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이 재테크다 - 오늘 뭐 먹지? 외식과 배달음식으로 지친 당신을 위한
김미진 지음 / 체인지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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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지 2년이 넘어 3년차로 접어들었다. 결혼 전에도 요리에 관심이 없고 간볼지를 도통 모르겠어서 자신이 없었는데 어거지로 몇 번 했더니 이제는 오징어 손질을 하게 되고 스테이크 굽기도 자유롭게, 레시피를 보지 않고 뚝딱 만드는 요리도 생겼다. 그런데 이놈의 요리라는게 궁리를 하지 않으니 한계에 부딪혔다. 내가 만든 요리가 딱히 와~ 맛있다. 란 생각도 들지 않고 매일 반복되는 메뉴에 남편은 진작부터 배달앱을 꺼낸다.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식당도 가지 못하면서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 주문내역만 늘어가고 있다.

'이제 배달음식 지겨워!' 내적 고함이 빗발치고 있을 때 내게로 온 『집밥이 재테크다』 를 처음 받을 때, 진짜 재테크 책인 줄 알았으나, '외식과 배달음식으로 지친 당신을 위한' 부제를 본 순간 '아! 이 책이다.' 싶었다.

 

 

  인트로 색감과 일러스트가 감각적이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각종 미디어에서 유명하다는 MJ님의 후다닥 레시피는 그 이름만큼 간단하다. 식재료나 요리방식이 요린이인 내가 봐도 익숙하고 따라하는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1석2조 레시피 28가지, 간단한 한 끼 18가지, 국 찌개 메뉴 17가지, 반찬메뉴 26가지, 주말 별식 12가지, 디저트 9가지 꽤 많은 레시피가 담겨있다. '1석2조 레시피'는 하나의 요리 레시피에 몇 과정만 더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거나 한 재료로 여러 음식을 만들어보는 방법이 담겨 있는데 이건 진짜 꿀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간장돼지불고기'와 '분짜'를 동시에 만들 수 있다니 꼭 따라해보고 싶다. 

 

 

요린이들도 따라 할 수 있도록 채소부터 조미료까지 계량 가이드가 나와있고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불 조절 가이드가 있다. 어떤 요리책은 이 중요한 걸 알려주지 않아 나를 절망에 이르게 했다. 여러 레시피 중에서 '라면 투움바', '황태미역떡국', '감자수제비', '쌍화탕 수육', '리코타치즈'를 꼭 만들어 보리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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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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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글은 그가 살아온 시대의 문헌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풍파 속 시대를 붙잡고 살아 온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말이다.' 1931년생인 박완서 작가의 글은 내게 이런 생각을 가져다 주었다. 이 글을 50대, 70대에 읽는다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와닿을 것 같다. 여전히 살아갈 날이 많은 내게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작가의 시선을 모조리 이해하고 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노쇄한 어른들이 살아 온 지혜라고 일러주는 것들이 젊고 혈기왕성한 이들에게 터부시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옛 것들을 지닌 마음이었다. 일제치하에서 일본 이름을 써야했던 작가의 학교생활, 한국전쟁 이후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사묻힌 작가의 어머니, 깡시골에서 신여성이 되어야한다며 아들과 딸을 데리고 서울로 상경하여 삯바느질로 생을 이어온 이야기들을 읽으며 역사소설을 읽는 것만 같았다. 한 시대가 가한 전쟁이란 폭력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국의 정서인 '한'의 기원이 어쩌면 이 때부터가 아닐까 싶었다.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그리운 고향에 대한 이중적 모순을 가지고 있었던 어머니와 자신을 떠올리며 쓴 그의 글에는 실상을 보려한 모습이 느껴졌다.

어머니는 90세의 장수를 누리고 돌아가셨지만 그리던 고향땅을 생전에 밟아보지 못하셨고 물론 고향땅에 묻히시지도 못했다. 이렇게 철천지한을 풀어보지 못하고 죽은 이가 어찌 어머니뿐이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한을 품은 이들은 계속 죽어 갔다. 어떡하든 생전에 한풀이를 하고 싶은 세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결국 통일을 지향하는 힘도 줄어 가는구나,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나서 나는 그런 생각을 고쳐먹을 수가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식 된 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슬픔과 함께 멍에를 벗은 것 같은 홀가분함을 느꼈다면 너무 불효한 것일까. 그러나 솔직한 심정이 그러했다. 더는 모순된 이중의 고향, 두 개의 허상에 짓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박완서 작가는 40대에 문인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보다 여성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었던 시대였고 성에 따른 역할이 규정되어 있다고 믿었던 때였다. 자녀를 여럿 낳아 기른 여성에게 우연히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모집 공고를 본 후 글을 응모하게 된 것이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였다. 습작을 해왔던 것도 아니었으나, 위의 계기로 무척이나 많은 글을 썼다고 한다. 그는 '내가 하나의 작품을 이룩한 게 작가가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나 준엄한 각오에서가 아니라, 순전히 중년으로 접어든 여자의 일종의 허기증에서였던 것 같다.'라 썼다. 어떤 일은 가득 차오른 열망과 집요가 아닌 작가가 언급한 허기증, 부재로 인해 행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내가 아직도 소설을 위한 권위 있고 엄숙한 정의를 못 얻어 가진 것도 '소설은 이야기다'라는 소박한 생각이 뿌리 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다. 남이야 소설에도 효능이 있다는 걸 의심하건 비웃건 나는 나의 이야기에 옛날 우리 어머니가 당신의 이야기에 거셨던 것 같은 효능의 꿈을 꾸겠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그리하여 특정 시대를 살아가며 그 시기를 자신만의 가치관과 태도로 이해하고 습득한다.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 시대를 이해해봄과 동시에 시대를 가르지 않는 영원불멸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사람이기에 고민하고 후회하고 성찰했던 숱한 감정과 깨달음은 시대가 가고 새로운 인류가 탄생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글들이 살아남아 계속해서 읽히고 고전으로 자리잡는 거겠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내 마지막 몇 달을 철없고 앳된 시절의 감동과 사랑으로 장식하고 싶다. 아름다운 것에 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찬탄을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 여기저기 허둥대며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아름다운 것을 봐두려고 생각하면 그건 이미 탐욕이다. 탐욕은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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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에 스페인
최지수 지음 / 참좋은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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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행기를 타지 못한지 일년이 넘어간다. 단순 비행기뿐 아니다. 좋아하던 여행을 마음껏 누렸던 이전과 달리 죄스러움에 눈치를 보게 되는 오즘이다. 내년 6월쯤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호기롭게 외쳤건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획했던 삶이 통째로 오리무중이 되었다. 아쉬움 마음은 역시 책으로 달래는 것이 제격임을 <서른 살에 스페인>을 보며 느꼈다. 일러스트레이터 갯강구씨의 여행 에세이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웠고 예쁜 색감까지 넣어 보는 이로 하여금 여행의 향수와 대리만족을 불러일으켰다. 20일간의 스페인 여행을 일자별로 차례차례 보여주는데 마치 그림일기를 훔쳐보는 느낌도 들었다.

