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간질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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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들썩 모두와 함께 춤을~"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분신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이 책의 주인공에게도 분신술 능력이 있는데,

바로 간질간질~~~머리카락을 뽑으면

언제 어디서나 동시 다발적으로 자신과 똑같은 롤롤(?)들이 등장한다.

 

 

물론 그 중에 단 한명의 '나'가 존재한다. 

매의 눈으로 '나'를 찾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이 책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만화적 상상력이 가득 펼쳐진다.

 

서현작가의 전작 <커졌다> <눈물바다>처럼 기발한 표현이 재치만점이다.

 

다만 전작과 달리 그림책의 서사보다, 캐릭터의 율동과 리듬감이 강조되었다. 

 

춤을 추는 변신 머리카락들을 보면,

 

항상 호기심 많고, 잘 웃는 아이들의 개구진 모습들이 저절로 상상이 된다.

 

이 책은 보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훨씬 좋다.

 

책을 느끼는 순간 어깨가 들썩들썩 신명이 난다.

 

 

 

​♬♪

간질 간질

 

살금 살금

 

씰룩 씰룩

 

꿈틀 꿈틀

 

들썩 들썩

 

덩실 덩실

 

♩♪

 

모두와 함께 춤을 춰보자!

 

 

어느 순간

 

짧고 반복적인 문자들도 자연스럽게 쿵덕쿵덕 리듬을 탄다.

 

결국 끼와 흥이 넘쳐 어마어마하게 생성된 '나'의 롤롤들은 플래쉬 몹의 한 장면처럼 거대한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가려움을 긁는 소소한 즐거움처럼

 

 

일상의 지루함을 깨고

 

함께 내안의 끼와 흥을 타보는 건 어떨까?

 

내 안의 간질 간질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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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빵 사계절 그림책
노석미 지음 / 사계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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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투박하고 연한 바탕의 물감색이 평온하다. 

 

특히 선없이 자연스레 그려지는 붓터치는

 

아이의 조몰락 조몰락 손놀이 유희처럼 다가온다.

 

그림책의 글은 짧고 간결하다. 심지어 글씨 역시 그림의 일부다.

 

 

고양이는 빵 만들기에 집중하는데, 요리의 시간순으로 그림이 진행된다.

 

고양이에게 누군가를 위한 요리의 시간은 그저 즐겁다.

 

그런데 제목이 왜 지렁이 빵일까?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당연히 지렁이빵에도 지렁이가 없겠지?

 

제목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나만의 즐거운 공상을 해본다.

 

이 책의 지렁이빵은 여러모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꼬물꼬물 바게트 모양일까?

배배 꼬아 만든 하트의 브레첼 모양일까?

투박하게 툭툭 잘리운  못생긴 국시꼬랭이 모양일까?

 

 

 

개인적으로 빵 이야기 그림책을 참 좋아한다.

도토리 빵집 모자 쓴 도토리의 푸근한 모습이 아기자기 귀엽고,  맛있게 구운 빵의 밤갈색이 자연스레 연상이 된다.

구름빵마쉬멜로우처럼 보드랍고 폭신한 질감과, 퐁퐁 하늘을 날 것 같은 상상이 뒤따른다.

구리와 구라의 빵만들기는 친구와 함께 만드는 과정과, 맛있게 나눠먹는 즐거움이 그대로 전염된다.

그림책의 빵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자꾸 착해지는 것 같다.

때로 추억과 그리움이 덧입혀져,

마치 엄마의 근사한 도마질 앞에 요리를 꼴깍 기다리는 아이로 되돌아간 것 같다

 

 

 

두근두근

지렁이 빵의 드디어 완성되는 순간

마지막에 친구의 모습이 등장한다.

 

 

아하~~

 

새가 좋아하는 먹이가 바로 지렁이였구나~

 

~~ 가슴에 따스함이 번진다.

 

 

지렁이 빵은 바로 친구 새를 위한 선물이다. 

"내가 이렇게 맛있게 만들었어.

 너를 위해 준비했어."

 

친구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사랑의 마음이 둠뿍 담겨 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하나뿐인 선물!

친구를 위한 고양이의 지렁이빵에 빙그레 웃음이 난다.

 

 

 

추신>새 친구가 고양이에게 속편으로 물고기빵 선물을 잔뜩 안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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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 진실의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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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수년간 세월호 관련 사실적 조사자료를 실었다.

거대한 두께의 책크기를 보자, 과연 내가 이것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같은 시간을 살았던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알아야할 진실의 부채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4월 16일 과연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진실은 이미 깊은 바닷속에 매장되었다. 그러나 남겨진 사람들의 각고의 노력과 방대한 자료를 통해, 그날의 기록을 재건하였다.

 

세월호의 침몰은 단순한 해양재난사고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점이 축소판으로 터진 것이다.

