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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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매력적이고 문학적 미학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 책은 세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합본하였다.

제1부 비밀노트, 제2부 타인의 증거, 제3부 50년간의 고독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았지만, 세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서사로 온전한 퍼즐처럼 맞물려있다.

 

<제부 비밀노트>

 제1부 비밀노트를 읽으면서 너무 잔혹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충격을 받았다. 세상의 추악하고 잔혹한 모습을 작가가 문학이라는 예술로 정수하여 걸러낸 것 같다. 제1부에서 쌍둥이는 '우리'로, 즉 동일시 되어 똑같이 행동하고 생각한다. 거기서부터 소설은 굉장히 매혹적인 이질감이 든다.

 

<제2부 타인의 증거>

 제2부에서 드디어 쌍둥이는 분리되어 한명의 인격으로 서술된다. 루카스와 클라우스.. .lucas, claus 심지어 이름도 순서만 다를 뿐 철자는 똑같다. 둘은 따로면서 하나다.  그리고 2부의 마지막.  k당국의 대사관에 보내는 조서 한장은 이 거대한 허구의 세계를 종결짓는다. 이 사실을 담은 조서 한장을 읽고 마치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이 들었다. 과연 클라우스의 거짓말은 어디까지일까. 클라우스의 정체성은 철저하고 단단한 거짓말로 가려진다.

 

<제3부 50년간의 고독>

 제3부 쌍둥이에 얽힌 50년간 세월에 대한 진실(?)이 펼쳐진다. 3부에서부터 '우리', '클라우스', '루카스' 등 제3자가 아닌 드디어 '나'로 서술된다. 이 기억의 편재는 굉장히 교묘하며, 유유히 등장한다. 특히 '나'의 독백은 굉장히 무의식적인 흐름으로 진행되지만, 그 안에 서사의 질서가 있다. 3부를 통해 거짓말과 진실이 퍼즐처럼 온전히 맞춰진다.

 

 

 

읽고나서도 오랫동안 이 소설의 세계가 잊혀지지 않는다. 헝가리 작가의 잔혹하고 폭력적인 삶의 애수가 문학적 미학으로 펼쳐진다. 

나의 조악한 글솜씨와 미흡한 형용사로는 이를 설명할 길이 없다.

놀랍고도 기괴하고 섬뜩하고 슬프고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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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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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기상천외한 사건을 둘러싼 블랙코미디가 가득하다.

특히 20세기 세계사 격동의 사건들이 100세 알란의 인생에 잘 스며들어 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주인공 알란은 이제껏 본적없는 시한폭탄같은 100세 할아버지다.  탈범죄자적인 그가 벌인 행동들은 독자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문득 드는 생각인데, 만약 100세가 되면 모든 것에 초월할 수 있을까?

예전에 한 방송국에서 예능인 이경규가 말하길,

 본인이 칠순이 되면 방송에서 하고 싶은 애기 다 할 거야라고 한적이 있다.

예능프로에서 수다처럼 개그 소재로 쓰였지만, 나름 의미하는 바가 있다.

 

굳이 100세까지 안가더라도, 늙음은 또다른 자유의 해방이 아닐까?

 

외모의 미추, 정치, 성별, 국적을 떠나 

오로지 나만을 위한 행복추구권을 행사해도 되지 않을까?

 

사회적 굴레와 심리적 저항선이 옅어지는 것은 노년의 연령대가 아닐까?

 

 비록 '늙음'으로 물리적, 신체적 노쇠하고 병들지라도, 생각의 저변은 넓어지고, 많은 것에 도전하며 자유분방하게 살고 싶다.

 

 물론 주인공 알란처럼은 절대 못하겠지만 유쾌하고 발칙한 작가의 상상력에 기대어 잠시나마 대리만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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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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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대선일 결과를 보고, 바로 도서관에 들렀다.

 원래는 문재인의 '운명'을 읽고자 하였는데, 그의 친구 노무현을 먼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문재인에 관하여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라고 각별하게 소개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사실 부끄럽지만 나는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나의 지난 이십대는 취업을 위한 고군분투의 외롭고 고단한 나날이었다. 

교양을 위한 서적보다, 실용서 외국어 참고서적을 끼고 살았고, 정치 사회 문화적 관심보다 개인적 스펙쌓기가 더 우선이었다.

그래서 노무현의 시대를 살았지만, 슬프게도 그에 관해서 잘 모른다.

 봉하에서 태어나 봉하 부엉이바위에서 운명하시기까지, 일대기에 관한 짧은 이력이 내 기억의 전부다.  너무 늦은감이 있지만, 이제야 인간 노무현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이 자서전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온전히 노무현의 자필 고백으로 이루어져있다. 

 노무현의 소신있고 강직하며 인간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읽다보면, 왜 정치인 최초의 팬클럽 노사모가 생겼는지 그 이유를 너무도 잘 공감할 수 있었다.


