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종종 나를 보며 "어릴 때 너 때문에 마음 많이 졸였다."는 말을 종종 하셨다. 황달 때문에 2달을 인큐베이터에 있었고 아기 때 감기를 달고 살아 새벽에 응급실에 가는 건 다반사, 장 기능이 약해서 배변문제도 있었고 사춘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아토피가 온 몸을 뒤덮어 맘 고생을 했을 엄마.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아토피는 여전하다. 단지 나이가 듦에 몸을 공격하는 병균의 속도가 좀 느려진 느낌이랄까. 최근에는 소화기능이 약해진 것을 느낀다. 작년에는 병원에 건강검진을 하러 가서 역류성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피가나는 식도를 보고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지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 누구도 당신이 아픈 진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내 모든 증상이 담겨있었다. 겪고 있는 여러 질병들이 자가면역질환이란 것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건강하게 살기 위해 내 몸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아직 젊다는 이유로 몸이 고장나는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지만, 이왕 늙는 것 건강하게 늙어가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단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역류성식도염, 아토피,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의 질병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 적이 없었다. 의사 판단 아래 약을 처방해줬을 뿐이다. 나와는 먼 얘기 같았던 역류성식도염 진단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이 증상이 위산분비가 저하되어 나타난 것임을 알았다. 소화장애가 가져오는 연쇄적 건강악화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