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이들 사계절 그림책
조혜란 지음 / 사계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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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노란색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면지를 펼치면 온통 노랑의 색이 나를 반긴다.

기꺼이 노랑의 세상에 풍덩 빠져보자.

뽀얀 쌀알 같은 아이들이 떼를 지어 나온다.
노란색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가는 중,  예쁘고 사랑스러운 노랑이 곳곳 드러난다

아이들도 세상 속 노랑 물결에 그대로 동화되어 퐁당 빠져 논다.


언제부터였을까.
쌀알 같은 아이들 옷에 노랑이 꼬물꼬물 잔뜩 묻어있다.

행복하고 긴 하루의 끝, 
내일은 또 무엇을 하고 놀까?

잠자리에 든 아이들을 달님이 빙그레 비춘다.

노랑의 달빛이 온 세상을 충만하게 감싼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오래전 읽은 어떤 책에서 봤던 구절이 떠오른다.

책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독서의 편린처럼 유독 그 정서가 떠오른다.

책의 문단 중에서, 주변의 빨간색을 찾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신호등, 사과 등등  막상 쉽게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둘러보면 하나둘 주변에 있던 빨간색이 선연하게 다가오리라.
마찬가지로 우리 일상에 주어진 빨강 같은 고마움을 꾸준히 찾아보자는 말이었다.


내게는 그렇게 이 노랑이들이 마치 일상에 숨어진 보물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며, 일상의 노랑이들을 찾아보자.
하나둘, 선연하게 다가오는 노랑이들.

그것은 노란 행복일까. 선물일까. 사랑일까.

 내가 미처 몰랐던 혹은 알고자 하지 않았던 일상의 보물들이 켜켜이 노랑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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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분수 사계절 그림책
최경식 글.그림 / 사계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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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비가 오는 날이면,
분수대에서 야릇한 바다 냄새가 올라오긴 했지만
누구도 그 냄새를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바다는 너무 멀리 있으니까요."
-본문 중에서-

 

 

더위가 한풀 꺾인 8월 중순입니다.

여러분은 쩍쩍 마른 분수를 보면 무엇이 생각이 나나요?

이 그림책 작가는 아주 특별하고 시원한 파란 분수로 초대합니다.               



<파란 분수>는  '바다 냄새'라는 아주 작은 단서로 시작합니다.


몹시 더운 여름 날, 가뭄에 막혀버린 분수대 앞에 한 아이가 있어요.

갑자기 아이 주변이 와장창 무너지면서, 거대한 무언가가 등장합니다.


이후부터 이 그림책에서 글자들이 사라져요.

마치 흑백 영화 파노라마처럼 환상적인 그림만 나올 뿐입니다.


그림책은 연필과 콩테 등으로 세밀하게 매만져진  무채색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 어떤 컬러보다, 무한 상상을 자극합니다.

특히 흩뿌려진 점묘화를 보면, 마음이 마구 간질간질해져요.


그러다 흑백의 세계에서 파랑이 선연하게 떠오릅니다.

바로 고래와 바다랍니다.

아이는 푸른 바다를 닮은 고래 등 타고, 신나게 여행과 모험을 떠나요.

고래 머리 위 분수가 하늘 높이 무지개처럼 뻗어갑니다.





아이는 실컷 놀고, 행복한 표정으로 집으로 갑니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걷는 순간,
마룻바닥의 물 발자국이 선연하게 보입니다.


바다 물줄기의 흔적일까요?

어디까지 꿈이고 현실일까요?



한여름밤의 꿈처럼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두근두근

고래의 분수대가 마음속에 다시 일렁입니다.


<고래를 위하여>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 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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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오니? 사계절 그림책
정순희 그림, 김하늘 글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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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어렸을 때,
산 너머 돌밭에 있는 할머니한테 갔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 길은 아주 길고도 멀었다. 
긴 지루함에 앞서가는 언니와 노래를 부르곤 하였다.

어디만큼 왔냐

그러면 언니가 대답한다.

당당 멀었다.

반복적인 어구로, 주거니 받거니 흥얼거린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오솔길과 꼬부랑 고개,
야트막한 풀밭에 쉬어가다 보면 소꼽놀이 하기 안성맞춤이다.
지천에는 이름 모를 풀꽃이 한가득이고, 곳곳 곤충들이 숨어있다. 
자연은 생생한 놀이터 그 자체였다.



하지만 혼자걷는 그 길의 경우, 익숙한 풍광은 낯설어진다.

새삼 이렇게 길고 지루한 길었나 싶을 정도다.

이 책의 아이가 느꼈을 혼란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이가 혼자 걷는 그 길은, 낯선 세계와의 조우다.

이야기의 시작은 동구밖 아이가 혼자 놀다가, 어느 순간의 고요한 적막을 인식하면서부터다.
형이 사라져버렸다.
분명 근처에서 동네 형들과 나무 막대로 칼싸움을 하였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찾아보니, 자기만 쏙 남겨놓고 모두가 사라졌다.

이때부터 형 없이 집을 찾아가는 대모험이 시작된다

아이는 기억을 더듬어 늘상 형과 함께 하던 일들을 혼자서 요리조리 해본다.
형이 없어서, 더욱 형이 생각나고, 보고 싶지 않을까.
아이는 형을 생각하고 기다리고 찾아가는 법을 배운다.

아마, 책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형도 마찬가지리라.
서로가 떨어져 있어도, 간절히 생각하는 마음으로 닿아져 있다.
형제가 서로를 위하는 순수하고 예쁜 마음이 느껴져, 읽다보면 저절로 흐뭇해진다.

이 책을 보면, 자연 숲에서 퐁당 하루를 보내며 놀던 그 시간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두 손에 보드라운 검은 흙을 쥐고, 풀꽃 엮어 소꿉놀이도 하고, 
찔레순 입에 물다 놀다놀다 오는 그 그리움과 정겨움에 잠긴다



 파랗고 투명한 햇살 아래, 마른 풀내음 높은 날,
야트막한  숲길을 산책해 보자.

어디만큼 왔냐.
당당 멀었다.

혼자 걷는 그 길에, 벌레소리, 바람결에 책속 그림에 동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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