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 이야기
송진헌 글 그림 / 창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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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유년시절 내면의 쓸쓸한 기억을 끄집어

흑백의 파노라마처럼

 삐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가의 담담한 고백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이야기야.

삐비라는 아이가 있었어.

...

​ 

 

 

삐비는 겨울 내내 집안에 갇혀 있었어요.

 

 

​ 

 

봄이 되면 숲에 나와서 혼자 놀았아요.

 

숲이란 공간은, 유일하게 삐비에게 허용된 자유였을까요?

 

삐비의 공간에 우연히 들어간 '나'

 

둘은 자연스레 친구가 되어 숲에서 놀게 됩니다.

 

 

 

 

삐비는 계속 머리를 따악 때리면서 자해를 해요.

숲을 다닐때는 떨어진 잎만 만져요.

 

왜 스스로를 때리는 걸까요?

나뭇가지 하나 꺽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여린 걸까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걸까요?

 

삐비는 말할 줄 모릅니다.

 

 

 

동네 친구들은 그런 삐비를 멀리합니다.

 

미친 아이, 이상한 아이

 

놀리고 조롱하지요.

 

'나'만 아랑곳 없이  삐비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어요. 

 

 

그러나 '나'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삐비는 다시 혼자가 됩니다.

 

 

​ 

 

운동장 조회시간

 

모두가 앞으로 나란히 일렬종대하지만 유독 한아이는 아쉬운 듯 뒤를 빼꼼 돌아옵니다.

 

'나'일까요?

 

 

'나'는 점차 학교생활에 익숙해지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립니다.

 

 이후 숲 근처에서 삐비를 보지만

 

결국 모른 체 지나가고 맙니다.

 

 

 

그후로 아주 오랫동안 삐비를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학교!!

 

숲에 혼자 있는 삐비와,  학교의 다수 학생들의 일렬종대 모습이 대조적으로 느껴집니다. 저는 이 한 컷의 장면이 유독 무섭고, 오래 기억이 남습니다.

 

숲은 정서적 거리만큼 단절된 경계선입니다.

 

삐비는 더 깊숙히 숲으로 들어갔고,

 

'나'는 이후 일렬종대처럼 공동체 원 안의 구성원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원 밖에 나동그라진 아이...

삐비는 숲에서 다시 혼자가 되었겠지요?

 

작가의 고백처럼.

 

어쩌면

 

처음부터 혼자였을 테지요.

 

 

'나'는 삐비에게 다가간 게 아니라, 잠깐 곁에 느린 보폭으로 맞추다가 온전히 지나친 걸지도요.

 

 



이후

 

삐비의 이야기는 아무도 모릅니다.


 

 

작가는 어른이 되어 

아이와 함께 숲을 찾아갑니다.

 

 

다시 찾아가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뒤늦은 작가의 연민과 죄책감의 정서는

담담히 흑백의 그림 위에 짙게 깔립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이 그림책의 서사는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사실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다가는 법, 공감하는 법을 배운 적도 없는 작가로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모습은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그 아이를 이방인처럼 깊숙히 숲으로 내몬 것은, 

놀리며 조롱하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침묵하고 방관하는 수많은 '나'들입니다.


또한 공동체 마을, 학교, 사회 어느 곳도 삐비에게 숲 한자락만큼 내어 주지 않았고 철저히 격리시켰어요.



 

지금도 여전히 차별과 무지, 방관의 숲은 존재하고,

그 속에 수 많은 삐비는 어디쯤 있을까요?


아직 끝나지 않은 삐비 이야기는 계속 진행중이에요.

이제 함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뒷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 가요.

 

 

겨울이면 갇혀야 하는 아이,


놀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숲만 허용된 아이,


보살핌과 배려가 필요한 아이..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


모두가 알고 있는 삐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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