자신이 직접 간 여행지를 이렇게 예쁘게 그려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그림 위주에 글이 포인트처럼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 글에 대한 압박이 있는 사람들도 쉽게 열어 탐독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서른살이 특별한 나이라고 생각되기 싶지만 살다보니 그리 별다를 것 없는 나이란 생각도 든다.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은 흥미롭고 배울 것도 많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여행스타일 중 그 지역의 식재료를 사서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갠적으로 요리를 어려워해서 설겆이가 편한 입장이라 숙소에서 그 나라의 식재료로 요리를 해먹는다는 로망이 있다. 사먹는 것도 좋지만 긴 여행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겠다는 설렘이 일었다.

대리만족을 위해 펼쳐든 그림과 글을 보면 볼수록 여행의 목마름이 더해져 버렸다. <서른살에 스페인>에서 이곳 저곳의 관광지와 음식들을 워낙 예쁜 그림체로 표현해서 스페인 여행을 가게되면 꼭 가고싶은 곳, 기억하고 싶은 행사들을 연필로 그어가며 읽었더니 한가득이다. 빨리 바다를 건너 여행자란 이름으로 밝은 대낮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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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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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다. 고르고 골라 아끼고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이 단어가 지닌 따뜻하고 포근함도 좋지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 소망으로 자주 쓰게 되는 것 같다.

<다정한 매일매일> 좋아하는 단어에 덧대 매일매일이란 단어까지 붙으니 어찌 읽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그뿐일까? 빵과 책을 주제로 한 내용이라니 내게는 더없이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다.

온/오프라인 서점마다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백수린 작가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한번은 읽어보겠다 다짐했었는데 그 첫 작품이 에세이라니, 이왕이면 소설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고민을 하다가 지면을 펼쳤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따뜻하고 달콤한 빵에 얽힌 이야기, 작가가 읽은 책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 잔에 읽기 좋은 글이었고 혼잡한 대중교통 안에서도 촉촉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의 방향을 섣부르게 가르키지 않아 좋았다. 그녀가 소중히 여겼던 극중 인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일상들과 고민들은 답답하고 어리석게도 느껴졌지만 또 매우 가깝게도 느껴졌다.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고민 하나씩은 지니고 있음을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면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처량하고 음울한 모습일 때의 내게 작가는 강요하는 것 없이 그게 사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그렇게 지나갈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잘 견뎌내라고 위로해주었다.

삶이 불가해한 것이라서 글을 쓰는 작가들처럼 의문투성이인 지점들을 한 걸음 한 걸음 넘어갈 때마다 축적되는 경험으로 남은 걸음걸음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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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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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러시아 문인같은 이름이지만 독일 태생이다. 이전에도 여러번 흘려 들었던 이름이었는데 제대로 알아본 적은 없었다. 이번 책을 읽게되면서 검색해보니 꽤 다작을 한 작가였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이 '잔'에서 출판된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총 2권인데 함께 소장하고 싶을 만큼 디자인이나 색채, 분위기가 멋드러진다. 책 표지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시크함, 자유로움, 아웃사이더, 술주정뱅이, 음탕 등 이 작가를 평하는 수식어들이 꽤 많은 편인데 한 눈에 봐도 정갈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문학에서 띄는 색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극적이고 거침없는 표현들에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자유로운 표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통쾌함이 있었다.

시인이라 그런지 쉽게 읽히는 글들은 아니었다. 어떤 표현은 오래 봐야 했고 또 그 이상 고민해봐야했다. 그의 표현들 중에는 미간이 찌푸려지는 부분도 있었고 왜 오랜기간 빛을 보기 어려웠는지도 알 듯 했지만 직접 느낀 생생한 삶에 대해 쓰고 싶었던 마음이 전해져왔다. 숱한 에세이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대이다. 특히나 말랑말랑한 글들로 현대인을 위로하는 에세이들이 대세가 되어가는 흐름 속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식과 노골적인 글들을 담고 있는 에세이였다. 그 속에는 찰스 부코스키의 삶도 슬쩍 엿볼 수 있었다. 이 글들은 글 자체보다도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되는 글이었다.

그리 건전하지는 않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속에서 눅진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때로 어떤 글들은 더러운 구덩이 속에서 밝게 빛나는지도 모르겠다. 삶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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