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이동도서관
오드리 니페네거 글.그림, 권예리 옮김 / 이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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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
- 괴테-

 

 

책은 나에게 많은 영감과 위로와 환상을 심어 주었다.

괴테의 명언처럼,

내가 읽는 책들은 지금의 나를 말해준다.

내적 동기와 지식이 필요할 때 실용 자기 계발서를 보았고,
지루하고 심심할 때는 문학과 판타지에 심취했고
부단히 지칠 때는 철학과 심리학 서적으로 위로받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조차 나는 책의 세상으로 도피하였다.


내가 본  한 권 한 권 책들을 쭉 나열하는 것은,
마치
내가 살아온 삶의 궤도와 닮아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독서가 주는 달콤한 위로와 그 유약함을 너무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읽다보면 몽환적인 환상과 안락함에 어느 순간 젖어든다.




언제고 괴로운 환상을 위로하고자 한다면,
너의 책으로 달려가라.
책은 언제나 변함없는 친절로 너를 대한다.

- T. 풀러 -



어느날

우연히

내가 읽은 책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아주 특별한 도서관과 마주한다면???



이 책은 아주 신비하고 기묘한 상상에서 시작한다.

 알렉산드라가
처음 심야 도서관을 만난 날은,
남자친구와 싸우고,
힘들고 지친 평범한 아무 날이었다.

그 순간 기적처럼 다가온 특별한 심야 이동도서관 버스...


그녀가 만난 심야이동도서관은
기괴하게도 이제껏 그녀가 읽어온 책들이 서가에 빼곡히 담겨 있었다.

딱 한 번 남자친구에게 그 도서관의 비밀을 털어놓았지만, 그는 결코 믿지 않았다.

어쩌면 그 도서관은 존재하지 않은 상상 속 신기루일까.

하지만 알렉산드라가 그곳에서 받은 환희와 위로는 실제였다.

그 곳은 그녀가 읽었던 책들의 기록이자 인생 그 자체였다.


책마다 추억이 담겨 있었다.
한 권의 책은 몇 시간 혹은 며칠의 쾌락이기도 했고
언어에 몰입한 경험이었으며
단단히 고인 기억이었다.

-본문 중에서-


그녀는 그게 운명이고, 특별한 선물이라고 느꼈지만

자기 것이 될 수 없을 때,

깊은 절망과 상실의 고통도 뒤따랐다.

알렉산드라가 그 심야 도서관에서 느낀 위안과 위로는 결코 현실의 삶에서 충족되지 못한 것이었다.

현실의 알렉산드라가 비현실의 도서관과 조우했을 때
그녀의 삶에는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알렉산드라의 삶을 바꿔놓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만약  알렉산드라가 이 도서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삶을 살았을지 가만히 상상해 본다.

일상의 무미건조하고 반복적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지극히
평범삶을 영위하지 않았을까.


알렉산드라는 그 도서관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평온하고
특별하였다.


한번 바다를 본 사람은 그 어떤 강을 봐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알렉산드라에게 그 도서관은 바다와 같지 않았을까.
거대한 바다에 빠지지 않고서는 결코 바다를 가질 수 없음에도..
그녀는 평생을 소유하고자 갈망하였다.


내면의 삶과 외면의 삶 사이의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 텍스트의 유혹을 경고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도서관은 사후 세계이고, 한 사람이 읽은 모든 글이 보관된 낡은 캠핑카는 천국이다. 이 천국은 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몇 시간씩, 몇 주씩, 평생토록 책을 읽으며 갈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후의 완연한 햇살 아래 아늑한 의자에 앉아
아끼는 책을 영원히 읽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희생할 수 있겠는가?

-작가의 말 중에서

 

 

굉장히 몽환적이고 음울한 이야기 그림책이다.


내 서가에도, 심야이동도서관이 있다.

어둡고 깊은 밤 어느 순간 불이 켜지며, 나한테 다가오는 이동 버스.

그 안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볼까.


쓰디 쓴 책향이 오랫동안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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