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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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러시아 문인같은 이름이지만 독일 태생이다. 이전에도 여러번 흘려 들었던 이름이었는데 제대로 알아본 적은 없었다. 이번 책을 읽게되면서 검색해보니 꽤 다작을 한 작가였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이 '잔'에서 출판된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총 2권인데 함께 소장하고 싶을 만큼 디자인이나 색채, 분위기가 멋드러진다. 책 표지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시크함, 자유로움, 아웃사이더, 술주정뱅이, 음탕 등 이 작가를 평하는 수식어들이 꽤 많은 편인데 한 눈에 봐도 정갈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문학에서 띄는 색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극적이고 거침없는 표현들에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자유로운 표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통쾌함이 있었다.

시인이라 그런지 쉽게 읽히는 글들은 아니었다. 어떤 표현은 오래 봐야 했고 또 그 이상 고민해봐야했다. 그의 표현들 중에는 미간이 찌푸려지는 부분도 있었고 왜 오랜기간 빛을 보기 어려웠는지도 알 듯 했지만 직접 느낀 생생한 삶에 대해 쓰고 싶었던 마음이 전해져왔다. 숱한 에세이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대이다. 특히나 말랑말랑한 글들로 현대인을 위로하는 에세이들이 대세가 되어가는 흐름 속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식과 노골적인 글들을 담고 있는 에세이였다. 그 속에는 찰스 부코스키의 삶도 슬쩍 엿볼 수 있었다. 이 글들은 글 자체보다도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되는 글이었다.

그리 건전하지는 않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속에서 눅진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때로 어떤 글들은 더러운 구덩이 속에서 밝게 빛나는지도 모르겠다. 삶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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