 

 무능한 구조세력, 위기상황 컨트롤타워의 부재, 정경유착, 감찰기관의 부정부패, 비정규직 세월호 직원, 여객선 인허가 비정상적인 과정의 문제점,  화물의 과적 및 고박의 문제, 언론의 무능,  불량 재무구조에 기반한 청운해운, 구원파 유병언일가 재벌의 비리 등 이루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점이 총 망라되어 있다.

위 나열한 모든 문제점들이 한날 한시 연쇄적으로 맞물려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 책은 두께에서 주는 위압감과 달리 굉장히 흡입력 있고 술술 잘 읽힌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된 이유와, 인명구조 실패에 대한 분석과 판단이 굉장히 명확하고 논리적이다. 오히려 유족들의 목소리와 참사에 대한 고통의 정서는 최대한 배제되었다.

 

그러나 사건의 사실적 객관적 기술과 달리,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참담하고 행간 문맥사이 보이지 않은 상황들을 생각하노라면 눈물이 배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방대한 자료들을 모으려고 노력했을 사람들의 인고,  또한 이 무수한 자료들을  엮고  한편의 책으로 축약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다시는 이땅에 이러한 참사가 벌어지지 않기를 .....

 

참혹한 진실의 기록에 그저 고개숙이고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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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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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종이달>은 즐거운 가족 혹은 연인과의 한때를 뜻한다고 한다.

 리카가 타락하면서까지 추구했던 행복은 사실 종이달처럼 아름다운 가짜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느끼기에, 리카는 고타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 같지 않다.

단지 고타에게 헌신하며 절대적 사랑을 받치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 것 같다. 

모든 것에 우월할 정도로 유능하며 완벽한 자신의 모습..

물론 그것은 돈으로 위장한 가장 완벽한 가짜였지만 말이다.

결국 돈이 가져다준 가짜 행복감은 바닷물처럼 마셔도 마셔도끝이 없는 불안과 갈증의 고통이 뒤따른다.

 

이 책은 리카의 욕망의 서사를 쫒아갈 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을 통하여, 돈에 대한 탐욕과 추악함을 굉장히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 역시 돈에 관하여, 심리적으로 집착하거나, 적당히 오염되거나, 병들었음을 느낀다.

 

읽고나서 굉장히 소름이 돋는다.

마치 내면에 도사리는 뱀처럼 추악한 본성과 유약한 현대인의 실상을 섬뜩하게 마주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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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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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매력적이고 문학적 미학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 책은 세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합본하였다.

제1부 비밀노트, 제2부 타인의 증거, 제3부 50년간의 고독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았지만, 세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서사로 온전한 퍼즐처럼 맞물려있다.

 

<제부 비밀노트>

 제1부 비밀노트를 읽으면서 너무 잔혹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충격을 받았다. 세상의 추악하고 잔혹한 모습을 작가가 문학이라는 예술로 정수하여 걸러낸 것 같다. 제1부에서 쌍둥이는 '우리'로, 즉 동일시 되어 똑같이 행동하고 생각한다. 거기서부터 소설은 굉장히 매혹적인 이질감이 든다.

 

<제2부 타인의 증거>

 제2부에서 드디어 쌍둥이는 분리되어 한명의 인격으로 서술된다. 루카스와 클라우스.. .lucas, claus 심지어 이름도 순서만 다를 뿐 철자는 똑같다. 둘은 따로면서 하나다.  그리고 2부의 마지막.  k당국의 대사관에 보내는 조서 한장은 이 거대한 허구의 세계를 종결짓는다. 이 사실을 담은 조서 한장을 읽고 마치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이 들었다. 과연 클라우스의 거짓말은 어디까지일까. 클라우스의 정체성은 철저하고 단단한 거짓말로 가려진다.

 

<제3부 50년간의 고독>

 제3부 쌍둥이에 얽힌 50년간 세월에 대한 진실(?)이 펼쳐진다. 3부에서부터 '우리', '클라우스', '루카스' 등 제3자가 아닌 드디어 '나'로 서술된다. 이 기억의 편재는 굉장히 교묘하며, 유유히 등장한다. 특히 '나'의 독백은 굉장히 무의식적인 흐름으로 진행되지만, 그 안에 서사의 질서가 있다. 3부를 통해 거짓말과 진실이 퍼즐처럼 온전히 맞춰진다.

 

 

 

읽고나서도 오랫동안 이 소설의 세계가 잊혀지지 않는다. 헝가리 작가의 잔혹하고 폭력적인 삶의 애수가 문학적 미학으로 펼쳐진다. 

나의 조악한 글솜씨와 미흡한 형용사로는 이를 설명할 길이 없다.

놀랍고도 기괴하고 섬뜩하고 슬프고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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