 그는 지독하게 가난하였다. 변호사가 되어 법과 노동인권의 치열한 현실에서 약자를 편들었고, 소시민들의 삶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였다. 또한 정치인이 되어서 자신의 신념을 구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의 정치행위는 민주당의 분열을 가속화하였고, 반대파 보수의 강력한 결집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정책은 거대 야당에 의해 좌절되고, 헌정 최초 탄핵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어디 그뿐이랴. 재임기간 내내 언론에 의해 끊임없이 희화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검찰과 차기 정권의 표적 수사에 그의 삶은 철저히 찢기고 농락당하였다.

 결국 정치적 타살로 벼랑끝에 내몰려진다.

 

 

  사실 그를 평하자면, "평범한 인권변호사 시민"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그에게 정치판은 정치적 권모술수가 난행하고 집단의 이해타산이 칼날처럼 대치하는 아수라 지옥이 아니었을까.

 

 정치인으로서 노무현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준비된 과정과 정치 세력없이 오로지 시민의 지지와 국운으로 대통령이 된데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보수는 굉장히 견고한 결속력으로 지역주의와 기회주의의 정치권력을 업고 무소불위의 강력한 스크럼으로 무장되어있다. 

 

그들의 나팔수 보수 언론은 또한 어떠한가?

 

합법적인 권력의 칼을 마음대로 쥔 정치검찰은 또 어떠한가? 언론-검찰-보수세력의 거대한 카르텔과 맞서기에, 5년 시한부 대통령의 권력은 너무도 한계가 명확하였다. 

 

 

 나는 그가 대통령 시절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지극히 평온한 날들을 영위하였다. 

 나는 정치에 무지했고, 무관심했으며 철저히 침묵했고, 시민의 권익을 마음껏 누렸다. 

역설적으로, 노무현이 정치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반대로 그의 노후는 평온했을 것이다.

 

읽는 내내 예정된 그의 최후가 떠올랐다.

공무도하가처럼...

그 길을 건너지 않았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가지 않은 그 길 너머 소탈하고 강직한 늙은 농부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온당히 그가 누렸어야 할 노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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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슬픔
다니엘 페낙 지음, 윤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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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니엘 페나크의 학교에 대한 경험을 다룬 자전적 에세이다. 

다니엘 페나크는 교단에 서기까지 자신이 학교라는 조직에서 부적응아이자, 열등생이었음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프랑스의 뛰어난 작가의 고백은, 단순히 인기 드라마의 공식  "꼴찌! 교사가 되어 학교로 돌아오다" 같은 기시감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도, 상투적이지도, 가볍지도 않다.

 

 

  이 책은 상처투성이의 미성숙한 아이들, 그리고 열등생에 대한 작가 개인의 소회를 담고 있다. 

이 열등생의 상처와 기억이, 그를 교사로서 더욱 단단하게 여며준다. 가끔은 그 역시 타성에 젖어 교조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 책은 25년동안 학교에서 교사로서 좌절과 기쁨, 슬픔의 감정이 혼재한다. 

 

다니엘 페나크는 학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난제를 때로는 수사적 미학으로,  재치있게 그려낸다. 그리고 열등생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다가간다.

 

 사실 학교는 공교육이란 명목하에 다양한 개성과 특질을 지닌 아이들을 오로지 성적만으로, 열등생과 우등생의 경계를 긋는다. 그리고 성적 줄서기 교육으로 그 아이의 미래를 단정지어 통보한다. 교육의 한계이자, 학교의 깊은 슬픔이다. 

 

이 책은 흔하고 뻔한 응원의 말이나 장황한 훈계를 하지 않는다.

비록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일상을 여전히 보낼지라도, 애정과 사랑을 담아 그 공간을... 정확히는 그 속에 있는 아이들을 쓰다듬고 보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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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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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든번째 작품으로 과학과 미스터리 수사를 절묘히 혼합하여 만들었다. 이 책의 제목은 물리학자 라플라스에서 따왔다. 라플라스의 이론은 우주의 원자와 운동원리에 관한 데이터를 꿰뚫고 그것을 이해하는 초월적인 지성이 있다면, 세상의 모든 일을 예측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 소설에서 난류와 폭설 등 자연 재해를 에측하는 초월적인 권능을 지닌 주인공들이 나온다. 특히 온천의 황화수소를 활용하여 살인의 도구로 사용한다.

  과감한 과학적 상상력에서 가져온 소재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토리는 언제나 그럴듯한 개연성과 추리가 온전하게 맞아떨어진다.


 라플라스의 이론은 어찌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재적 작가 재능이 떠오른다. 그는 30년동안 수많은 작품을 내었는데, 매번 대중의 흥미와 재미를 정확히 뽑아내어 구현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그가 매번 인기 기록을 경신하여 출간하는 작품들을 보면 문학 역시 라플라스의 이론이 존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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