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5월 9일 대선일 결과를 보고, 바로 도서관에 들렀다.

 원래는 문재인의 '운명'을 읽고자 하였는데, 그의 친구 노무현을 먼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문재인에 관하여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라고 각별하게 소개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사실 부끄럽지만 나는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나의 지난 이십대는 취업을 위한 고군분투의 외롭고 고단한 나날이었다. 

교양을 위한 서적보다, 실용서 외국어 참고서적을 끼고 살았고, 정치 사회 문화적 관심보다 개인적 스펙쌓기가 더 우선이었다.

그래서 노무현의 시대를 살았지만, 슬프게도 그에 관해서 잘 모른다.

 봉하에서 태어나 봉하 부엉이바위에서 운명하시기까지, 일대기에 관한 짧은 이력이 내 기억의 전부다.  너무 늦은감이 있지만, 이제야 인간 노무현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이 자서전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온전히 노무현의 자필 고백으로 이루어져있다. 

 노무현의 소신있고 강직하며 인간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읽다보면, 왜 정치인 최초의 팬클럽 노사모가 생겼는지 그 이유를 너무도 잘 공감할 수 있었다.


 그는 지독하게 가난하였다. 변호사가 되어 법과 노동인권의 치열한 현실에서 약자를 편들었고, 소시민들의 삶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였다. 또한 정치인이 되어서 자신의 신념을 구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의 정치행위는 민주당의 분열을 가속화하였고, 반대파 보수의 강력한 결집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정책은 거대 야당에 의해 좌절되고, 헌정 최초 탄핵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어디 그뿐이랴. 재임기간 내내 언론에 의해 끊임없이 희화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검찰과 차기 정권의 표적 수사에 그의 삶은 철저히 찢기고 농락당하였다.

 결국 정치적 타살로 벼랑끝에 내몰려진다.

 

 

  사실 그를 평하자면, "평범한 인권변호사 시민"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그에게 정치판은 정치적 권모술수가 난행하고 집단의 이해타산이 칼날처럼 대치하는 아수라 지옥이 아니었을까.

 

 정치인으로서 노무현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준비된 과정과 정치 세력없이 오로지 시민의 지지와 국운으로 대통령이 된데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보수는 굉장히 견고한 결속력으로 지역주의와 기회주의의 정치권력을 업고 무소불위의 강력한 스크럼으로 무장되어있다. 

 

그들의 나팔수 보수 언론은 또한 어떠한가?

 

합법적인 권력의 칼을 마음대로 쥔 정치검찰은 또 어떠한가? 언론-검찰-보수세력의 거대한 카르텔과 맞서기에, 5년 시한부 대통령의 권력은 너무도 한계가 명확하였다. 

 

 

 나는 그가 대통령 시절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지극히 평온한 날들을 영위하였다. 

 나는 정치에 무지했고, 무관심했으며 철저히 침묵했고, 시민의 권익을 마음껏 누렸다. 

역설적으로, 노무현이 정치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반대로 그의 노후는 평온했을 것이다.

 

읽는 내내 예정된 그의 최후가 떠올랐다.

공무도하가처럼...

그 길을 건너지 않았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가지 않은 그 길 너머 소탈하고 강직한 늙은 농부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온당히 그가 누렸어야 할 노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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