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우 보통의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유인즉슨 1,2년에 한 번 미술관에 가는 정도고 내 평생 어떤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게다가 미술과 예술하면 떠오르는 난해함. '도대체 저 평범한 '변기'가 무슨 예술이라는거야?' 백남준 전시관에 갔을 때도 '테레비전 쌓아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거야?' 등의 물음표만 맴돌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예술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싶었다. 종종 찾아가는 미술관에서 다른 이들처럼 벅차오르는 감동이나 희열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고 싶은 열망이 내겐 있다.
3,4년 전 '알베르트 자코메티'의 전시를 보러간 적이 있다. 당시 남자친구, 지금의 남편이 권유해서 가게 된 곳이었다. 도슨트란 단어가 생소했지만, 작품을 밀도 있게 관람하기 위해 해설을 해주는 사람이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오랜만의 미술 전시관이고 미알못인 우리 커플은 처음으로 도슨트를 신청해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마치 고등학생 수학여행 때, 역사를 설명해주는 선생님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처럼 전시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작품을 관람했다. 나의 첫 도슨트는 바로 '김찬용'님 이었다! 휘몰아치는 언변과 흥미진진한 화술, 게다가 해박한 지식까지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남편은 '김찬용' 도슨트에게 흠뻑 빠져 아직도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다.
그런 분이 낸 첫 책이라니! 운명같은 느낌이었다. 당시 들었던 도슨트만큼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은 이야기꺼리가 가득해 흥미롭고 감동적이었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분야라 깨달음이 가장 컸다. 우선은 예술품이랍시고 떡 하니 한 자리 차지한 '변기'의 실재를 알게 되어 보이는 것 너머의 예술, 개념미술을 이해해볼 수 있었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인생을 알아야하는 것처럼, 예술가의 작품도 그 시대와 의미를 두루 살펴보아야함을 깨달았다. 그나마 좋아했던 예술가인 모네와 고흐가 인상파였단 사실과 함께 시대의 변화, 격동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알게 되었다는 즐거움도 있었다.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이란 책 제목처럼 미알못들도 길을 헤매지 않고 미술의 시대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좋았던 문구는 아래의 말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 위에서 한 명의 예술가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