의 식사 기술
미쓰오 다다시 지음, 최화연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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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다양한 질병을 안고 사는 이유로 환경문제를 들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식습관을 꼽는다.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고 야식이나 과식을 달고 살기도 한다. 『식사가 최고의 투자입니다』는 서두에서 '현대판 영양실조' 자가 체크리스트로 식습관을 진단해준다. 아래 12가지 문항 중 4개 이상이면 노란불, 8개 이상이면 빨간불인데 무려 7개나 해당된다. 빨간불은 면한 셈인데 거의 턱 끝까지 위험이 차오른 수준이다.

1. 편의점, 마트에서 레토르트 식품을 자주 사 먹는다.

2. 가공식품을 살 때 영양 성분 표시를 보지 않는다.

3. 발효 식품을 적게 먹는다.

4. 밥, 면, 빵을 매우 좋아한다.

5. 매일 달콤한 간식을 먹는다.

6. 매일 쾌변을 보지 못한다.

7. 피부가 자주 거칠어진다.

8. 피곤이 풀리지 않고 늘 나른하다.

9. 식후에 졸음이 쏟아질 때가 많다.

10. 잠을 푹 못 잔다.

11. 머릿속이 안개 낀 듯 뿌옇고 개운하지 않다.

12. 자주 기분이 가라앉고 짜증이 난다.

『식사가 최고의 투자입니다』는 먹거리가 나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투자인지 강조한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나른함, 피곤함, 수족 냉증 등의 원인 불명 증상들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인데 이는 몸의 기초가 되는 영양소 부족 탓이란 것이다. 특히 현대판 영양실조의 악화요인으로는 채소와 과일이 개량되면서 영양소 함유량이 크게 떨어진데 기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식사를 해야할까? 책을 보면서 드는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현대인들의 식습관 문제는 사실 익히 알고 있다. 발효음식이나 무기질이 가득한 채소, 단백질의 보고 콩 등의 중요성 또한 잘 알아왔지만 실천하는 것이 어려웠다. 무려 7가지의 투자가 되는 식사의 실천이 등장한다. 첫 번째로 '매일 낫토 한 팩씩' 컬러풀한 음식 사진과 레시피도 있어 참고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7가지 실천 방법 중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마지막 '코코넛오일 상비하기'였다. 몸에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매일 아침 커피에 코코넛오일 1작은술을 넣어 섞어 마시면 뇌 컨디션을 향상시켜주고 당 섭취 조절을 해주며, 면역력도 강화된다니 챙겨먹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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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당신이 아픈 진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강신용 지음 / 내몸사랑연구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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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종종 나를 보며 "어릴 때 너 때문에 마음 많이 졸였다."는 말을 종종 하셨다. 황달 때문에 2달을 인큐베이터에 있었고 아기 때 감기를 달고 살아 새벽에 응급실에 가는 건 다반사, 장 기능이 약해서 배변문제도 있었고 사춘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아토피가 온 몸을 뒤덮어 맘 고생을 했을 엄마.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아토피는 여전하다. 단지 나이가 듦에 몸을 공격하는 병균의 속도가 좀 느려진 느낌이랄까. 최근에는 소화기능이 약해진 것을 느낀다. 작년에는 병원에 건강검진을 하러 가서 역류성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피가나는 식도를 보고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지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 누구도 당신이 아픈 진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내 모든 증상이 담겨있었다. 겪고 있는 여러 질병들이 자가면역질환이란 것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건강하게 살기 위해 내 몸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아직 젊다는 이유로 몸이 고장나는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지만, 이왕 늙는 것 건강하게 늙어가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단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역류성식도염, 아토피,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의 질병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 적이 없었다. 의사 판단 아래 약을 처방해줬을 뿐이다. 나와는 먼 얘기 같았던 역류성식도염 진단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이 증상이 위산분비가 저하되어 나타난 것임을 알았다. 소화장애가 가져오는 연쇄적 건강악화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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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의미 부여 -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찾은 진짜 내 모습 일상이 시리즈 4
황혜리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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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풍경을 쉼없이 달리는 기차,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오랜 로망 중 하나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올 해 하반기에 갈 계획이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펜데믹으로 잠정중단한지라 아쉬움이 크다. 늘 상상만 해오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열기와 진동, 분주함을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상이 의미 부여』는 표지의 사진과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평소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삶의 만족은 대체로 자신에게서 오는 것이라 똑같은 하루하루라도 어떻게 의미를 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저자의 스물아홉 끝자락은 환절기와 같은 춥고 쓴 시간이지만 용기를 내어 봄을 기다린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속 따스한 사람들과 소소한 기억과 함께.


만남과 설렘, 그리고 이별과 그리움이 공존하는 곳. 머무는 잠깐의 시간동안 내 공간이라는 애착이 생기게 되는 곳.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저자는 자신의 옛 기억들을 떠올릴만한 장면을 마주하기도 하고 떠나보내기 아쉬운 이와 작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행에는 수많은 이변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행운을 얻기도 하고 얼떨떨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언제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험이 주는 특별함은 여행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잠시 일상을 떠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것이 꼭 여행일 필요는 없지만 익숙치 않은 공간에서의 체험은 나란 사람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깊숙한 곳에 웅크린 두려움과 상처, 잔해들로 주춤하는 평소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지 고민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재잘재잘 수다스런 사람이다. 저자가 언급한대로 회사생활은 눈치보고 주눅드는 생활이었고 아무에게도 힘듦을 내색할 수 없는 냉엄한 곳이었다. 꽤 오랜 기간 방치한 마음은 닳을대로 닳아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마음에 생기를 찾으려고 노력한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분위기만 조금 바꿔도 마음과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동안 자신에게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깨달은 이후 꾸준히 노력 중이다.

감탄사를 자아내는 풍경과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은 여행에 큰 영향을 주지만, 그 중에서도 여행의 꽃은 단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이 의미 부여』에는 그러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쾌적한 1등급이 아닌 3등급의 복도식 좌석이지만 숱한 사람들과 인연이 닿는 곳에서의 여행은 흥미진진한 일상으로 덧대여 앞으로의 삶에 추진력이 되지 않을까. 분주한 발걸음들이 오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탑승하는 날을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 바로 실행시킬 수 있는 것도 필요한 용기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작은 용기 정도는 항상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이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주고, 생각지 못한 감정과 놀랍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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